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88곳 성업...동물보호.위생사각지대 비상

위생·시설기준, 동물관리 가이드라인 없이 운영
비위생 카페, 동행한 반려견·반려인 건강도 위협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등록 동물보호법 사각지대
카라, 은수미 의원 ‘동물카페법 제정 시급’ 촉구

▲ 동물카페 내 아픈 채로 방치된 동물 모습(사진=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제공)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동물 등록 인구가 늘면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할 수 있는 동물카페가 성업중이다. 동물카페 외 동물호텔, 동물유치원 등 새로운 형태의 반려동물 관련 업종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새롭게 생겨난 업종의 영업을 관리·감독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동물카페 등이 동물보호 및 공중위생 상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애견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 강남구 소재 모 애견카페의 운영 행태에 대한 폭로글로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어졌다. 해당 글 작성자는 해당 애견카페에서 일한 전 직원으로 “카페 내 동물들이 감금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저분한 환경에 있는 동물들의 사진과 작은 케이지에 갇혀 있는 대형견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전 직원에 따르면 해당 애견카페의 주인이 “동물들에게 저가 사료를 급여하고 제대로 씻기지 않고 배변도 제때 안 치워주는 등 위생·영양불량의 상태에 놓였다”며 “대형견들을 작은 케이지에 가둬두고 밥을 제때 주지 않은 것뿐 아니라 다친 동물에 대해서도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뒀다”고 폭로했다.

이 글이 올라오자 해당 애견카페를 방문한 적 있는 애견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도 그곳에 방문했을 때 이같은 문제점을 눈치챘으나, 동물카페 내 동물에 대한 위생관리 기준이 없어 애견카페 주인을 학대로 고발하거나 처벌할 법적근거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관심 반영 동물카페 전국 288곳 성업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전국적으로 동물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이곳의 동물복지 문제와 위생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지난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전국 동물카페 실태조사에 나섰다.

동물카페란 영업장 내에 동물들이 상주하며 방문객이 이 동물들을 보거나 만지기 위해 입장료를 내거나 음료를 구매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뜻한다.

카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에 있는 동물카페는 288곳으로 그 중 99곳은 서울 및 경기권에 몰려 있다.

동물 종에 따라 구분하면 애견카페 191곳(66%), 고양이 카페 78곳(27%)으로 개와 고양이가 상주하는 곳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조류·포유류·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종이 혼재된 카페(3%)도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무려 90여 종의 동물을 사육하는 곳도 있었다.

카라가 서울 및 경기권 99곳 중 20군데를 무작위로 추출해 위생 및 방역시설, 동물 관리 수준 등을 현장 조사한 결과 관련 법규가 없어 동물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동물카페에서는 동물을 판매하거나 번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라는 조사 결과 전국에 있는 대다수의 동물카페가 소규모 영세사업자였고 운영난을 겪는 곳도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동물카페에서는 저조한 카페운영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 호텔링과 동물 미용 등의 부대사업을 겸하거나 번식과 판매까지 하며 동물 관련 다양한 신종 영업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확인됐다.

동물카페와 관련해 위생상태나 동물관리 등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무엇보다 동물들의 건강상태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31) 씨는 최근 반려견과 함께 가까운 애견카페를 찾았다가 “동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해당 애견카페에서는 소량의 사료를 따로 판매하면서 방문객이 그 사료를 구입해 동물에게 먹이로 주도록 했다. 김 씨는 “카페 강아지가 말라보여 사료를 구입해서 줬는데 허겁지겁 먹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주인이 사료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따로 밥을 챙겨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동물카페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동물들뿐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이 모(30) 씨는 고양이 열 마리가 상주해 있고 커피 메뉴를 파는 고양이 카페에 다녀온 뒤 팔다리에 동그란 반점이 생기며 가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피부과를 찾은 이 씨는 ‘링웜’이라는 곰팡이성 피부병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링웜이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던데 아무래도 고양이 카페에서 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비위생적인 동물카페에 반려동물을 데려가거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인과 동행할 경우 피부병 등에 노출될 수 있어 위생관리 등 법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물 사육·생산·판매까지 하는 동물카페, 분류는 일반음식점?

살아 숨 쉬는 생명인 동물을 다루는 곳에 동물 건강과 복지, 불법 생산과 판매에 대한 규제, 위생 관리 감독 기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이유는 현행법상 동물 카페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카라에 따르면 동물카페는 동물보호법 제5장 영업 제32조(영업의 종류 및 시설기준 등)에 명시된 1.동물장묘업, 2.동물판매업, 3.동물수입원, 4.동물생산업에 속하지 않으며,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등록돼 있다.
개, 고양이, 토끼, 양 등 동물을 매개로 영업하지만, 법적인 규제 관리는 분식점이나 커피점과 동일해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한 규제 및 감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카라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동물보호법에 보호받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학대 당하고 방치되는 동물들을 위해 동물 관련 영업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합리적인 영업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이는 동물보호와 규제만을 위한 것이 아닌 영업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의 권리를 확보하고 영업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동물카페법’ 제정해야”

▲ 지난해 7월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칭 '동물카페법' 입법을 위한 정책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김영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은수미 의원, 우희종 교수, 강은엽 카라 명예대표.(사진=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제공)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동물카페, 동물호텔, 동물유치원 등 반려동물 관련 업종에 대해 법적근거 마련을 위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동물카페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영업의 종류에 동물동반휴게음식점업(동물카페), 동물 보관·미용 등의 서비스업종 등을 새롭게 규정하고 영업자가 정기적으로 교육받도록 해 동물보호 및 관리·감독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동물 생산판매가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물생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적정 수의 건강한 반려동물이 생산·사육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아직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카라 정책1팀 김현지 팀장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위 접수 상태였는데 19대 국회 마감 시기에 맞물려서 이제와 다시 심사를 거쳐서 통과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그런데도 현재 문제가 되는 동물카페가 너무 많으므로 다음 국회에서도 분명히 동물카페 관련 내용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카페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지금 동물카페는 말 그대로 무법상태에 놓여있다”며 “문제가 생겨도 영업대상자가 허가를 받는다든지 등록된 업체만 영업할 수 있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동물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동물카페법이 제정돼 동물카페가 규제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위생·시설 등 최저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업체들이 걸러지고 동물보호법 등 법 기준에서 문제를 정비할 수 있는 체계가 잡히는 것에 법 제정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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