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입법기능 강화vs 黨靑 행정부 마비 공방 '폭발'

▲ 황교안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날 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법',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제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청문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27일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해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정부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가 날치기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불편한 국회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개원 직전에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으로 20대 국회에서 재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새누리당과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야권의 전면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한나라당이 발의했던 청문회 확대와 기능 강화를 위한 법률안 개정안을 언급하며 거부권 행사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다음달 7일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여야는 20대 국회 첫 본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야권의 '입법기능 강화' 입장과 여권의 '행정부 마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전초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20대 국회 '협치' 사실상 무산돼
'상시 청문회법' 통과 與野 논란 가속화


◆ 정치권의 '협동정치' 이미 무산 시각 거세

여야 원내지도부 구성이 완료되고 정치권에서는 '협치'에 대한 강조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펼쳐지는 3당체제에서 협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는 하나 무조건적인 갑의 입장은 절대 아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확실히 반대 노선을 보이고 있지만 협치가 부상하면 언제든 협의는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치는 3당의 줄다리기를 더 팽팽하게 만들 것이다. 사실상 협치가 현실 정치에서 가능할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거리도 남는다. 20년 전 제1세대 3당 시대의 결말을 보면 협치가 쉽지 않다는 건 판명 난 셈이다.

이번 5·18 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에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 결정을 한 것도 이미 협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각 정당 정책위의장단은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첫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야권의 우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니라 현행대로 합창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밝히고 18일 당일 실행에 옮겼다. 박 대통령이 국론분열을 우려하며 합의점을 도출을 예고했지만 보훈처의 결정은 달랐다.

이에 야권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결의안을 언급하는 등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처장이 박 대통령의 뜻을 거부했거나, 박 대통령이 입장을 번복했을 거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이 전자에 힘을 더 싣는 이유는 후자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고, 표면적으로 전자에 대한 책임 추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는 협치보다는 통치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협치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동참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논란을 통해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확인됐다는 해석이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상시 청문회법' 국회 통과 문제점 논란

20대 국회에서도 정부와 국회의 협치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이어 '상시 청문회법'을 놓고 정부와 야당의 기 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 통과돼 사실상 365일 청문회가 가능하게 됐다.

이날 재석 222인 가운데 찬성 117인, 반대 79인, 기권 26인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 외에도 법률안 심사를 위해 위원회 의결 또는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주요 현안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위원회 의결이 있을 때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

야권에서는 정부여당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견제와 예방 기능이 강화된 셈이다. 3분의 1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어 수시로 청문회 요청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국회와 행정부 모두 마비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23일 KBS라디오에 출연, "거부권의 어감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앞에 있는 거부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단어 때문에 그런데 뒤에 붙은 권리의 권자를 생각하면 떳떳한 권리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 것"이라고 청와대를 옹호했다.

민 대변인은 "어제 정 원내대표께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금기시 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는데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저희들은 개원과 동시에 법 개정 등 재검토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종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 청문회를 남발하거나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을 때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문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게 되면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뿐만이 아니고 본회의 파행이 반복돼서 또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상임위 중심 청문회가 활성화돼 있다는 지적에는 "미국에는 우리에게 있는 국정감사는 없다. 또 목적, 범위를 명문화해 정쟁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고 있다"며 "아직 그런 청문회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충분히 청문회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우상후 더민주 원내대표는 "의회에 계신 분들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에 그 말이 맞다고 동조하는 게 더 황당하다"며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를 금기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새누리당을 겨냥해 "자기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데 내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소하면서 박수를 치는 게 더 이상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를 겨냥해선 "국회 상임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인데 대통령이 행정부나 잘 운영하시지 왜 국회를 운영하는 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느니 뭐니 이렇게 난리를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이런 것으로 난리를 치는지. 청와대가 나서서 국회 운영에 발목을 잡겠단 소린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상임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하나하나 다 본인이 결정해주겠다는 소린데 그걸 어떻게 의회에서 이해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상시 청문회법'을 요청할 수 있는 3분의 1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쌍방 보이콧으로 국회가 자칫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 황교안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국무의원들과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황교안, 긴급 국무회의 주재...거부권 행사
朴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 재가
더민주·국당 '상시 청문회법' 재추대 방침


◆ 황 총리, '상시 청문회법' 재의 요구안 심의·의결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귀국시점에 주목하고 있던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는 27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해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再議) 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황 총리는 회의 직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입법부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예산심의권,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등 여러 권능이 있지만 이는 행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둔 것이지 거기에서 나아가 행정부가 일하는 과정 전반을 하나하나 국회가 통제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총리는 "국정조사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재판 및 수사에의 관여,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이 결과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며 "나아가서 청문회 개최 여부도 국정조사와 달리 상임위 또는 소위 의결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헌법상 국정조사제도가 유명무실화 될 우려마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무원들은 방대한 자료 제출이나 증인 출석 등 많은 부담을 안게 돼 결국 행정부의 업무 마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상시 청문회는 사업자 선정이나 국책사업 입지 결정 등 행정 행위의 중립성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대다수 정부 부처가 세종시에 있고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현 상황에서 상임위 또는 많은 수의 소위에서까지 청문회가 상시화되면 국회 출장 등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이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며 "세종시와 국회를 한번 오가는 데에만 4~5시간이 소요되고, 청문회를 준비하는 시간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인과 일반인들도 상시 청문회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 사생활까지 침해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많다. 과거 사례만 봐도 기업인들에 대한 과도한 증인 채택, 장시간 대기, 아무런 질의 없이 귀가하는 사례 등이 많았다. 앞으로도 이런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황 총리는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이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정상적 감시·견제 수준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돼 불가피하게 정부의 의견을 내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정부는 국회의 국정감사, 국정조사, 대정부질문 등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제도를 통해 국회의 감시와 견제 하에 바르고 원활한 국정을 수행해 나가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더민주·국당 반발...黨靑 vs 野 전면전 가시화

정부가 갑작스럽게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데 따라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됐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야당은 20대 국회로 자동 이월돼 여기서 본회의를 열어 재추대하겠다며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고 "지난번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3당 수석 부대표들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전격적으로 상정해서 처리를 유도했던 것이고 정부로서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재의 요구한 것"이라며 "그 재의 요구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해석에 이견 있을 수 있다. 한쪽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됐기 때문에 19대 국회 내 재의결을 안 하면 폐기된 것으로 본다. 다른 한쪽은 법안의 연속성 측면에서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다고 보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것의 귀책사유가 19대 국회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야3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앞서 지난 25일 "과거에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당시 야당 한나라당은 이번 개정법률보다 훨씬 더 청문회를 확대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일도 있다"고 상기시키며 "새누리당은 이번 개정법률안의 심사과정에서, 상임위에서나 법사위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이 점만을 보더라도 이번 개정법률에 문제가 없음이 분명하다"고 정부의 거부권에 강행 오류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이후 곧바로 전자결재를 통해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임기 중 두 번째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치권은 '상시 청문회법' 재추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야권은 언제든 보이콧이 가능한 상황이다. 야권의 반발로 임기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과 야권의 20대 국회 제1차 전면전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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