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정치학도 "여소야대, 이념적 스펙트럼 넓혀 긍정평가"

▲ 본지는 2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왼쪽부터 진혜빈, 이민주, 박수희, 유정은)과 4.13 총선이후 펼쳐질 정국전망이이라는 주제로 특집좌담을 진행했다.(사진 최유희 기자)

[뉴스포스트=좌담회 진행 최병춘 취재팀장. 설석용 기자. 최유희 기자] 제20대 국회의 출발점인 4·13 총선이 '여소야대'의 결과로 막을 내렸다. 집권여당의 참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는 민의(民意)의 직접심판이자 준엄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총선 전 젊은 유권자들 역시 여권의 압승을 예상했기에 이번 총선 결과는 모두에게 놀라운 사실로 다가왔다.

본지는 총선이 끝난지 보름을 넘긴 지난 2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을 만나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으로 펼쳐질 20대 국회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여권의 지나친 계파 갈등을 문제로 꼽으면서도 분열된 야권 모습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특히 유권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기호에 맞는 선택이 가능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구도 타파에 대해서는 희망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섣부른 판단은 경계했다. 확실히 젊은 세대들의 정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좌담회를 통해 감지됐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좌담회 전문이다. 편의상 질문은 Q(Question)로 표기하고, 답변에 나선 학생들은 본인의 실명을 쓴다.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 있는지 되묻고 싶어
野, 확장된 정치이념 투표율 증가 효과로 이어져
지역구도 타파는 '시기상조' 그러나 희망적 전진
'안철수 신당'은 성공적, 분열된 내부결속 급선무


Q. 평소 우리나라 정치권에 대한 생각은? 이번 투표는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유정은(4학년)

유정은 - "평소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여당이 강압적으로 밀고나갔던 몇 가지 정책이 있었고 국민들의 여론이 수렴되지 않았다. 평소 정치에 참여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야당이 여당을 제지하지 못한다는 실망감에 단념을 하게 했던 총선이었던 것 같다. 평소 투표를 통해 정치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야권의 표가 나뉘긴 했어도 어느 정도 유권자들의 생각이 표현된 것 같다."

진혜빈 - "개인적으로 첫 투표였다. 설렘 속에 참여했다. 지방선거보다는 무게가 있는 투표라 고민을 많이 했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이 나와 각 다른 방향으로 공약을 제시하다보니, 대부분 야권 지지자들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지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현상이 흥미로웠다.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민주 - "한국 정치는 소수에게 가혹한 정치, 창의성이 떨어지는 정치라고 생각해왔다. 한국 정치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과정이 잘 자리 잡고 사회 지도층이 잘 이끌고 나왔다면...이번에 투표는 했지만 패배감을 안고 갔던 것 같다. 청년들은 대부분 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해 정신 차리고 밑바닥부터 티끌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박수희 - "우리나라 정치권에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가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는 게 정치인들인데, 성향에 맞는 정책을 내놓은 게 있는지가 의문이다. 시급한 대책에 대해서 개혁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진보,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면 보수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선거도 결과적으로 좋았지만 과정에서는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Q.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박수희(4학년)

박수희 -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윤상현 의원의 '욕설파문'이었다. 제가 봤을 때는 여당이 참패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친박계의 여당 장악력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수도권 보수지지층도 더민주로 이동했던 것 같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공천도 하지 않았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 갈등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다."

Q. 야권의 분열 속에 야당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요인은 무엇?

이민주 - "사실 새누리당이 참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야권의 승리도 아니라고 본다. 새누리당이 크게 의석수를 잃은 것도 아니다. 더민주의 의석 중에 국민의당이 가져간 것이 많다. 새누리당에서 더민주가 가져온 의석이 많았는데 결국, 더민주의 우클릭이 보수의 결집을 분산시킨 효과로 작용했다는 정도로만 판단한다.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보수의 이념이 진보 쪽으로 이동했다고 보진 않고, 야권이 단일화를 하지 않은 게 오히려 결정적인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줌으로써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열어줬다. 국민의당도 사실 더민주의 계파였다가 이념적으로 나오면서 정당이 됐다. 상대적으로 더민주는 보수이념 쪽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유권자가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 가를 분명히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더민주가 나름대로 수성을 한 것은 보수의 표를 가져온 것이고, 국민의당은 그 사이에서 나름 자리를 잘 잡았다. 단일화를 했다면 오히려 이런 결과도 얻지 못했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총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역구를 꼽는다면?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진혜빈(4학년)

진혜빈 - "저의 지역구인 은평구 갑을 꼽고 싶다. 흥미로웠던 점은 선거가 다가올 때까지도 공천이 확정되지 않아 5선이었던 이미경 의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단은 갑자기 공천에서 제외됐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누가 오는지도 관심사였다. 인권변호사였던 박주민 당선인이 공천을 받았을 때 당선될 수 있을지 의아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노동당 등이 나와 선거운동을 하는 데 상대적으로 야권 후보가 많아 단일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사전투표가 지나고 총선 직전에 야권 단일화를 했다. 결과적으로 박주민 당선인이 크게 승리했다. 이런 상황들이 흥미로웠고, 선거 이후에는 박주민 당선인이 살아왔던 환경이나 인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당선인이 앞으로 은평구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지 궁금하다."

유정은 - "여러 지역구 중에 마지막에 무공천 지역이 됐던 제 지역구인 송파을을 선택했다. 1번이 나오지 않고 예비후보로 나왔던 김영순 후보가 5번으로 나와 새누리당에 복당한다고 밝혔을 때 어떻게 표가 갈리게 될까가 궁금했다. 선거 전에는 김 후보가 앞서고 있었는데 연고가 없던 2번 최명길 후보가 당선됐다. 최 후보는 대전 유성갑에서 공천 탈락하고 전략공천 형태로 송파을에 출마했다. 연고가 없던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저는 유권자들의 정당심판론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박수희 - "저는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가 당선된 게 가장 흥미로웠다. 제가 부산 출신이라 영남 쪽에서는 1번(보수정당) 찍기로 유명한데, 대구하면 수성이라고 할 만큼 대구 정치의 중심에서 더민주가 당선됐다는 게 획기적이었다."

Q.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도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 대학생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나?

박수희 - "솔직히 우리나라의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주의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조부모님들은 역사를 거쳐 오면서 지역적인 사고방식이 자리 잡혀있다고 판단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완전히 지역주의가 깨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파란물결과 빨간물결이 혼합된 형태가 나왔을 텐데...그러지 않았다. 수성갑을 선택한 이유는 지역주의가 깨지진 않았지만 시초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후보 중에서 순천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도 놀라웠다."

이민주 - "지역주의 관련해서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은 재보선에서 당선돼 18개월 동안 순천과 여수를 가려고 비행기를 241번 탔다고 한다. 매일매일 내려가서 지역기반을 다졌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는 새누리의 비주류의 쇄신파라는 걸 굉장히 강조한다. 새누리에서 당선되서 쇄신을 하겠다,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는 새누리 쇄신파가 되겠다고 주장한다. 지금 한국의 정치나 경제 상태에 대해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은 나를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한 것 같다. 아직 지역구도가 깨졌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Q. 현재 20대들은 지역감정을 가지고 있나?

진혜빈 - "사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지역주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지역주의를 통해 누군가가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정치에서도 이런 현상이 잔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기회로 (지역주의가) 깨져야 한다'라고 얘기는 하지만, 누군가 계속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깨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더 크다."

박수희 - "저희는 '호남출신이다, 영남출신이다' 같은 말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나 지방에서 왔다' 정도로만 한다."

Q. 세대교체가 되면 지역주의가 좀 깨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박수희 -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왜냐하면 저희가 기득권층이 되면 상황이 또 달라질 거다. 악순환이지만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당선인이 있다면?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이민주(4학년)

이민주 -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종대 당선인과 지역구에는 강남을에 전현희 당선인이다. 국방부에서 김종대 당선인에 대한 전담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행정경력도 있고, 탄탄하게 미래를 갖추고 있는 전문가로 국방 쪽으로 많은 정책을 내놓을 것 같다. 그리고 전현희 당선인은 깜짝 당선이었던 것 같다.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인물의 당선이라 더 그런 거 같다. 당선인 인터뷰를 보고나니까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고도 판단됐다."

박수희 - "당연한 당선이지만 유승민 의원 이야기다. 보수의 진보라고 해야 하나? 합리적 보수...뭔가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는 시초가 된 것 같다."

Q. 국민의당의 녹색바람이 주목받고 있다. 더민주가 '호남 지키기에' 실패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 바람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가?

유정은 - "국민의당이 비례 의석을 많이 얻었는데 잘 해서 나온 결과라고 보지 않는다. 새로운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었던 것 같다. 지역구의 대표성은 좀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정당에 투표를 한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바람을 일으킬 거라는 판단은 조금 이른 것 같다. 정당 성형의 기반을 잡기 전인 것 같다. 앞으로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안철수 신당, 안철수 행보의 중간평가를 해본다면?

박수희 - "중간평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석을 차지한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호남 의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한계인 것 같다. 근데 정당투표율이 높았다는 게 호평할 만하다. 또 총선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의석수가 얼마 차이 나지 않아 캐스팅보트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게 놀랍다. 창당 두 달여 만에 내놓은 성과라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출발이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야권 내 계파갈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민주 - "신당으로 당장은 성공이라고 보지만 국민의당 자체가 인물이나, 정책 부분에서 더민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정도 의석도 못얻었다면 실패한 셈이고, 수성했다 정도로 판단된다. 앞으로 국민의당은 의회 내에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일해야 한다. 문제는 더민주에 있을 때의 계파가 옮겨온 인물들이 비슷한 정책을 펼친다면 신당으로서 크게 다른 것이 없이 국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할 것 같다. 내부 갈등이 더민주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의 내부결속을 통해 제3당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하는 게 숙제다."

▲ 본지는 2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도들을 만나 대학생 특집 좌담회를 진행했다.(사진=최유희 기자)

Q.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혜빈 - "조금 회의적이다. 국민의당의 성공도 맞고 나름 선방해 많은 가능성을 가진 정당임은 인정한다. 앞으로 잘 다뤄야 하는 두 가지가 내부 계파 갈등 조정과 정책적으로 당 정체성을 잘 찾느냐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당 차원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는 점은 알겠지만 지도부가 된 데에 대해서는 '조금 위험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은 트러블을 일으킬 수 가능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갈등들을 어떻게 조정해서 당을 이끌어나갈지에 가장 관심이 간다."

이민주 - "다른 당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비슷한 정치이력을 가진 당선인들이 원내대표들이 돼야 될 텐데...'과연 다른 당에서 그 정도의 이력을 가진 인물이면서 당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유승민 의원의 화려한 귀환이 되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된다. 아무튼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정치인이니까 비합리적으로 이끌어가진 않을 것 같다. (20대 국회에서 3당의) 재밌는 싸움이 될 것 같다."

박수희 - "아직 가늠할 수가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인 것 같다. 색깔이 너무 강해서 (국민의당 내부에서) 통합된 내용이 나오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아직 국민의당의 방향성이 정확해지지 않은 시점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타 당 대표들과 어떻게 교섭하고 협력해 나갈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인 것 같다."  

 

진행 - 최병춘 기자/설석용 기자
정리 - 설석용 기자
사진 - 최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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