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의 선도적 역할 중요”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1950년 아시아 최초로 설립된 국립극장은 ‘민족예술의 창조적 발전’과 ‘국민의 문화복지 향상’이 목적이었다. 그 후 1973년 장충동 시대를 연 후 2000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체제를 바꿨다. 현 국립중앙극장은 출범 후 수십 년이 흘러 2012년 ’국립극장시즌제‘를 도입해 혁신적 창안으로 평가를 받았다.

1978년 서울시 사업소의 하나로 개관된 세종문화회관이 1997년 재단법인체로 돛을 달았다. 당시 민영화 독립체계의 필요성으로 부각된 이슈가 기형적인 조직구조와 고질화된 무사안일주의, 예술단별로 누적된 문제점과 비효율성, 단원들의 사기 저하, 지나친 관료주의의 폐해였다.

이 두 예술기관은 일찍부터 특별법인화 체계로 민간 전문가에 의해 운영되어온 서울 예술의전당과 달리 행정공무원 순환보직 관장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다 21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문화예술의 산업화에 대한 인식이 태동하면서 동시에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전문경영에 대한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다.

1950년대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60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2만7000달러를 넘어섰다. 초창기 국립극장이 세웠던 예술의 창조적 발전과 문화복지 향상은 문화융성이 국정지표가 된 이 시점에도 같은 목적일 것이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이 민영화로 내세운 명분은 어느 문화예술기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금도 여전한 현실일 수 있다. 아마 목적이 되었든, 문제가 되었든 문화예술기관이 존속하는 한 한편으로는 이루어 내야할 목표이자, 또 한편에서는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정신을 담아내는 역사적 존재성 가치

목적으로 볼 때, 경제적으로는 수백 배 발전했어도 문화와 예술의 지향점은 같다. 서양의 클래식이나 우리의 전통음악이 유구한 세월을 거쳐 첨단기술 문명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은 문화예술의 영원불변한 가치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큰 관점에서 보면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에서 어느 공연물 하나나 운영제도가 성과를 거두었다 해서 대수로울 일이 아닐 수 있다. 문화예술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인류문명 속에 본류가 되어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문화예술 향유의 전당으로 존중하는 공연장들은 고대 그리스 시대 제대로 공연할 공간이 없어 대중들이 모여 예술을 향유했던 구조물의 아고라에서 비롯되는 인류문명 정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운영되고 있는 문예회관은 문화예술이라는 대의적·대승적 차원에서 그 상징적 건축물로서 ‘지역의 정신(spirit of place)’과 이미지가 농축된 역사적 존재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물을 커다란 시각의 틀로 접근하여 더욱 유지 발전시켜 유구한 역사적 에디피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은 단순한 공장건물이나 단발적 사무공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기관의 비전과 미션은 만고불변이며 공공 분야이기에 민간영역처럼 경영적 계량 수치만으로 평가 재단될 수는 없다. 세부적인 예술사업이나 운영제도들은 각각의 시대별, 상활별로, 또 경영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문화예술기관의 기본 정신은 변함없지만 그 역할은 다이내믹한 성격을 띠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속성이 있다. 단지 문화예술기관도 하나의 조직인 만큼 경영의 효율성이 추구되어야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문화예술의 근본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앙권 문화예술기관 지역 점화효과 안 돼”

우리나라는 전국이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고 있어 중앙에 위치한 규모 있는 문화예술기관들은 예술경영이나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의 많은 문예회관들이 중앙의 사례를 준용하거나 원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앙에 위치해 있는 문화예술기관들은 현시적 · 잠재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미래발전적인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중앙권의 일부 문화예술기관들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사례들이 지역의 문화예술계에 점화효과(priming effect)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지역보다는 문화예술의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예술경영의 기반이 갖춰진 중앙의 문화예술기관들에서 최근의 여러 사례들이 보여주듯 문제점들이 돌출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에는 각 지자체마다 첨단시설을 갖춘 다양한 규모의 복합문화예술공간들이 건립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지표로 설정하면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여기에는 전국의 192개 문예회관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가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한문연은 문화예술회관의 균형발전 및 상호간의 협력증진과 공연예술 유통, 소외계층을 비롯한 국민의 문화 활동 지원 등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되었다.

문화예술은 모두에 유익한 ‘포지티브섬 게임’

문화예술공간은 산업화 · 도시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인간정신의 황폐화와 현대도시의 비인간화 시대에 문화적 치유가 필요한 시점에서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제는 문화예술의 향유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게 되면 더 이상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감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행복의 기준은 문화적인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중에서 상위개념에 속할 수 있는 문화예술은 인간에게 보다 나은 내면적 가치체계를 구축하여 물질적 행복의 함정을 메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곧 모두에게 유익한 포지티브섬 개임(positive sum game)인 것이다.

그런 만큼 문화예술기관들은 문화향유나 문화복지가 갈수록 더욱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주도적의고 능동적으로 시대에 부응하는 대혁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문화체계 속에서 문화예술 생태계 변화에 맞는 국민의 다면적인 내재욕구(seeds)를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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