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술.혼놀 나홀로족 “혼자서 다해요”

과거 ‘왜?’ 곱지않았던 시선 지금은 달라
1인가구 늘어나며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
혼밥족 20대 “여유롭게” 30대 “시간 없어서”
식품업계 1인가구 겨냥 전략 ‘소포장·소형화’

▲ (사진=독자 제공)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나 홀로 생활하는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신조어가 생겼다. 바로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 ‘혼놀(혼자 놀기)’ 등이다. 실제로 길을 걷다 옆에 있는 식당 안을 들여다보면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왜 저 사람은 혼자 밥을 먹을까?’ ‘외로워보인다’ ‘친구가 없나?’ 등 혼자 밥 먹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들곤 했다.

또한 왜인지 모르겠지만 ‘혼자’에 대한 인식이 외국과 약간 달라 ‘혼자 밥을 먹어?’ ‘혼자 다녀?’ ‘혼자 영화를 봐?’ 뭔가 혼자서 한다고 하면 왜?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혼자 밥을 먹고 이것저것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혼자라는 것이 익숙해지는 사회가 됐다.

1인가구 증가와 함께 나홀로족들도 역시 증가

▲ (사진=뉴시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0년 1인 가구 비율은 23.9%로 30년 전인 1980년 4.8% 보다 19.1%p 증가했다. 1인가구의 증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1인가구는 주거 형태뿐만 아니라 생활양식에서도 다인가구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1인가구의 증가는 국민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젊은 연령층의 경우 결혼을 미루며 독립해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노인들도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사는 가구가 늘면서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한국건강증진개발원)

지난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유진 박사는 ‘1인 가구 증가 양상 및 혼자 식사의 영양’이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오 박사는 20~60대 직장인 475명(20대 178명, 30대 94명, 40대 98명, 50대 이상 105명)을 대상으로 연령별로 혼자 식사하는 이유와 문제점 등을 설문 조사했다.

조사결과, 혼자 밥을 먹는 이유로 20대는 ‘여유롭게 먹음’(24.2%)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23.6%), ‘시간이 없기 때문’(19.7%), ‘시간을 절약’(13.5%), ‘경제적 이유’(6.7%), ‘음식선택이 자유로움’(3.9%) 등의 순이었다.

이에 반해 30대와 40대, 50대 이상의 직장인은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나 시간이 없는 등의 이유로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20대와 대조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30대는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38.7%), ‘시간이 없기 때문’(21.5%), ‘시간을 절약’(16.1%) 등을, 40대는 ‘시간이 없기 때문’(29.2%),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27.1%), ‘시간을 절약’(14.6%) 등을, 50대는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37.9%), ‘시간이 없기 때문’(19.4%), ‘시간을 절약’(12.6%) 등을 혼자 식사하는 주요 이유로 들었다.

조사에 참여한 20~60대 직장인들은 혼자 식사할 때의 문제점으로 ‘식사를 대충하게 되거나’(45.8%), ‘패스트푸드(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게 되고’(19.1%), ‘빨리 먹게 되며’(15.3%), ‘대화 상대가 없어 식사가 즐겁지 않은 점’(7.8%) 등을 꼽았다.

즉 20대는 혼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기 위해 이른바 ‘혼밥’을 즐기지만 30대 이상의 경우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들의 다소비 식품으로 주류, 라면의 순위가 더 높았으며 특히 20대에서의 식품소비 변동이 주류와 커피, 음료류는 상승했으나 과일류는 감소하는 등 뚜렷하게 나타났다.

혼밥에 대한 인식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정적 표현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인가구외 혼자 식사자는 다양했다. 오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혼자 식사를 1인가구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직장종류, 가정주부, 맞벌이부부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오 박사는 “식행태는 소득, 거주, 성별, 연령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1인가구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며 “다양한 1인가구의 특성에 따른 식행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가구, 혼밥 증가에 따른 식선택 가능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식사시 건강(영양)을 고려 가능한 식선택 환경이 필요하며 간편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성, 접근성 등 어떻게 구축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식품업계도 1인가구 주소비층 ‘소포장·소형화’ 상품 출시

▲ (사진=뉴시스)

이러한 1인 가구를 공략해 식품업계가 내세운 전략은 ‘소포장·소형화’다. 편의점 도시락 역시 인기를 꾸준히 받고 있다. 김혜자(GS25), 백종원(CU), 혜리(세븐일레븐)의 얼굴을 내건 편의점표 도시락은 각 편의점마다 판매 순위 상위를 꾸준히 차지할 정도다.

소용량 과일·채소도 인기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원룸촌이나 오피스가 점포를 중심으로 젊은 직장인들의 구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5월 소용량 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3.3%, 같은 기간 GS25는 45.1%, CU는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옆 사람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도록 칸막이나 천막이 내려져있는 식당, 1인석 마련이 되어있는 식당 등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들도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인가구 증가와 함께 필요한 만큼 소량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반 수박보다 작은 ‘애플수박(5500원)’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소용량 과일 매출은전년 대비 43.3% 증가하는 등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애플수박은 일반 수박의 4분의 1 크기의 미니 수박으로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빙그레는 42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소용량 제품을 선보였다. 빙그레는 지난 3일 투게더의 1인용 프리미엄 신제품 시그니처 싱글컵(더블샷 바닐라)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100% 국내산 3배 농축우유를 사용해 더욱 진하고 풍부한 맛을 내며 디저트 타입이어서 쉽게 녹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용량은 110㎖로 오리지널(900㎖)의 8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오리온도 지난 7일 ‘초코파이情’ ‘초코파이情 바나나’ ‘후레쉬베리’ ‘카스타드’ 등 파이 4종의 편의점 전용 2개들이 패키지를 선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파이 제품은 여럿이 함께 나눠먹는 간식이었지만 편의점을 즐겨찾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포장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이어져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낱개 포장한 바나나와 2개로 줄인 참외 등 소포장 과일 세트를 판매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포장 과일 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안팎 성장했다. 이마트도 양파 1개, 당근 1개 등 소용량의 야채를 990원에 판매하는 ‘990 야채’를 내놨다.

이렇듯 소포장·소형화된 제품들은 장기적 보관이 가능해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적다보니 1인가구 뿐 아니라 모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추세다.

혼밥, 혼술, 혼놀 세대마다 그 이유도 제각각

▲ (사진=KBS뉴스 캡쳐)

실제 일주일에 2~3일은 혼밥을 한다는 직장인 김모(26.여)씨는 혼밥을 하는 이유에 대해 ‘편해서’라고 답했다. “퇴근 후에 밥만 먹고 집으로 곧장 들어가고 싶은데, 친구들이나 회사동료들과 함께 먹게 되면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늦어진다”며 “그냥 마음 편히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먹을 수도 있다보니 혼밥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혼술에 대해서는 “집에서는 혼자서 캔맥주를 마시긴 하는데 밖에서는 못할 것 같다. 밖에서 마시는 술은 다 같이 여러명이서 마셔야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을 것 같고 밖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은 처량하게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혼밥에 대해 아직 낯설다는 직장인 정모(26.여)씨는 “저는 아직 밖에서 혼자 밥 먹는게 어색한 것 같다. 레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편의점 도시락처럼 레벨이 낮은 것은 혼자 먹을 수 있겠지만 레벨이 높다고 생각하는 고기집 이런 곳은 절대 혼자 가는 것은 무리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김모(35)씨는 오 박사의 조사결과처럼 ‘시간이 없어서’ 혼자 밥을 종종 먹는다고 말했다.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식사시간이 일정치가 않다. 그렇다보니 시간을 맞추어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기가 힘든 것 같다”며 “혼자 먹으면 무엇보다 시간이 절약되다보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혼자 밥먹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대학생 최모(21)씨는 “친구들과 공강시간이 맞는 요일이 있고 안맞는 요일이 있는데, 안맞는 날에는 혼자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다”며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심심하지만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거나, 교수님이 주신 유인물을 보면서 먹으면 괜찮은 것 같다. 근데 이럴 경우에는 학식이나 김밥 같은 간편하게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의하면 여가활동 역시 혼자서 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이 비율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5세 이상의 한국인 56.8%는 혼자 여가를 즐기는 걸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친구와 함께 여가를 보낸다는 응답자는 8.3%에 불과했다.

혼자 노는 혼놀족들을 겨냥한 1인 노래방, 만화방 등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고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CJ CGV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표 ‘한 장’을 예매한 관객은 전체의 10.1%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관객 3명 중 1명(37%)은 20대였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혼자 영화 보러가는 것을 좋아한다. 인기가 아무리 많은 영화라도 한자리는 꼭 비어져있다. 혼자가면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마음 편히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직장인 박모(27.여)씨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면서 이곳저곳 가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 혼자서 바람도 쐬고 놀러 다니는 것이 여유로울 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서모(26.여)씨는 “휴학을 한 뒤 학교로 돌아오니 동기들은 이미 졸업해 직장인이 됐고, 후배들 밖에 학교에 안 남아있었다”며 “학교 안에서는 후배들과 같이 밥 먹고 시간을 보내지만 만약 직장인 동기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 일찍 수업이 마쳤을 경우 혼자 놀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혼자 쇼핑을 하거나 혼자 동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시간을 떼우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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