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포스트>는 2일 이화여대를 찾아 정치외교학과 학생들과 4·13 총선 이후 정국에 대한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사진=최유희 기자)

차기 대권 뚜렷한 후보 없어...반기문.유승민 등 가시권

[뉴스포스트=좌담회 진행 최병춘 취재팀장. 설석용 기자. 최유희 기자] 여소야대(與小野大)국면으로 접어든 20대 국회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줄 거라는 청년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당 체제가 시작하면서 정당들의 각축전이 예상되지만 한국 정치가 새롭게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크다.

이들은 정당정치로 이뤄지는 기존 정치권이 이를 탈피하지 않는다면 지난 19대 국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 정당들의 개혁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수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한국 정치의 쏠림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정당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고민도 함께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보여줬듯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펼쳐지길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이화여대 정치외교학도들이 본지와 나눈 토론 좌담회 내용이다.


20대 국회, 폭 넓은 의견 수렴 기대
정당정치 탈피 급선무, 일말의 희망
朴정부, 책임회피 다소 아쉬운 부분


Q. 총선 이후 정치권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대 국회에서 비춰질 정치권은 모습은?

진혜빈 - "한국 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권력이 특정집단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정부에서 말하는 국가재난상황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사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많다. 20대 국회에서는 여러 정당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이런 현상이 줄어들 거 같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냥 싸움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정당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조금 더 폭넓게 수렴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거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 정치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민주 - "어느 당선자가 인터뷰를 통해 '가장 국회다운 국회가 나올 겁니다'라고 말한 걸 봤다. 뽑힐 만한 사람이 다 뽑혔다는 분석인 것 같다. 당선자들이 다원화된 구성으로 있다는 건 민주주의의 다원적 가치가 더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알고 있고 투표로 표현한 총선이었다. 상대적으로 청와대와의 갈등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법률안 거부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과의 마찰에서 국민의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국회 자체가 권력 분립을 지켜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박수희 - "우리나라는 정당색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시급한 사안에 대해 계파 갈등과 내부 잡음에 부딪혀 국회의원들이 정당한 발언을 할 수 있을까가 걱정된다. 또 3당이 여소야대라고 해도, 야당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합의의 정치가 실현될 그림이 갖춰졌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유정은 - "다선 의원이 많이 낙선하면서 새롭게 물갈이가 됐다고는 하지만 정치신인들이 기존의 정당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상 20대 국회도 19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긍정적이진 않지만 일말의 희망을 봤다는 정도로 판단한다."

▲ 2일 대학생 특집 좌담회에 참여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박수희(우)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최유희 기자)

Q. 새누리당 총선 참패로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조기화되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평가와 임기 후반을 예상한다면?

유정은 -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던 이유는 정치적 배경이 어쩔 수없이 포함됐던 것 같다. 정책적으로 다소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박수희 - "세월호 사태 등을 보면서 확실한 결정력을 잘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이 아쉬웠다. 조금 회피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제왕적인 느낌을 받았지만 결국 결단력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책임회피론이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진혜빈 - "박근혜정부의 지난 평가에 대해서는 제왕적대통령제의 전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성공단만 하더라도 참모진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추구하고자 하는 건 독단적으로 시행한 것 같다. 문제는 독단적인 결정에 따라 나오는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데 그런 사례가 없는 것 같다. 되돌아보면 박근혜정부가 무엇 성공했느냐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정치인으로 과연 이뤄논 결과가 있느냐로 봤을 때는 회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깨지지 않는 지지율이었는데 최근 추락세다. 따라서 레임덕이 빨리질 거 같다."

박수희 - "첨언하자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리더로서 감정적인 발언이 합리적이지 않다.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현대에서 비이성적인 정치는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민주 - "새누리당 내부에서 정부에 대한 충분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당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실패요인인 것 같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는 올바른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없었다는 게 문제다. 정부의 독단적 정책들에 대해서 (새누리당의) 누구도 지적을 하지 않았다.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새누리당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기 대권 주자 아직 눈에 안 띄어
한국 정치, '보수의 기울어진 운동장'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다가오길


Q.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

유정은 - "지금까지는 뭔가 뚜렷한 지도력을 보이는 대선 후보가 없는 것 같다. 지난 대선을 보면 약간 카리스마적 히스토리가 있는 후보들이 당선이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진혜빈 - "한 명을 딱 꼽긴 힘들다. 대선까지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야권에는 주자들이 많고 새누리당 쪽에는 인물이 많이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권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그나마 대선 후보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야권에서는 아직은 다 비슷해보여 두드러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아주 치열할 거라고는 생각한다."

이민주 - "요즘 어대반(어차피 대통령은 반기문)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다. 반기문 총장이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건 아직 단점이 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승민이나 안철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약점이 나타난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시장 등이 언급되는데 그 후보군은 모두 리더십의 한계 등 반대 세력이 있는 인물들인 반면 반기문 총장은 약간은 빗겨나 있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국제적 감각을 가진 지도자가 없었다는 부분이 장점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 지금으로써는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수희 - "예전 안철수 의원이 등장했을 때 기대를 가졌지만 이후 사실 엄청 실망했다. 그런 일이 또 나타날까봐 걱정된다. 반기문 총장이 장관은 지내셨지만 국회의원을 한 적이 없어서 아직 제대로 평가를 받지 않았다. 정치력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 외교와 정치는 다르다고 판단해서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건 분명 약점이다. 반기문 총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것 또한 엄청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대선까지 1년 6개월 남았는데 돌아와 정치력을 검증받을 기간으로도 짧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딱 한 명의 후보를 선택하기는 힘든 것 같다."

▲ 본지는 2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도들을 만나 4·13 총선 이후 정국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민주(좌) 학생은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질 20대 국회를 조망하고 있다.(사진=최유희 기자)

Q. 이번 총선에서 젊은 청년(대학생)들의 투표 참여도는 어느 정도였나?

진혜빈 - "야권에 대해서 분열된 게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영향을 미쳤고, 자연스럽게 공약도 그에 맞게 다양해졌다. 유권자들 역시 기호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할지 말지가 결정됐다고 볼 순 없지만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했던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청년들이 조금 진보성향이 많은데, 자신의 지향점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이 7%정도 높아진 걸로 알고 있다. 나름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는데, 유권자들이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다. 정치가 좀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면 참여도는 점점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박수희 - "지방사람이라 부재자 투표를 했어야 했는데, 사전투표제를 도입하면서 투표율이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진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데 대해 높게 평가한다."

이민주 - "젊은 세대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무한경쟁에 너무 내몰려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 젊은 세대의 과제인데, 이런 경쟁을 밟고 일어나야 한다는 게 2~30년 응축되다보니 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던 것 같다. 청년층이 있는 최대한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외면당했는데 그들이 성인이 돼서 투표권을 행사한 거라고 생각한다."

Q. 기득권에서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유정은 - "제 생각으로 20대가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건, 20대는 투표로 인해 당장 인생에서 달라질 게 없다. 회의적인 부분 때문에 투표율이 낮았던 것 같다. 2~30대들이 진보성향이 더 많은데, 자기만의 기호를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고 이번 총선에서 내 의견이 반영이 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 표는 하나지만 모이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커져서 앞으로는 젊은 세대들의 투표율이 점점 더 높아질 거로 보인다. 정책적인 면에서도 20대를 위한 정책이 많이 등장할 거 같다."

Q. 마지막으로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진혜빈 - "고치고 싶은 점과 바라는 점이 같다. 가장 안타까웠던 게 더민주가 선방을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담았는지가 의문스러웠다. 청년비례 선정과정이 굉장히 불합리했다. 공천과정에서 형식적인 모습만 보여줬다. 지난 총선에 비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가 궁금하다. 이번에 청년들에 대한 공약을 많이 언급했는데 앞으로 잘 시행될지 관심이 간다."

이민주 -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보수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진보정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정당에서도 진보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감시력이 커졌기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 1조를 항상 외우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나름은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앞으로 20대 국회에서도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신뢰와 정의는 뒤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박수희 - "국민들에게 신뢰를 줬으면 좋겠다. 신뢰가 정책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법제화되고 하나의 프레임이 되기 때문에, 정말 민심을 위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개혁될 수도 있고 청년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얻고, 퇴직 이후엔 노후를 생각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유정은 -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공천제의 개선이다. 공천제에 의해서 당 대표가 인물을 선발하고 이로 인해 계파가 나뉘는 데. 원인은 공천제라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부터는 국민경선제 등을 도입해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 – 최병춘 기자/설석용 기자
정리 – 설석용 기자
   사진 – 최유희 기자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