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한 나라의 선진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바로‘문화’다. 선진사회라고 하는 것은 문화적인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바로 그 문화를 이루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 예술이기에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화의 정신은 인간의 평등성과 민주성이다. 그런 가치가 존중되고 사회의 기저가 되는 사회가 바로 선진사회인 것이다. 이것은 사회학자 로젠 블래트가‘문화란 인간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교류하고 생활하는 그 자체’라고 정의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생활 자체가 바로 문화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 자체에서 평등주의와 민주주의 가치가 실천된다면 이것이 바로 품격이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유대민족을 흔히 최고의 성공모델로 친다. 세계 2위의 지능지수(IQ)를 자랑하는 한국인에 비교하면 IQ가 12포인트나 낮은데도 유대민족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의 성공비결은 바로 문화적인 힘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원조 인류가 지구 각지로 퍼져 나가면서 다양한 민족을 이뤘다. 인간게놈프로젝트(The Human Genome Project) 연구에 따르면 민족이야 어떻든 모든 인간은 99.9%가 유사한 유전자 내용과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각기 다른 종족이라 해도 모든 인간들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0.1%의 차이가 민족의 우열을 가르는 요소다.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누리고 있는 문화적 기질, 곧 문화의 힘의 차이다.

민족의 우열은 문화적 힘으로 구분

그뿐인가. 유전자정보에서 단지 1.3%의 차이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학적인 측면보다도 인간에게 있어 문화란 가장 숭고한 가치이다. 그렇다고 하면 문화의 가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하고 향유해야 하는 절대적인 것이다.

사회가 선진화 되고 국가가 민주화되기를 열망하는 것은 바로 문화적인 가치를 찾는 데 있다. 그것이 기본이 되었을 때 그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윤택해질 수 있다. 문화 가치가 존중될 때 품격 있는 사회가 되고 진정한 행복국가가 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는 경제 측면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갖고 있다. 문화예술의 창조적 잠재력이 가장 빛을 발하게 되는 시대다. 즉 그것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이 탄생되고 나아가 산업 경쟁력의 요체가 된다.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문화적 요소는 우리의 사회문화체계를 변혁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물질 풍요보다 우리 사회의 정신을 새롭게 하는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유대인들의 문화가 그들로 하여금 세상을 이끄는 창의적인 원동력이 되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문화로 사회문화체계 변혁을 선도

지난 세기 한국은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획일적이고 단선적이고 일방통행식의 기계적 사회구조가 고착되었다. 하지만 이제 문화의 가치가 사회 모든 부문에서 바탕을 이루기 위해 성장통을 겪고 있다.

더 이상 기계적인 사회가 아니라 신축적이고 복합적이고 양방향 통행식의 인간 중심 사회 망(network)을 형성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를 과거와 현재의 문화 조류가 합류하는 그 기점에 놓이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문화적 색깔이 맞물려가는 교합의 시점에 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순간을 어떻게 잘 갈무리하는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 그것은 개인도 조직도 마찬가지다.

문화는 항상 변모하며 진전하는 다이내믹한 특징을 본질적으로 갖고 있다. 이 문화 요소가 한국으로 하여금 성장의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가 우리 사회 현상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놓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환경은 또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바로 문화감성의 소프트파워이다. 이것이 사회나 조직, 그리고 개인의 경쟁력이 되어 사회활동을 지배하고 있다. 나아가 개인 생활의 짜임새를 촘촘히 하고, 삶의 질을 윤기 나게 하는 효과적인 요소가 되었다.

현대는 문화적 감성교육의 CQ가 중요

지금 성공의 기본은 지능의 영특함이 아니다. 감성의 세밀함과 문화 감각의 정밀함이 더욱 돋보여야 하는 세상이다. 바야흐로 모든 일에 문화적 파워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처럼 아직도 강하고 센 행위가 이기는 경우가 많지만 잠시 잠깐이다. 이제는 부드럽고 유연한 행동이 승리하는 사회가 도래해 있다. 유대인을 세계적인 민족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발현시키는 탈무드 기반의 문화적 감성교육 때문이었다.

그래서 요즘 ‘문화지수(CQ)’개념이 뜨고 있다. 이 문화지수는 원래 글로벌 기업의 다문화 다민족 환경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화합을 이루는 지능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절대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다각화 다변화해짐에 따라 사회 계층과 집단 간의 이해, 신념, 관점, 철학, 방향이 다양해졌다. 이를 두루 아우르고 포용하면서 주어진 목표를 이루어 내야 하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조직의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구성원들과 융화하려면 바로 이 CQ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지난 경제성장 시대에는 두뇌지능(IQ)이 중심이었다. 그러다 근래에 들어 감성지수(EQ)가 중시되어 왔는데, 이제는 문화지수가 사회생활의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넓게 보면 감성과 문화는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감성을 좀 더 큰 시각으로 보면 문화적인 면으로 귀착이 된다. 본래적으로 인간은 문화감성의 환경에 친화적이게 되어 있다. 한 국가의 문화적 기반이 바로 그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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