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마비 우려도 나와...박 대통령 반응 주목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365일 청문회가 가능하게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견제 기능강화와 행정부 마비에 대한 우려로 나뉘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재석 222인 가운데 찬성 117인, 반대 79인, 기권 26인으로 가결됐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 외에도 법률안 심사를 위해 위원회 의결 또는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주요 현안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위원회 의결이 있을 때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정부여당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견제와 예방 기능이 강화된 셈이다. 3분의 1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어 수시로 청문회 요청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국회와 행정부 모두 마비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권과 야권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靑, '상시 청문회법' 논란...아직 유보적 입장

'상시 청문회법' 본회의 통과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과 관련해서 청와대는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나섰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아직 어떻게 한다고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법'이 통과되자 청와대는 "행정부 마비시켜 국정의 발목을 잡는 법"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정 대변인은 "국회법과 관련해서는 제가 알기로는 어떠한 입장 같은 것도 결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법이 오늘 정부로 이송된다고 하니까 두고 보자"며 "법적으로 (검토를 위한) 정해진 시간이 있지 않냐. (정부로 이송돼) 오면 법제처에서 검토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은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의 수정·변경권을 대폭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처음 행사했다. 이른바 '유승민 파동'은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로 이어졌고 파급효과는 이번 총선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르다. 여소야대 국면의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야권과 전면 대치모드를 벌이기란 쉽지 않다. 자칫 레임덕 압박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사안이 쉽지 않은 만큼 25일 시작되는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결정할 거란 전망이다.

반면, 일부 여권에서는 '상시 청문회법'을 요청할 수 있는 3분의 1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쌍방 보이콧으로 국회가 자칫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여야 '상시 청문회법' 놓고 첨예한 갈등 고조

여야의 반응은 역시나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을 동의하는 새누리당과 국회 입법의 자주권, 입법기능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갈등 양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9대 국회가 사실상 끝나면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논쟁은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여야는 대립은 20대 국회에서 불이 붙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거부권의 어감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앞에 있는 거부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단어 때문에 그런데 뒤에 붙은 권리의 권자를 생각하면 떳떳한 권리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 것"이라고 청와대를 옹호했다.

민 대변인은 "어제 정 원내대표께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금기시 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는데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저희들은 개원과 동시에 법 개정 등 재검토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종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 청문회를 남발하거나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을 때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문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게 되면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뿐만이 아니고 본회의 파행이 반복돼서 또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상임위 중심 청문회가 활성화돼 있다는 지적에는 "미국에는 우리에게 있는 국정감사는 없다. 또 목적, 범위를 명문화해 정쟁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고 있다"며 "아직 그런 청문회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충분히 청문회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우상후 더민주 원내대표는 "의회에 계신 분들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에 그 말이 맞다고 동조하는 게 더 황당하다"며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를 금기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새누리당을 겨냥해 "자기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데 내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소하면서 박수를 치는 게 더 이상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를 겨냥해선 "국회 상임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인데 대통령이 행정부나 잘 운영하시지 왜 국회를 운영하는 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느니 뭐니 이렇게 난리를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이런 것으로 난리를 치는지. 청와대가 나서서 국회 운영에 발목을 잡겠단 소린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상임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하나하나 다 본인이 결정해주겠다는 소린데 그걸 어떻게 의회에서 이해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거부권을 운운하거나 재개정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앞당겨 걱정할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존 국회법에서도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가능했다, 법을 새로 만드는 제정법의 경우 상임위 차원에서 반드시 청문회를 거치게 돼 있다"며 "그럼에도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것은 일하는 국회를 위한 한 걸음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1년 내내 언제든 국민의 삶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생 중심의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 상임위가 늘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에서 소위원회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현안을 다루고,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 문제 같은 민생 문제를 즉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청문회에 관해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며 "그것은 문제를 만드는 국회, 서로 반대만 하는 국회의 경험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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