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합니까?” 물질풍요와 별개의 것 정신적 행복

▲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세계에서 국민소득 2000달러에도 행복지수가 아주 높은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 국민들에게 똑 같이 물어보면 95퍼센트가 “행복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편 2015년 한국인의 행복도를 측정했더니 10점 만점에 평균 5.46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7000달러의 선진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절반 정도만 행복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하면 물질풍요와 행복감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의 한계효용법칙의 기준점은 연구 결과 2만달러로 나타났다. 1950년대 약 60달러였던 한국은 무려 450배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은 향상됐지만 행복의 정도는 그에 상응하게 느껴지는 것 같지 않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다양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실질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가진 선진국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들보다 더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물질보다도 정신세계와 많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행복지수(GNH)’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부탄은 물질적인 풍요와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는 국가이념을 설정하여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였다.

그것을 국민총행복으로 명명하고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단발적인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환경 보호, 문화 진흥, 그리고 좋은 통치를 목표로 삼았다.

사회문화체계 변해야 진정한 선진국

그렇다면 우리의 진정한 삶의 질은 물질의 만족과 함께 정신의 여유를 갖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선진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그들은 경제적 기반도 있지만 자신만의 정서적인 만족과 여유를 만끽하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가족중심의 의미 있는 생활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른바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의 가치가 가장 소중하다.

이런 사회적 가치가 정착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물질 추구는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더라도 올라 간 만큼의 그 수준에서 사회적으로 상대적 빈곤감 현상은 또 나타날 수도 있다. 국민소득과 국민행복의 지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참다운 선진국이 되려면 사회문화체계를 혁신하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부문에서 사회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되어 국민의 생활이 견실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사회적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적경제적 위엄과 권력, 재력, 명예가 이른바 출세의 잣대로 여겨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 사회의 병폐를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사회통념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그에 따른 또 다른 부작용은 나타나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느 국가이든 나름대로 문제가 있겠지만 선진국의 사회문화와 국민의 의식체계는 분명 다르다.

그들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투명성, 합리성, 안정성을 준거로 하고 있어 은밀성, 변칙성, 불안성이 일반화 되어 있는 우리의 구조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국민총행복지수(GNH)가 진정한 행복의 척도

사회의 양식기준을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쉽게 치유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가치관을 올바로 정립시키는 지속적인 문화운동이 다른 어떤 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질이 풍요하면서도 가난하다는 불행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물질이 다소 부족해도 부자다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삶의 선택 가치일 것이다. 그게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품격이요 정신인지도 모른다.

사회적 외형의 화려함에 걸맞는 국민적 내면의 윤택함이 갖추어져야 진정한 선진국가가 될 수 있다. 이제는 GDP(국내총생산)나 GNP(국민총생산)와 같은 재화나 서비스의 물질 계량수치만 강조될 게 아니다. 새로운 가치개념이 되고 있는 국민총매력지수(GNC)와 국민총행복지수도 중시되어야 할 때다.

특히 요즘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수저 계급론'이라는 기회 불평등이 팽배한 것도 세계 국가 중에서 한국인 행복지수를 낮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과 달리 계층 이동성이 유연하지 않은 사회구도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물질은 그 행복을 느끼는 방편일 따름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가 요즘 더욱 강퍅해지고 있는 것은 정신적 여유가 없이 끝없이 물질가치를 향해 질주해가기 때문이다.

채근담에 ‘가장 바람직한 일은 만족 할 줄을 아는 것이다(吉莫吉於知足)’라는 말이 있다. 물질이라는 속성은 만족이라는 한계가 없다. 나아가 만족이 없는 사회는 행복지수가 높을 리가 없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행복합니다”. 그런 답변이 대세가 될 때 주어진 환경에 만족해하며 여유가 배어날 것이며 나눔을 실천하는 참다운 선진국가가 될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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