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속 노인학대 행위자, 아들에서 배우자로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총인구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의학 기술 및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고령화 사회가 등장했다.

200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1%를 차지해 한국 역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노인학대’라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학대를 보고 듣더라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등 주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2006년 유엔에서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인식의 날’로 지정해 인식의 제고와 방지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학대는 증가하고 있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 전년보다 12.6% 증가

흔히 노인의 성인이 된 자손, 친척,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후견인 또는 기타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노인학대란 노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과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5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1905건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이 중 사법기관 등에 의해 노인학대로 판정받은 건수는 3818건으로 전년 발생한 3532건 보다 8.1% 늘었다.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2330건(37.9%)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1591건, 방임 919건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인 경우가 1523명(36.1%)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652명(15.4%), 딸 451명(10.7%), 며느리 183명(4.3%) 순이었다.

노인의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 부부간 배우자를 학대하거나 60세 이상 자녀가 부모를 학대하는 노-노 학대는 2014년보다 12.8% 늘어난 1762건으로 집계됐다. 노-노 학대는 전체 노인학대 사례의 46.2%나 됐다.

최근 10년 사이 노인학대 행위자가 아들·며느리에서 점차 배우자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이 나타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자식이 아닌 배우자와 함께 사는 기간이 길어졌고 치매 등 질환이 부양 부담이 되면서 배우자간 학대 건수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설명했다.

안식처인 가정, 양로·요양시설에서 노인학대 많이 발생

노인이 자신을 돌보지 않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자기방임 사례는 2014년 463건에서 지난해 622건으로 34.3% 증가했다.

노인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가정 내가 3276건(85.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양로·요양시설 등 생활시설이 206건(5.4%), 병원이 88건(2.3%)이었다.

학대 사례 중 의료인,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건수는 707건으로 전체의 18.5%에 불과했으며 비 신고의무자의 신고(3111건)가 81.5%에 달했다.

학대 사례 중 의료인,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가족폭력 관련 상담소 종사자,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관 종사자, 재가·장기요양기관 종사자, 119 구급대원,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 등 노인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해 발견된 것은 전체의 18.5%(707건)이었다.

이날 YTN라디오 ‘수도권 투데이’에 출연한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노인학대에 대해 “숨겨진 학대 찾아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방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의 경로당 회장님들이나 임원 분들이 지역 상황을 굉장히 잘 안다”며 “혹시나 주변에 인권침해나 학대 같은 유형들이 발생되면 그분들이 그걸 인지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 쪽에 그런 관련 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오는 12월30일 노인복지법 개정된 법률들이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신고의무자 직군도 확대되고, 학대행위자들의 노인관련기관 취업 제한이라든지, 명단이 공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상습법이나 노인복지종사자가 노인학대행위를 할 경우에는 가중처벌 되는 조항들이 대폭 마련되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인학대는 가정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년 증가하는 노인학대 범죄로부터 노인 보호해야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학대 범죄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14일 박명재 의원(새누리당, 포항남구‧울릉군)은 ‘세계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이날 노인학대범죄의 조사와 수사, 피해노인의 보호, 처벌강화 등 노인학대 범죄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고 학대행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노인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노인학대 피해 신고건수는 2011년 8603건, 2012년 9340건, 2013년 1만162건, 2014년 1만569건, 2015년 1만190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범죄의 심각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조사나 수사의 실효성 확보 곤란, 피해자 보호 미흡 등의 문제로 노인학대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부족한 상황이라 설명하며 이에 실효성 있는 노인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를 정함으로써 노인학대 범죄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고 노인학대범죄를 근절 하고자 하는 취지로 「아동학대범죄 처벌법」에 준하는 수준의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례법안의 주요 내용은 ▲노인학대사건 발생 시 피해노인의 보호와 학대행위자의 처벌 및 보호처분 등에 관한 사항 규정 ▲사망·상해를 발생하게 한 노인학대행위자와 노인학대범죄 상습범에 대하여 가중처벌한다.

또한 ▲의료기관,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노인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직무상 노인학대를 알게 된 경우에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 ▲노인학대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은 현장에 출동하여 현장을 조사하고,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등 피해노인에 대한 보호조치 실행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박 의원은 “노인학대는 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노인 학대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반인륜적 사회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국가적, 사회적 차원의 종합적 지원을 통해 노인학대범죄를 근절·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례법안은 2015년 대표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만료에 따라 자동폐기된 법안으로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수정·보완하여 재발의했다”며 “앞으로 관련단체와 입법간담회 등을 통해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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