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행위부터 추적장치 분리까지…법무부 “관리강화”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60대 여성 A씨를 살해하고 달아난 것으로 의심되는 30대 전과자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이 남성은 강력범죄 전과자로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그는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날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듯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죄가 발생하자 전자발찌 훼손 행위부터, 전자발찌 추적장치를 분리해 자신의 위치를 감추는 문제점까지 전자발찌 제도에 대한 허점이 속속 드러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자발찌 훼손 후 저지른 범죄, 살인에서 성범죄까지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A(60·여)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김모(37)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 추적을 받던 김 씨는 대전에서 날치기 범행을 하려다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16일 오후 1시 45분께 A씨의 집에 들어가 4시간 반 가량을 머물다 빠져나온 사실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김 씨가 이 사이에 범행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강력범죄 전과로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김 씨는 범행 의심 시점 이후인 17일 오후 9시 35분께 서초구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경찰은 전자발찌를 끊은 혐의로 김 씨를 추적하다 그가 발찌 훼손에 앞서 A씨가 사는 아파트에 수차례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아파트 전 세대를 탐문하던 중 주민 A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19일 오후 1시께 A씨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결국 안방에서 숨진 A씨를 발견한 것이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것은 김 씨뿐 아니다. 2008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전자발찌를 훼손한 사건은 70건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성범죄 전과 3범인 B(당시 34)씨는 대구시 중구 태평로에서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난 뒤 경북 구미에서 귀가하던 한 여성을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2014년 8월에도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C(당시 41)씨가 도주 4일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C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평택시 송탄동 한 휴게음식점 앞에서 여종업원 D씨를 차에 태워, 충북 청주 한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다시 범죄 저지를 가능성 높은 사람에게 채우는 ‘전자발찌’

전자 발찌(electronic tagging)는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등을 이용하여 팔찌나 발찌 착용자의 위치와 상태를 감시하는 장치이다. 이 장치는 주로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세계 많은 나라에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 법의 적용 대상자는 성폭력 범죄, 미성년자 대상 유괴, 살인 등의 특정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이들은 형을 다 마친 후에도 전자 장치를 부착하고 보호 관찰을 받아야 한다.

가석방 등의 사유로 형의 집행이 만료되기 전에 출소한 때에도 전자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검사의 전자 장치 부착 명령 청구에 대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을 때에만 그러하다.

최근 법무부에 따르면 강력범죄를 저질러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하는 대상자는 2008년 151명에서 올해 5월 기준 2501명으로 늘었다. 제도 시행 8년여 만에 사건 수가 1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법무부가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업무를 맡은 2011년 279건이던 등록 대상 신상정보는 현재 4만건을 넘어섰다.

이에 법무부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들을 상시 감독하기 위해 일선 보호관찰소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신속대응팀’을 전국 56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또한 강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막기 위해 전자감독 신속대응팀이 전자발찌를 부착한 강력범죄자 2500명을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발찌 훼손시 즉각 수사에 나서는 등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부착 대상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휴대용 추적장치와 감응 범위에서 이탈하면 즉시 보호관찰소 내 위치추적중앙관제실에 경보가 울리고, 경찰과 공조해 곧장 현장으로 출동한다.

또한 보다 정확한 성범죄자 공개·고지를 위해 등록 대상자가 거짓 정보를 제출한 경우 경찰에 즉각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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