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경영권 분쟁, 검찰 전방위 비리 의혹 수사 영향

▲ 사진=뉴시스

검찰수사, 총수일가 비자금 의혹 전방위 확대
신동빈-신동주, 日 주총서 경영권 분쟁 재격돌
총수일가 분쟁구도 재조명, 비난 여론 재점화
의혹 증폭 롯데그룹 계열사 경영 차질 불가피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정운호 게이트로 시작된 롯데 스캔들이 총수일가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의 개인 비리로 마무리 될 줄 알았던 검찰의 수사는 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롯데 총수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파해치는데 집중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오너 일가와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에서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특혜, 그리고 비자금 의혹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롯데가 벌이고 있는 일 대부분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그룹 심장부를 겨누고 있는 사이 한편에서는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분쟁 다시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형제는 다시 경영권 싸움

검찰의 롯데 총수일가를 향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형제들의 집안싸움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 동생인 신 회장의 해임안건을 요청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이기 때문에 한일 롯데는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가 다스리는 구조로 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손에 쥔다면 결국 양국의 롯데그룹 총괄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라 두 사람 모두 이번 주총 ‘현 경영진 해임안’ 등의 표 대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4%, LSI 10.65%, 종업원지주회 27.75%, 임원지주회 5.96%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미도리상사·패미리·그린서비스 등 3곳이 13.94%, 오너일가와 재단이 15.18%를 보유 중이다.

앞서 지난해 벌어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와 계열사 등 관계사 지분의 지지를 얻은 신동빈 회장에게 밀려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바 있다.

특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를 계기로 다시 신동빈 회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신동빈 회장이 검찰의 수사 핵심으로 떠오른 이번 주총이 신 전 부회장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신동빈 롯데 회장(좌),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우)(사진=뉴시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 경영정상회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을 내고 “신동빈 회장은 즉시 한국에 귀국해 해명 기자회견을,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일본의 관계자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두번째 성명이다.

성명에 언급된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은 신동빈 회장과 함께 일본롯데홀딩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신동빈 회장과 그를 지지하는 쓰쿠다 타카유키 대표 등 현 경영진이 무책임한 상태로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듯한,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서 일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당사는 현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이나 대응을 할 능력과 의지가 없고, 기업으로서 자정작용을 추구하거나 롯데그룹의 사원·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공세는 검찰 수사로 수세에 몰린 신 회장 누르고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해외일정을 떠났던 신동빈 회장도 귀국 일정을 연기, 한국행 대신 바로 일본행을 택하면서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2시 30분께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롯데홀딩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도 이번 주총에 앞서 자신 만만한 모습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5일 미국에서 이달 말 열릴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결과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대응은 뭐…"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주총 결과엔 자신하면서도 내심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장 신 회장의 상황은 최악이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는 사실상 신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압수수색물 분석이 어느정도 완료되면 그룹내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이어 신 회장의 검찰 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돌연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을 두고 세간에서는 도피성 출국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귀국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일본 주총이후 한국으로 당장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자칫 수사 회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신 회장이 귀국 일정을 연기하며 일본행을 택한 것은 롯데홀딩스 주총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상황 반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

더욱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변수가 검찰 수사와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 졌다.

오너리스크 직격탄, 대위기 몰린 롯데

이번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형제간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세간에서는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 배경에 親MB 기업을 대상으로한 정치적 성격을 지우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롯데가 사정기관의 수사선상에 오른적이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깊숙이 수사가 진행된 바는 없었다.

검찰이 과거와 달리 자신만만하게 신동빈 회장을 직접 겨냥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핵심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뉴시스

두 형제가 경영권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사이 롯데그룹은 불거진 오너리스크로 치명타를 입없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면세점 특혜 의혹,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 등으로 확산되면서 롯데그룹주의 주가가 동반 급락, 시가총액이 3일 동안 1조8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롯데그룹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5조9300억원이었다.

롯데그룹주는 검찰 수사가 알려진 지난 10일 동반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13일과 이날까지 사흘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 결과 14일 종가 기준으로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4조15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흘 동안 1조7755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 10일 1.55% 하락한 데 이어 지난 13일 5.38% 떨어졌고, 이날도 1.42% 떨어졌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7조1320억원에서 6조5500억원으로 5820억원 줄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14일과 이날 각각 1.16%, 3.91%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9조2020억원에서 8조7400억원으로 4620억원 줄었다.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면세점사업 특혜 의혹,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까지 확대될 양상을 보이자 그룹 전반에 큰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특히 상장을 추진해 온 호텔롯데가 대대적인 검찰조사로 상장을 철회했고, 롯데케미칼도 미국 액시올 인수를 포기하는 등 사업 전반에 여파가 미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 살균제 살인기업, 비자금 로비 특혜 비리기업, 골목상권 파괴하는 악덕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룹이 계획했던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신 회장의 투명한 지배구조의 약속이었던 호텔롯데의 상장은 철회됐다.

호텔롯데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 회장이 약속한 롯데의 투명한 지배구조 약속이 첫 발부터 어그러지게 된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신 회장은 ‘롯데=일본그룹’이라는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호텔롯데 IPO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상장 작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일본 지분을 축소시키고 주주구성을 다양화해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신 회장이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연내 재상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연이어 드러난 롯데그룹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호텔롯데의 상장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상장 시점 보다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기대됐던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 당분간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잃고, 하반기 예정돼 있는 추가 사업권 선정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호텔롯데의 시장가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호텔롯데가 기업공개를 진행할 때만 해도 2010년 5조원에 가까웠던 삼성생명 공모가액을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상장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며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힘들어지면서 예정돼 있던 주요 사업들이 올스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도 흔들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번 검찰 수사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하거나 장기화하면 당장 하반기 사업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제2롯데월드타워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시행, 운영을 담당한 롯데물산의 노병용 대표가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데다 이번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까지 겹치면서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케미칼 또한 올 하반기 사업 확대 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단 이번 수사로 당초 추진했던 미국 석유화학업체 액시올 인수를 철회했으며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잠시 접어두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액시올 인수를 통해 클로르 알카리(소금을 전기 분해해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10위권 화학업체로의 도약을 기대했다. 이에 지난 7일 인수의향서까지 제출했으나 10일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이 단행되자 바로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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