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수화통역사 배치 요구', 편의제공 의무 외면 비판

▲ 27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사)한국농아인협회가 장애인고용공단의 수화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포스트 안옥희 기자)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장애인 취업 상담과 직업 재활 지원 등의 의무가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청각장애인 의사소통을 위한 수화통역사가 없어 청각장애인이 제대로 된 취업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사)한국농아인협회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고용공단의 수화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지난해 4월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1577-1330) 상담센터에 방문한 청각장애인이 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단체들에 구직 상담을 요청했을 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 내용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전국 18개 장애인고용공단 지사에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18개 중 8개 지사에서 글을 써서 서로 묻고 대답하는 ‘필담’ 방식만으로 구직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고 나머지 10개 지사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수화가 가능한 자원활동가 등에 지원 요청해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추련의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특히 청각장애인이 일자리 상담 차 장애인고용공단에 찾아가더라도 수화통역사가 없어서 상담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소개하며, “장애인 의사소통과 편의를 위해 노력해야할 관련 국가기관이 이렇게 본연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조현수 정책실장은 “장애인 관련 가장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하지 않은 고용부담금 등을 포함해 장애인고용촉진기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장애인고용공단이 받는 예산을 조사해보니 운영·인건비는 매해 증가했지만, 장애인직업재활 및 상담에 관해서는 최근 몇 년간 거의 동결과 마찬가지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고용공단이 어떻게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직업 재활 및 상담 지원 등의 활동을 해나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국가는 청각장애인 등 모든 장애인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장애인고용공단 역시 의무가 있다”고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이 수화통역사가 없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담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인권위법에 따라서도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인권위는 장애인고용공단뿐 아니라 장애인고용공단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권고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고용공단의 모든 고용 절차에 수화통역사 배치와 발달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 유형에 맞는 정당한 편의 제공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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