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소비시장 이어 산업자본 유입 확대

▲ 사진=뉴시스

아오란 효과 내수시장 들썩, 요우커 효과 입증
금융·건설·문화컨텐츠 등 M&A 시장 큰손 등극
과다차입 부실, 기술 유출·경쟁력 상실 우려도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중국이 막강한 자본의 힘을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은 중국 관광객들이 지갑을 열면서 환호하고 있고 해외 투자에 목마른 산업계 또한 중국의 손길을 두손 벌려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침없는 중국 자본의 유입에 국내 시장 잠식 등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천으로 입국해 지난 3일까지 한국에 머무른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여명의 동선 하나하나에 국내 유통업계의 시선이 몰렸다.

입국 직후부터 치킨 3000여마리가 동원된 ‘치맥파티’로 화제를 모았던 이들은 발길을 옮길 때마다 엄청난 쇼핑 규모를 자랑했다.

입국 직후 인천 엔타스면세점에이어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사후면세점인 엘아이에스면세점(3월31일~4월1일),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 63과 롯데면세점 코엑스점(4월1~2일)을 찾았다. 각 면세점마다 2~3시간 정도를 머물렀다.

덕분에 신규면세점들은 오픈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따르면 중국 아오란그룹이 방문한 최근 이틀 간 매출이 평소 대비 230% 급증했다. 시계·보석이 370%, 화장품이 230%, 패션·액세서리가 195% 매출이 증가했다.

갤러리아면세점63도 아오란그룹의 방문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에 걸친 아오란그룹의 방문으로 갤러리아면세점63의 일 평균 매출액은 평소 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오픈 이래 최고 수치다.

아오란그룹 임직원 5800여 명에 이어 대규모 관광객 소식이 이어지며 유통업계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싱가포르 푸르덴셜사 임직원 1000명이 1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하고, 다음달에는 중국 중맥건강산업그룹 임직원 8000명이 포상관광으로 서울에 올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중국 중맥건강산업그룹 포상관광은 단일 단체 관광객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한국관광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입국한 유커는 전년 같은 달보다 9.0%가량 늘어난 56만1492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1분기의 경우 162만9881명으로 지난해보다 14.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유커의 소비는 내수 불황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쇼핑은 면세점에서만 이뤄지고 있지 않다. 부동산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자본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저성장 기조와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위한 M&A 시장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기업쇼핑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해외 기업 M&A 건수는 860건으로 전년비 6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도 105.5% 늘어난 1592억 달러(183조3984억원)로 집계됐다. 거래 건수와 규모 모두 역대 가장 높다.

기업 쇼핑 나선 中 자본

차이나머니의 기업 쇼핑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부동산 매입 등으로 주목을 끌었던 중국 자본은 최근 제조업을 넘어 한류 열풍을 일으킨 문화콘텐츠 분야와 금융시장에까지 적극 진출하며 국내 산업계 세를 확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건수는 지난해 33건으로 전년의 3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거래규모는 128% 늘어난 19억3000만 달러(약 3조726억원)를 기록했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홍콩 포함)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수는 지난해 25곳에서 올해 50곳으로 1년 사이에 2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투자자의 지분평가액도 지난해 1조2445억원에서 올해 4조474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0여곳은 중국 투자자가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출 분야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적극적인 중국 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생명까지 인수하며 국내 보험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중형사 수준이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통합될 경우 단숨에 생명보험업계 5위에 해당하는 대형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약 2500억원에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한국 법인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안방보험은 앞으로 본계약 체결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알리안츠생명을 품게 된다.

안방보험이 국내 보험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에는 동양생명을 1조130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재산보험, 생명보험, 자산관리 분야의 회사를 거느린 종합 보험사다. 자산은 약 8000억 위안(142조8000억원)이다.

안방보험은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20억 달러에 사들인 것을 비롯해 벨기에 델타로이드 은행, 네덜란드 보험사 비밧,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 등을 인수하며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넘보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국내 건설시장에도 진출했다. 제주도 랜드마크가 될 ‘드림타워 카지노 복합리조트’의 시공사로 중국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이 지난 5일 선정됐다. 우리나라 대형 건물 시공을 중국 건설사가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건축은 자산 규모 171조원, 연매출 141조원(2014년 기준)으로 중국 최대 이자 세계 1위 건설사다.

중국건축의 진출로 중국 건설사의 국내시장 진입 확대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항이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문화콘텐츠 분야도 주 타겟이 되고 있다.

중국은 M&A 외에 한국 문화콘텐츠사의 지분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 들어 중국 자본이 지분투자에 나선 기업으로는 심엔터테인먼트, 웹젠, 소리바다 등이 있다.

KDB대우증권 문지현 연구원은 “영화관, 배급망, 유통 플랫폼 등 문화콘텐츠 인프라를 보유한 중국 자본이 대체로 한국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유입되고 있다”며 “대부분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애니메이션, 시각특수효과(VFX) 등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기업, 영상 콘텐츠에 출연할 수 있는 연예인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기업들이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 중국 아오란 그룹의 임직원 4500여 명이 기업회의 및 우수사원 인센티브 관광차 한국을 방문했다. 28일 오후 인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조성된 치맥파티장에서 아오란그룹 임직원이 치맥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향력 만큼이나 커진 우려

수출과 내수 부진 등으로 우리 기업 역시 자본확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자본을 반기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중국 기업은 문화적 정서가 중국과 비슷하지만, 기술력이 높고 기업 가치는 실제보다 낮게 책정된 한국기업을 좋은 인수 대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커지는 영향력 만큼이나 차이나머니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인수합병(M&A) 비용 상당 부분이 과도한 차입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의 부채 문제가 실물경제로까지 가시화될 경우 인수된 기업 및 은행 부실화, 피인수기업의 경영악화 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 1~2월 중국 기업의 10억 달러 이상 해외 기업 M&A 규모는 는 총 727억 달러(약 115조7400억원)에 달했다. 이중 역외에서 대출받은 규모는 363억 달러로 절반을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또 중국 국유기업 중국화공그룹이 지난달 스위스 종자 및 비료업체인 신젠타를 인수하면서 인수 대금의 70% 정도를 대출로 마련하려 한다고 고발했다.

중국 기업이 M&A를 위해 무리한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M&A의 저주’에 휩싸일 수 있다. M&A 이후 경영 실적이 저조하면 과도한 부채로 발생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해외 M&A 참여한 중국 기업 54곳의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부채 비율은 5.4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증시 불안 및 자본시장 제한적 개방 등으로 유상증자나 주식교환을 통한 M&A가 어려워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M&A 자금을 자국의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한다”며 “M&A에 나서는 상당수 중국 기업이 이미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라 대규모 인수자금 차입은 과다 부채를 지속하게 할 우려가 커진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해외 M&A 자금 결제비중을 보면 미국 기업은 현금 지급(67.3%)외에도 복합결제(23.7%), 주식교환(6.1%)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을 했다. 이와 비교해 중국은 현금지급 비율(85.8%)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복합결제(9.8%), 주식교환(1.5%)은 미미했다.

또한 중국의 해외 M&A 자금조달은 자국 내 은행권으로터의 차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의 금융전문지 파이낸스 아시아는 “정부의 해외투자 장려 정책에 따라 급증한 해외 노출에 대한 담보권 실행이 어려워지면서 부실여신 증가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피(被)투자국 입장에서는 인수기업의 과도한 부채 비율과 함께 비효율적인 기업경영 등으로 기업 가치가 저하되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의 거대 자본에 국내 시잠이 잠식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중국 자본이 세계 여러 나라 기업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팬더 쇼핑’ 현상이 국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과 중국 자본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기술 유출 부분과 우리나라 토종 기업들의 생태계를 더 좁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사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은미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M&A 범위가 전산업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한국 주력 제조 산업에서 경험한 기술 유출과 경쟁력 상실이 서비스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 M&A로 인한 국내 기업 잠식 우려를 상쇄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M&A 활성화 및 국내 기업 규모 확대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이 M&A를 주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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