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21일 오후 현지 급파한 뒤 사건 수사”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지난 20일 인도양 해상에서 운항 중인 부산선적 원양어선에서 베트남인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망망대해 위 선상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의 살인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경은 이번 피살사건에 대해 ‘선상 반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조사를 위해 21일 현지로 떠난다고 밝혔다. 현재 해경은 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놓고 정확한 조사를 앞두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경 “우발적 범행? 다른 원인 작용했을 가능성도”

20일 부산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58분께 인도양 세이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광현803호(138t·승선원 18명)의 베트남 선원 A(32)씨와 B(32)씨 등 2명이 술에 취해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인도네시아인 항해사가 이 사실을 선사인 K해운에 알렸고, K해운은 이날 오전 5시10분께 부산해경에 신고했다.

현재 광현호는 항해사 이모(50)씨가 인도네시아 선원들과 함께 운항 중이며, 소말리아 모가디슈 동쪽 850마일 해상에서 시속 14㎞의 속도로 세이셀 군도의 빅토리아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산해경은 “피의자들이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선원들의 동요가 없었던 만큼 선상 반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산해경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21일 오후 통역 2명을 포함한 수사팀 7명을 현지에 급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살된 선장 등의 유족 2명과 선사 관계자 2명 등 4명도 이날 현지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두바이를 거쳐 광현호가 이동 중인 세이셀 군도 빅토리아 항구로 향하고 오는 23일 오후 쯤 광현호가 빅토리아 항구에 도착하면 다른 선원들에 의해 제압돼 배 안에 격리 중 피의자 A씨와 B씨의 신변을 인계받을 예정이다.

또 현재 광현호를 운항하고 있는 항해사 이 씨와 함께 나머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사망한 우리 국민들의 장례 문제와 관련해 유가족들에게 영사 지원도 제공할 예정이라 밝혔다.

외국인 선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과거 선상 살인사건은?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선상 살인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원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태평양과 인도양 등에서 조업하고 있는 국적 원양어선은 지난해 말 기준 모두 220척이다. 또한 승선한 선원은 486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선원 가운데 내국인은 31%인 1492명이고, 나머지 69%인 3374명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으로 외국인 선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의 광현호의 경우도 선체 선원 18명 가운데 내국인은 3명뿐이었다.

과거 발생한 대표적인 선상 반란은 1996년8월2일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을 지나가던 온두라스 국적 254t급 원양참치어선인 ‘페스카마호’ 사건이다.

당시 중국동포 선원 6명은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 11명을 살해했다. 피해자 일부는 흉기에 찔려 바다에 버려졌으며, 일부는 냉동창고에 갇혀 동사하기도 했다.

주범들은 한국인 실습생 1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을 위협해 강제로 범행에 가담시키도 했다. 페스카마호 사건 가해자 선원들은 자신들이 선박 내에서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1996년1월31일 북태평양 오호츠크 해에서 조업하던 3527t급 원양트롤어선인 ‘제2오양호’에서는 베트남 선원 등 7명이 어획물 처리반장인 김모씨를 집단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