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21세기를 맞기 전이었다.

우리는 인간 문명이 가져온 최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조차 세기의 전환을 읽어내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것이 이른바 밀레니움 버그의 홍역이었다.

당시 우리는 21세기가 되면 마치 신천지가 전개될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그러면서 우리 생활에 무언가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현상이 벌어질 것처럼 기대와 우려를 가졌었다.

그러나 20세기와 21세기는 인간이 만든 물리적 구분이었을 뿐 시간은 여전히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다. 단지 그 세기를 분기점으로 하여 우리는 21세기를 아날로그 시대와, 21세기를 디지털 시대로 나누고 있다.

나아가 새로운 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규정짓고 있다. 그 21세기 디지털이 중심이 되어 질주하는 시대가 우리 삶의 속도감을 바꾸어 놓고 있다.

원래 인간이 동물계의 다른 종(種)과 가장 두드러지게 구분되는 것이 생각하고 말하는 호모사피엔스였다. 거기에서 기술을 발명하여 도구를 쓸 줄 아는 호모파베르로 변모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내었다. 이것이 오늘에 와서 디지털 기술이라는 꽃을 피운 것이다.

'지구촌‘에서 ’세계사회‘로 변환

그 결과 첨단의 기계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현상 가운데에서 세상의 흐름을 읽었던 현대 사상가이자 문명비평가였던 마샬 맥루한이 있다.

1960년대 중반 그는 세계를 일방향성의 단순한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세계가 국경을 초월한, 말하자면 역동적이며 인터렉티브한 하나의 ’세계사회(world society)‘가 된 것은 그 후 멀지 않아서이다.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이 국가별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계를 넘어 상호 밀접한 관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서로가 영향을 주며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세계화 ․ 국제화의 초국가적 환경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맥루한은 이미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 네트워크가 21세기 인류의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임을 예견하였었다.

이 변화는 이미 20세기에서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해 21세기 들어 엄청난 가속도가 붙고 있다. 벌써 그때부터서 문명의 발달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속도는 안정적인 계량 작업이 쉽지 않을 정도다.

특히 엄청난 정보와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시간이 부족한 사회가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더욱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시간은 부족한데 지식은 넘쳐나고 있다.

현대인들이 당면한 ‘지식부족사회’

‘시간부족사회’란 축적된 정보와 실시간으로 변하는 기술을 소화해내기 위해 시간에 쫓기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경험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다른 어떤 자원보다도 시간이 귀해지는 것이 사회적 특징이 되었다.

이를 두고 「세계미래회의(WFS)」의 티머시 맥 회장은 일찍부터 앞으로 갈수록 더욱더 시간부족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는 한정된 시간에 처리할 정보가 너무 많아 시간이 돈보다 값진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대다수 사람들은 지적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다음 사회는 지식 사회일 것이다. 지식이 사회의 핵심자원이 되며, 지식근로자가 노동력 가운데 지배적인 집단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1990년대 후반에 들면서 “노동인구의 대부분이 이미 지식을 가공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요즘 방대한 지식을 유효적절하게 가공하여 활용하는 지식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전문 직종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 현대인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가공해서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어야만 하게 되었다.

앨빈 토플러,“시간의 요소가 가장 중요”

역사에서 지식의 총량은 100년마다 2배씩 증가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를 맞아 그 주기가 짧아져 현재는 그 주기가 13개월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2030년이 되면 지식의 총량은 3일마다 두 배 씩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엄청난 량의 지식 생산으로 이제 과거의 지식은 유효하지 않다. 결국 누가 먼저 신지식을 활용하여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는가가 능력이 되는 시대가 되어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게는‘쉽게 사라져 소멸되는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공통된 과제가 되었다. 그러한 다급함은 현대인들에게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물과 같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앞으로 미래는 더욱 시간이 빨라지게 된다. 그런 만큼 그 값어치 또한 더욱 증대하게 되어 있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사회에서 시간이라는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그는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근본적인 가치기준을 시간, 공간, 지식으로 꼽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간을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세월의 빠름이란 단순한 물리적 느낌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즉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를 둘러싼 문화적 환경이 우리로 하여금 시계의 초침이 빨라지고, 하루해가 짧아진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빠름이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자세가 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각자 활동에서 성과를 올리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하고 합리화하는 방법과 지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