후두암, 구강암, 조기사망 등 끔찍한 경고그림 시안

▲ 올해 12월 23일부터 담뱃갑에 부착될 경고그림 후보 시안 10개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올해 말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뱃갑 앞뒷면에 부착하게 될 국내 첫 흡연 경고그림 시안 10종이 확정·발표됐다. 목 한가운데 동전만한 구멍이 뻥 뚫린 후두암 환자의 사진, 수술용 매스 사이로 시커멓게 타 들어가 있는 폐암 덩어리 사진, 신생아에게 담배연기가 그득한 사진 등 혐오감을 들게 하는 10종의 사진. 이러한 담뱃갑의 디자인이 공개되자 흡연자들은 ‘질병 걸린 사람으로 매도시킨다’ 등의 주장과 함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금연자들은 ‘담배 끊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담뱃값 경고그림에 대해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폐암에 걸릴 확률 26배 상승,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담뱃갑 경고그림제정위원회는 어제인 지난달 31일 제5차 회의를 열어 ▲폐암·후두암·구강암·심장질환·뇌졸중 등 5개 질병별 ▲간접흡연, 조기 사망, 피부 노화, 임산부흡연, 성기능 장애 등 5개 주제별로 1개씩의 경고그림 시안을 선정했다.

앞서 2002년 이후 11번의 시도 끝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해 5월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고그림 도입이 확정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15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왔다. 위원회는 30개 그림 가운데 10개 시안을 확정해 이날 공개한 것이다.

복지부가 오는 6월23일까지 10개 이하의 경고그림을 최종 확정·고시하면 담배 제조·수입사는 12월23일부터 반출되는 담뱃갑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경고문구 포함 50%)가 넘는 크기로 넣어야 한다.

경고그림은 18~24개월 주기로 바뀐다. 경고문구는 그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폐암의 경우 ‘폐암에 걸릴 확률 26배 상승,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이런 표시규정은 일반 담배(궐련)뿐 아니라 전자담배, 물담배, 씹는 담배, 머금는 담배 등 모든 담배제품 케이스에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당초 해외의 경고그림을 가져다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한국인에게 흡연 폐해에 대한 경고 효과가 큰 국내 사례나 자체 제작물로 채택됐다.

주제별로는 폐암은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제공한 폐암수술 장면, 후두암은 국립암센터의 후두암 환자의 사진, 구강암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구강암 환자의 사진, 심장질환은 대한흉부외과학회의 관상동맥우회술 장면이다. 뇌졸중은 뇌졸중 환자의 후유증을 표현한 자체제작 그림이다.

비병변 관련의 경우 모두 자체 제작했다. 간접흡연은 이로 인한 어린이의 건강 피해를 은유적으로, 임신부 흡연은 태아의 직접적 피해를 각각 표현했다.

성기능 장애는 흡연에 의한 남성의 발기부전을 구부러진 담배꽁초로, 피부 노화는 흡연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담배연기와 함께 각각 보여주고 있다. 조기 사망은 흡연으로 인한 아버지의 이른 죽음을 타들어가는 담배로 그린 것이 특징이다.

위원회는 경고그림과 함께 부착하게 될 경고문구의 내용도 함께 마련했다.

80개국 시행, 한국 포함 21개국 시행 예정인 ‘담뱃갑 경고그림’

담뱃갑 경고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대표적인 비(非)가격 금연정책이다. 2001년 캐나다가 처음 도입한 이래 세계 80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올해 말까지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21개국을 포함한 101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 2년(2014~2015년)이 걸쳐 서강대 산학협력단과 국가금연지원센터가 한국형 흡연 경고그림의 주제에 대한 기초 연구를 벌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구성된 위원회가 해외 경고그림 800여개를 수집·분석해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고 한국인에게 흡연 폐해 경고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는 10개 주제를 정했다.

시안 제작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8개 임상과목별 전문학회의 협조 하에 이뤄졌다. 혐오감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주제별로 시안을 3개씩 제작한 뒤 800여개의 해외 경고그림과 비교 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한국그림의 혐오감 점수는 5점 만점에 평균 3.3점으로 외국의 경고그림(평균 3.69점)에 비해 0.39점 낮았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09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고그림 도입에 따른 순편익은 연간 3400억(영국)~4조1400억원(캐나다)에 달했다. 순편익은 의료비 절감, 사망 감소 등에 따른 편익에서 담배 업계의 수익과 정부의 세수 감소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또한 경고그림 도입으로 인해 캐나다에서는 비흡연 청소년의 20%가량에 흡연 예방 효과가 있었고 흡연자의 금연 시도를 33%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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