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섬에서 벌어진 인면수심 성폭력 ‘충격’

학부형이 아이들 선생 상대 파렴치한 성폭행
범행 공모 정황 속속 들통...상해·치상죄 적용
피해자 남자친구가 올린 게시글로 세상에 공개
섬 내 관사 CCTV·비상벨 등 안전장치 부실
일부 주민들, 피해자 잘못 책임 전가 ‘분노유발’
섬마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 대국민 사과문 발표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초등학교 학부모와 이웃들이 20대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가해자들 가운데 학부형이 포함됐다는 사실과 함께 가해자들의 사전 공모 가능성이 제기되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들끓고 있다. 인심 좋기로 유명했던 조용한 이 섬은 순식간에 파렴치한 성폭행의 장소로 묘사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성폭행

▲ 신안군 사회단체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지난 4일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20대 여교사를 성폭행한 학부모들과 동네 주민이 구속됐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이날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A(49)씨와 B(39)씨 등 학부모 2명과 마을 주민 C(34)씨에 대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9일 목포경찰서는 피의자 3명을 강간 등 상해·치상 혐의를 적용, 10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송치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새벽시간대 전남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 D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유사강간과 준강간 혐의로 구속됐으나 경찰은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고 주거침입이 성립하는 점, 범행 공모 정황 등을 토대로 더 무거운 혐의인 강간 등 상해·치상죄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앞서 공모한 정황도 확인했다. 각자 차량의 이동경로가 찍힌 CC(폐쇄회로)-TV 분석, 피의자간 통화내역, 피해자 진술 등으로 토대로 피의자들 사이에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B씨는 이번 사건 외에 2007년 대전에서 발생한 성폭행 미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채취한 B씨의 DNA가 대전 미제사건의 용의자 DNA와 일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의 여죄가 드러난 것이다.

끔찍했던 이 사건은 지난달 21일 오후 6시께 발생했다. 여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자녀를 둔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전남 한 섬마을 선착장 주변의 식당에서 육지에서 나갔다가 관사로 돌아가기 전 저녁 식사를 하러 가게를 찾은 20대 여교사를 반갑게 맞았다.

지인들과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하고 있던 A씨는 지난 3월 섬 발령 이후 자신의 가게를 종종 찾아 식사를 한데다 며칠 전 학부모 모임에서도 얼굴을 봤던 여교사에게 친한 체를 하며 술을 권했다. 여교사는 다음 날 섬 일대 여행 계획 때문에 거절했지만 A씨와 친한 C씨와 그 일행들까지 술을 강권하면서 인삼주를 10잔 넘게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A씨는 오후 11시가 넘어 여교사를 2㎞ 떨어진 초등학교 관사로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다. 관사에는 총 4명의 교사가 거주하지만 보통 주말이면 육지로 나가기 때문에 비어있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관사에 도착하자마자 짐승으로 돌변했고 그날의 악몽은 이렇게 시작됐다.

C씨 역시 여교사가 식당에 놓고 간 휴대전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A씨의 뒤를 쫓아 왔고 “관사 주변까지 찾아갔으나 위치를 정확하게 몰랐다”는 이유로 관사 주변을 서성이다가 A씨의 차가 동네 어귀로 빠져 나오자 관사를 향해 갔다. A씨는 C씨가 관사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마침 이웃인 B씨로부터 전화가 오자 “교사에게 무슨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챙겨보라”고 말한 뒤 자신은 가게로 가 문을 닫았다.

여교사를 지키기 위해 갔다던 B씨는 관사 방 안에 있는 C씨를 발견하고 내보냈으나 본인 역시 범죄를 저질렀다. C씨는 B씨가 떠난 후 다시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22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정신이 든 피해 여교사 D씨는 이상을 감지하고 즉시 경찰 112 종합상황실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이불과 옷을 수거한 후 국과수 감정을 통해 DNA 등을 확인,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D씨는 사고 이후 몸을 씻어내지 않고 이날 오전 첫 배로 바로 육지의 병원으로 가 체내 DNA 채취에 협조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때문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와주세요, 여자친구가 윤간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글을 쓴 누리꾼은 자신이 한 여교사의 남자친구라고 신분을 밝혔다.

글쓴이는 “학부형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조카와 다른 사람들 여럿이서 술을 먹기 싫다는 여자친구를 강제로 술을 먹이고, 만취한 여자친구를 끌고가 여자친구의 집에서 돌아가며 윤간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신이 든 여자친구는 일어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고, 방 안의 속옷과 이불 등은 경찰이 증거로 가져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는 몸을 씻지도 않은 상태로 다음날 정액과 체모 등 DNA 체증을 완료했고, 그 자리에 함께 동행했다”면서 “침착하게 잘 대응한 것 같아서 정말 고마웠다. 여자친구의 대응에 경찰들과 여성상담센터 직원들이 모두 놀랐다”고 전했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은 정액의 생존 시간을 감안해 피해 발생 72시간 이내로 보며 2차 피해 예방을 위해서도 피의자의 접근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 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 “인간도 아니다”, “짐승보다 못하다”, “얼마나 강력하게 처벌할지 지켜보겠다” 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 신안군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과 신안군수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군수실 게시판에는 피의자들과 신안군 관계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비롯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그러나 반면 관련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면서 피해 여교사의 신상이 알려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신안군 역시 홈페이지 게시글 가운데 피해 여교사 신상에 대한 글은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해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경찰서는 “피해자가 원활하게 치료를 받고 사회에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신원·상태를 상세하게 알리거나 사건과 무관한 내용, 자극적인 내용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보도 및 내용 전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과 교육당국 “보안대책 마련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

▲ 최근 도서 지역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도서·벽지 지역 교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교육청 교원인사 담당과장 회의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최근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 범죄예방진단팀(CPO·Crime Prevention Officer)를 통한 전수조사를 벌여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라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일부터 추진 중인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의 일환으로 섬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청장은 “도서지역은 거리도 멀고 배편도 잦지 않아 고립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치안 수요 자체는 많지 않으나 이러한 고립 특성 때문에 범죄예방진단팀을 보내 개선 요소, 시설 등을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와 관계부처와 함께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력 배치는 중요하지만 인구 대비 경찰 인력은 적지 않다”며 “10~20명이 사는 섬 같은 경우 배치된 경찰관이 없더라도 이장, 통장 등 지역 지킴이와 협조해 비상연락망을 구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1일부터 앱 통해 받고 있는 우범지역, 시설 제보와 함께 CPO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교사, 보건소 직원 등 여성들이 홀로 거주하는 곳의 취약점을 확인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경찰관이 있는 지역은 전부 가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주민의 신상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신상이 유추되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수사해서 사법처리하는 게 급선무”라며 “그런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나 미흡한 부분이 발생한다면 보완조치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남도교육청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합 대책을 마련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도 교육청은 지난 6일 “피해를 입은 여교사의 의사를 반영해 인사이동이나 병가, 휴직, 연가 등 대책을 마련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여교사의 신원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변호사 지원은 검토된 바 없다”며 “피해 여교사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신변보호와 치료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 교육청은 이와 함께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여교사들의 거주 실태와 관사의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보안 대책을 마련한 방침이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남지역에는 2416개의 관사에 4414명의 교사가 입주해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 322동의 관사에서 550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섬이 많은 완도(666명), 해남(476명), 고흥(394명), 여수(270명), 진도(226명) 등에 관사 입주 교사가 많았다.

초등 신규 임용 교원 중 여교사 비율이 6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섬지역 근무 또는 관사 생활을 하는 여교사의 비율도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CCTV나 비상벨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설치된 관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섬지역 초등학교의 관사에도 CCTV나 비상벨이 없었으며 가장 가까운 거리의 CCTV도 1㎞ 넘게 떨어져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최근에 지어진 관사는 대부분 연립주택 형식이기 때문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예전의 일반 주택식 관사에는 CCTV나 방범창이 없는 곳이 많다”며 “비상벨이 설치된 관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와 협의해 신규 여교사들의 도서벽지 발령을 지양하는 등 인사시스템 대책을 찾겠다”며 “도서벽지에 있는 관사 실태점검과 보안대책 마련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창원 “우리 사회의 피해자에 대한 인식, 너무도 낮아”

앞서 사건이 알려지자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주도의 의도적, 계획적, 조직적 범행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온정주의 배격하고 철저한 수사로 법정 최고형을 이끌어내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용기 있는 피해 교사 분의 신고와 대처에 깊이 감사드린다. 전남 신안군 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엄벌은 물론 피해자 보호 및 치료, 지지와 지원에 최선 다해 주시길 당국에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또 “이 사건 외에도 숱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2·3차 피해에 노출돼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성폭력, 학교폭력, 아동학대를 포함한 범죄와 충격적 사고의 피해자들이나 가족들은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초의 충격, 혼돈, 순응과 회복, 적응 및 정상화의 4단계를 거친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너무도 낮아 위 4단계가 잘 진행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사자들은 이게 거의 우발적인 범죄라고 각자 서로 사전 공모가 없었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벌어지기는 일단 굉장히 정황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들이 문제 행동에 대해 자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현명하게 대처해 DNA가 확보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들은 ‘왜 그게 거기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진술하는 등 잘못을 자각 하지 못하고 부인하고 있는 상태”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발생한 정황을 보면 상당 부분 비슷한 일이 과거에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염려가 드는 대목이 있다”며 “그 대목에 대해서 지금 경찰은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가해자를 두둔하고 끔찍한 범죄를 합리화하는 듯한 일부 주민들도 있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꼬리를 쳤다”라고 말하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이에 섬마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은 “피해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 발표문을 냈다.

이들은 지난 8일 사과문을 통해 “주민들과 학생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피해 여교사를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께도 평소 관심과 배려를 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법에서 정한 응분의 대가와 국민 여러분과 지역사회에도 업드려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 지역주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자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특단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피해 교사의 심신의 상처가 빠른 시일내에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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