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출신 경제통 ‘제2의 김기식’ 꿈꿔

▲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뉴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뉴스포스트)

국민의당 비례 6번으로 국회 입성 성공
정치 입문 안철수 경제 자문 맡은게 동기
재야시절 ‘기업규제강화.구조개혁’ 주장

[인터뷰 진행=뉴스포스트 설석용. 최병춘 기자] 제20대 국회가 문을 연지 이틀째 되던 지난달 31일, 의원회관은 아직도 이사가 끝나지 않아 분주했다. 19대를 마치고 20대 국회로 새롭게 진입하는 시기라 들고나는 의원들로 의원회관은 복작댔다.

본지는 개원에 맞춰 국회 입성에 성공한 국민의당 초선 채이배 의원(41.사진)을 그의 사무실인 633호실에서 만났다. 그는 회계사 출신의 경제전문가로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정치인의 삶을 선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경제 자문으로도 활약했던 그는 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본격 시작을 알리며 ‘제2의 김기식 의원’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채 의원은 재야 시절부터 기업의 규제강화와 구조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그런 만큼 ‘일감몰아주기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전문가답게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밥 값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게 목표다. 국민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는 직업이지만, ‘채이배는 일 하더라’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주 1회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신인 정치인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졌다. 다음은 채이배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먼저 당선을 축하한다. 국회의원으로 배지를 단 소감은?
“제가 국회로 오기 전부터 경제개혁, 재벌개혁 관련 활동을 해왔었다. 특별하게 국회의원이 됐다기보다는 직장이 국회로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분들이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당에서도 계속 ‘욕먹지 말고 칭찬받는 정치인이 돼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밥 값하는 정치 제대로 하면 인정해주시리라 믿고 (정치를) 시작한다.”

▲ 회계사 출신이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18년 동안 제가 해왔던 일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다. 맨 처음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 운동을 하면서 기업의 재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용어도 처음 사용했고, 소액주주권을 이용해서 기업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시민운동의 장을 열었다. 미흡하지만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 2012년 경제활성화라는 큰 화두 속에 같이 맞물려왔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게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였다. 우리나라 근로자 88%가 중소기업에 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주장한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저가 그 부분에 대해 정책적인 해결방안과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것을 국민의당에서 인정을 해주신 것 같다.”

▲ 국민의당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가 궁금하다?
“1998년 학교에서 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무렵, 장하성 교수 수업을 들었다. 당시 장하성 교수님이 삼성전자 주주총회 참석해서 재벌들과 일전을 시작하실 때였다. 수업시간에 관련 얘길 듣고 ‘내가 회계사가 돼서 전문성을 갖고 저런 일이 참여하면 정말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계기로 장하성 교수와 인연이 됐고,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 운동 시민운동을 했다. 2012년 안철수 대표 대선캠프에서 장하성 교수가 정책본부장을 맡았을 때 제가 따라갔었다. 장하성 교수를 보좌하는 역할도 하고 캠프 내에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와 인연이 시작됐다. 그 이후에 안 대표가 국회의원이 되시고 나서 정책적 자문을 해드리고, ‘정책 네트워크 내일’이라는 정책연구소에서 경제공부모임을 하곤 했었다.”

▲ 국민의당 비례대표 6번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언론에서 비례 5번 정도의 당선가능성을 예상했는데, 당시 심경은?
“당선됐을 때보다 6번 받았을 때가 더 기뻤다. 그렇게 앞 번호를 받을지 몰랐다. 그때 당시 ‘6번 정도는 당선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당의 결정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고 8번에서 10번까지 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서 막상 당선됐을 때 감흥이 조금 덜 한 건 사실이었다.(웃음)”

▲ 비례대표 순번을 받고 선거운동을 했는지? 호남 바람에 대해서 느껴봤나?
“한 가지 일화를 얘기하면 지난 2월 4일에 안철수·천정배·장하성 이 세 분이 광주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그 당시 지역민들이 너무 안오셔서 분위기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창당 이틀 뒤였다. 근데 선거 전날 광주에서 유세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하면 지나가시는 분들이 모두 손을 흔들어주셔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가 ‘바람’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 정치인의 삶을 시작했다. 정치적 포부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대학 때부터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사실 사회적 약자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또는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들을 일컬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을 보고 공부를 해왔다. 주식 시장은 돈 많은 사람들이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도 소외되는 사람이 있더라.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소외라는 공간이 있고, 결국 그 부분이 사회적 약자다. 그 분들이 원래 그 분들의 몫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몫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시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소액주주 운동은 저한테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국 재벌 대기업에 투자한 주주인데 모든 의사결정은 단 몇 프로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들에 의해 이뤄지고 나머지 주주들은 오히려 그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자신들의 부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전혀 자기가 컨트롤할 수 없게 돼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 약자, 소회된 사람들이 자기 몫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싶다.”

▲ 초선의원으로서 정치적 롤 모델은? 
“아직 정치인들을 잘 몰라서 특별히 생각해보진 않았다. 다만 많이 접해본 분들 중에서 생각해보면 (제가) ‘제2의 김기식’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김기식 의원님은 제가 참여연대에 처음 갔을 때 만났던 선배이시다. 소액주주 운동을 같이 하셨고, 지난 4년 동안 의정생활을 하셨을 때 제가 있던 경제개혁연구소와 많이 협업을 하셨다. 굉장히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신 모습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 최근에 김성식 (정책위)의장님 잘 뵙고 있는데, 정말 지식과 관점 그리고 정치적 판단과 폭이 남다르시다. 진짜 공부 많이 하시고 노력하시는 스타일이신 것 같아서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밥 값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사람들이 ‘채이배는 일 하더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욕먹지 않고 칭찬받기 위해서는 정책의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많은 법을 내는 것보다는 될 일을 되게 해서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이런 게 바뀌고 좋아지는 구나’라고 국민이 피부로 느껴 칭찬받는 의원이 되고 싶다.”

▲ 지난달 31일 국민의당 초선 채이배 의원과 인터뷰중인 본지 설석용 기자. (사진=뉴스포스트)

정무위에서 경제전문가 저력 보여줄 것
‘일감몰아주기방지법’ 반드시 통과 돼야
초선 채이배 “밥 값하는 정치인 되겠다”

 

▲ 회계사 출신으로 정무위원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임위가 결정됐나? 아직 결정전이라면, 어느 상임위를 희망하며 이유는?
“당연히 정무위원회를 희망한다. 국민의당에서 박선숙 의원님과 제가 정무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임위 별로 2~3명 정도의 의원들이 배치될 것이라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에서 굳이 빼진 않으실 것 같다.(웃음)”

▲ ‘일감몰아주기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준비했다. 세부내용은? 
“제가 가장 연구를 많이 하고 공들인 법안이다. 제 생각에는 ‘일감몰아주기’라는 게 대기업이 하는 나쁜 경영의 집합체다. 공정거래법·상속증여세법에는 이미 조항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주주 일가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감몰아주기 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 받으면, 기존에 일하던 중소기업들을 배제시키는 행위다. 또는 새로 생긴 회사가 기존 중소기업을 하청 기업화한다. 두 번째로 새로운 회사가 이익을 본다는 건, 기존 회사가 손실이 발생한다는 얘기와 같다. 기존 상장 대기업과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거다. 회사법 쪽으로 보면 주주의 이익을 특정개인을 뽑아먹는 것이다. 결국 최대 수혜자는 주주 일가가 된다.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세금 없는 부의 이전 그리고 나중에 상속에 활용된다. 이렇게 경영권을 세습 받는 과정이 공정과세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일감몰아주기’는 회사법적 관점, 공정거래법적 관점, 조세법적 관점에서 모두 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세 법의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에 만들어진 법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예는, ‘일감몰아주기’로 100이라는 이익을 받고 세금으로 30을 내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생기면 아주 적은 금액의 과징금을 문다. 주주들이 손해배상을 해도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일 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받기조차 힘들다. 돈 버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감몰아주기)가 없어질 수가 없다. 이래서 세금과 과징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손해배상도 더 쉽게 제도화해야 한다. 형법을 보면, 범죄를 해서 얻을 수익성과 범죄가 적벌됐을 때 발생할 손실·처벌받을 강도 등을 감안해서 범죄에 대한 수익보다 손해가 더 커야 범죄가 사라진다. 저는 ‘일감몰아주기’를 이렇게 접근했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 근절이 가능하지, 현재는 적당히 뽑아먹으라는 식이다.”

▲ 재계 쪽에서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의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이름도 나왔고, 한 언론사에서 ‘당선자 중 반시장주의자가 20명 있는데 대표적으로 채이배다’라고 썼더라. 이게 오해다. 저는 반시장주의자도 아니고 재벌을 해체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의 규제를 강화해서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고 못하게 하자는 게 아니라, 불법을 일삼는 경영진들에게 정확하게 책임을 묻자는 주장이다. 마치 경영진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민사적 책임을 강화한다고 해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방해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저는 그 기업의 가치가 보호되고 결국 기업경쟁력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투명해지고 정도경영을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고 법치다.”

▲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가 항상 돼왔지만 결국 성사된 경우가 없었던 것 같다. 
“저는 이번에 환경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여소야대로 더민주나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그런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크게 벗어나지 않다. 새누리당에도 몇 분 계신다. 그런 분들까지 참여하신다면 이번 국회에서 힘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재야에서 제도권으로 왔다. 강성 기조에서 조금은 부드러워질 필요는 없나?
“예전에는 한 쪽 의견만 듣고 제 신념으로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대표가 됐기 때문에 모든 주체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예전하고 목소리가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시민운동을 할 거였다면 국회에 올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설명하고 조금이나마 성과를 내가면 점진적으로 인정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 채이배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인 의원회관 633호 앞에서 기념촬영에 응한 모습.(사진=뉴스포스트)

▲ 4년간의 임기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
“당연히 ‘일감몰아주기방지법’이다.(웃음)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잘못된 행태가 대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도 일갈몰아주기식인 대기업의 행태를 따라한다.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일감몰아주기방지법’에 가장 힘을 많이 실을 것이다.”

▲ 왕성한 의정활동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께 한 말씀?
“국민들께서 국회를 바라볼 때 객관적인 시선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까지 정치권이 잘못해왔으니 감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국민의 속을 달래드려야 하는 노력도 많이 해야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올바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시기를 바란다. 또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 채이배 의원은?

1975년 전라북도 군산 생
1993년 인천 계산고 졸업
1998년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2014년 고려대 법대 석사 수료
2005.06 ~ 2016.01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
2009.05 ~ 2016.01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2016.02 ~ 국민의당 공정경제TF 팀장
2016.05 ~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국민의당)
2016.05 ~ 국민의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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