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이어 김준기 회장도 부당이득 의혹, 부실 경영책임 불구 이익 챙기기 급급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스홀딩스 회장)에 이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까지 기업 리더들이 ‘먹튀’ 의혹이 이어지면서 재벌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두 오너들은 부실 경영의 책임자이면서도 비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위기의 기업을 위해 사재출연을 해도 시원치 않을 오너들이 잇달아 개인적 욕심을 앞세워 기본적 의무마저 져버리는 행태라는 비판을 쏟아지면서 재벌가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2014년말 동부건설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앞두고 차명 보유 주식 수십만주를 처분했다는 의혹이 결국 수사대상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8일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김 회장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주식 매도와 관련한 미공개정보이용 혐의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동부그룹 계열사 4개사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차명 보유 및 매도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검찰 조사에 맡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후 검찰 수사가 예정 돼 있는 사안인 만큼 금융위 차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지만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가 상당히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평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4개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김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차명주식 흔적이 발견됐다.

문제는 자금사정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직전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김 회장은 2014년 12월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두 달 전쯤인 10월에 차명 주식 62만주(1.24%·약 7억3000만원)를 처분했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차명 주식을 처분해 3억여원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히 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동부건설 주식 처분 시점이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넘어간 2014년 12월말보다 한달 가량 앞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이 당시 처분한 동부건설 주식은 62만주로, 당시 시세로는 7억~8억원 수준이다. 그해 11월 1300원대이던 주가는 이듬해 1월 800원대로 추락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 2011년 김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 사실을 알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이 차명 주식 보유했던 사실을 인정하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해 이득을 챙겼다는 점은 부인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2014년 11월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이에 앞서 같은 해 10월에 차명주식을 모두 매각했던 게 오해가 있는 거 같다”고 해명했다.

동부그룹 관게자는 “당시 매각한 차명주식 규모는 수억원대에 불과하다”며 “의심을 받고 있지만 그룹은 그해 말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동부건설을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살리려고 끝까지 노력하던 김 회장이 고작 수억원의 손실을 피하려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액배당 논란까지, 재기 움직임 ‘찬물’

여기에 김 회장 일가족이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당시 그룹 계열사로부터 1000억원대의 고액 배당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과 가족 등 4명이 2011년~2015년까지 5년 동안 동부화재 등 그룹 계열사에서 받은 연말 결산 배당금이 111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그룹의 유동성위기가 절정을 달릴 무렵인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김 회장 가족이 받은 배당금 총액은 470억원이었다.

동부그룹은 동부건설, 동부제철 등 핵심 제조업 계열사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매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과 가족은 동부화재, 동부증권 등 금융 중심의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 제조업 계열사 대부분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 7.87%,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과 딸 주원 씨가 각각 14.06%, 4.07%의 지분을 갖는 등 제조계열사들을 잃으면서 현재는 동부화재와 동부증권이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남아 있다.

구조조정으로 그룹의 외형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에 거액배당이 이뤄진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동부그룹은 “김 회장이 경영실적이 양호한 금융계열사에 국한해서 배당금을 받았고 배당금 대부분은 제조 계열사 구조조정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의 재기 행보도 제동이 걸렸다. 또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재출연 등 그동안 김 회장의 기업 살리기 행보도 빛이 바래졌다.

특히 동부그룹이 2년여에 걸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주요 계열사의 실적개선이 이루지고 있는 시점에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4월 동부팜한농을 LG화학에 매각한 것을 끝으로 사실상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과 동부하이텍을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으로 그룹이 재편됐다.

전자부문 5개 계열사 모두 흑자전환하는 등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화재는 1분기 2조8천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천28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6개 금융계열사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하이텍을 비롯한 전자부문 5개 계열사는 지난해 모두 흑자로 전환했고 올 1분기까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과정에서 김 회장은 2009년 사재 3천500억원을 출연했다.

지난 2013년 동부그룹에 편입된 동부대우전자(전 대우전자)도 신흥국 시장 침체 속에서도 3년째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 3천700억원의 매출과 3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LED조명업체인 동부라이텍도 작년 848억원의 매출과 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제조분야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IT 사업에 주력하는 ㈜동부도 1분기 매출 457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56.2%로 전년 동기(102.4%) 대비 절반 정도로 낮췄다. 2014년 한때 차입금 2천700억원, 부채비율 200%를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개선됐다.

▲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스홀딩스 회장)

‘부실 책임’ 최은영 회장, 무책임 주식 매각

이 같은 총수 먹튀 논란은 최은영 회장의 부당이득 의혹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생존을 위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보유했던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분을 샀다.

최 회장과 두 딸은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약 27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보유 주식 96만7927주를 모두 팔았다.

한진해운은 이틀뒤인 지난달 22일 장 마감 후 자율협약을 신청, 최 회장 일가는 이 과정에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최 회장이 약 10억원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 관계자로부터 주식을 매각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보고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지난 11일 최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7~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폰, 서류 등을 통해 이같은 정황을 포착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관계자로부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이고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전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데는 최 회장이 불과 얼마전만해도 한진해운을 이끌었던 리더로서 기업의 경영 악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남편 조수호 회장이 숨진 뒤 2007년부터 한진해운 회장으로서 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불거진 해운업의 장기 불황이 더해지면서 한진해운의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결국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직·간접적 자금 지원을 받다가 2014년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로 경영권을 넘겼다.

조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단기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뿐 결국 악화된 재무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채권단과의 자율협악을 통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됐다.

그 사이 최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개명하고 외식업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주식매각 시점에 채권단은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최 회장의 사재출연 가능성 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에 앞서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은 한국 경제가 기업구조조정 태풍의 한 가운데 있는 상황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오너들의 꼼수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법규위반이나 모럴해저드 상황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너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연이어 세상에 공개되자 자본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오너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대주주와 일반 투자자간의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내부 정보를 가진 대주주가 일반 주주의 부를 빼앗아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부당이득은 결국 환수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오너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며 “불공정 거래를 통한 부당 이득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서 강력한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적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할 때”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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