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풍경들 지루할 틈 없는 휴양 레저 도시

아이들과 함께 무주여행이라면 ‘반디랜드’ 제격
가을철 장관을 이루는 단풍 명소인 ‘적상산’
따뜻한 물에 머루와인? 잠깐의 여유, 족욕까지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덕유산과 금강을 끼고 있는 무주는 예부터 휴양과 레저 도시로 사랑을 받아왔다. 사계절 어느 방향으로든 넉넉한 자연이 펼쳐지는 무주에서 걷고 쉬고 즐기며 다양한 풍경과 만났다.

덕유산(1614m)은 무주의 진산이다.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을 모두 품고 있는 덕유산은 이름만큼이나 넉넉한 품새와 육중한 앉음새를 지녔다. 왜군에 쫓겨 산속으로 숨어든 백성과 의병들은 이를 은신처로 삼기도 했다. 역사의 굽이마다 너그러운 품을 내어주던 산은 이제 아름다운 계곡과 시원한 물줄기를 품고 사람들을 부른다.

청량함 가득한 높은 산 깊은 계곡 덕유산국립공원

▲ 이맘때 덕유산은 초록빛으로 빛난다

덕유산은 사계절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인다. 흔히 눈부신 은빛세계가 열리는 겨울을 첫손에 꼽지만, 진분홍빛 철쭉 물결이 산상화원을 이루는 봄이나, 산줄기마다 오색단풍이 시선을 빼앗는 가을도 그에 못지않은 자태를 뽐낸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도 무주에 와서 덕유산에 오르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이럴 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르는 방법이 있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려 최정상인 향적봉으로 가는 코스다. 리조트 입구에서 곤돌라로 15분이면 설천봉에 도착하고, 여기서 산책로를 따라 20분만 올라가면 향적봉이다.

▲ 무주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돌라

만약 등산을 겸할 목적이라면 곤돌라를 타지 않고 구천동 탐방지원센터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게 수월하다. 총 8.6km 구간으로 넉넉잡아 3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백련사를 지나 길이 약간 험해지지만, 산행 경력이 많지 않아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하산할 때는 향적봉에서 중봉을 거쳐 백련사로 내려오는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중봉까지는 20분, 백련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 향적봉으로 향하는 산책로

덕유산은 정상에서 장쾌하게 내려다보는 맛도 좋지만, 구천동 계곡이 품은 명소를 하나씩 발견해가는 재미도 있다. 무주구천동은 나제통문에서 덕유산 향적봉에 이르는 25km의 계곡으로, 물길이 빚어낸 33경의 풍치를 안고 있다. '구천동'이라는 이름은 '9000명의 스님이 머물렀다'는 뜻의 '구천둔(九千屯)'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계곡의 굽이가 9000개에 달해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설도 있다.

33경 가운데서도 나제통문(1경)과 일사대(6경), 파회(11경)·수심대(12경)는 구천동 3대 경승지로 꼽힌다. 구천동 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인 나제통문은 설천면과 무풍면을 가로막은 암벽을 뚫어 만든 석문이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라 나제통문이 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 때 물자 수송을 위해 뚫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무주구천동 제1경 나제통문
▲ 수심대 주차장 앞에 설치된 다리. 5분만 서 있어도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일사대와 파회·수심대 일원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국가명승지 제55호, 56호이기도 하다. 수성대라고도 불리는 일사대는 우뚝 솟은 기암이 배의 돛대 모양을 한 절경으로, 우암 송시열의 9대손인 구한말 학자 송병선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서벽정을 짓고 후진을 양성했다고 전한다.

▲ 무주구천동 제15경 월하탄.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여러 갈래의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파회는 고요한 소(沼)에 잠겼던 물이 급류를 타고 쏟아지며 구불구불 휜 상태로 흐르는 사행천이다. 물길 위에는 거대한 바위에 뿌리내린 노송 한 그루가 묵묵히 파회의 비경을 굽어보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천년송, 바위를 천송암이라 부른다. 수심대는 일지대사가 이곳을 흐르는 물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기암괴석이 절벽을 이루고 병풍처럼 두른 모습이 금강산을 연상시킨다 하여 소금강이라고도 불린다.

태권도원에서 반디랜드 찍고 지전마을까지, 무주의 3단 매력

나제통문에서 무주읍을 향해 달리다 보면 세계 태권도의 성지, 태권도원을 만난다. 태권도원은 태권도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서울 여의도의 절반 크기 부지에 세계 최대 태권도 전용 경기장인 T1경기장, 태권도박물관, 체험관 얍(Yap!), 그리고 전망대까지 갖췄다.

▲ 태권도원 마스코트 '태랑'
▲ 태권도박물관 내부

생각보다 큰 규모에 어디부터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면 태권도박물관부터 만나보는 게 좋다. 태권도의 역사와 태권도가 걸어온 길, 태권도 정신과 기술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태권도라는 명칭이 처음 쓰인 <태권도 교본>, 88서울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하태경의 금메달, 태권도복의 변천사 등 관련 유물이 눈길을 끈다. 영상과 모형을 통해 기본동작과 품새, 겨루기, 격파 등 태권도 기술도 엿볼 수 있다.

▲ T1경기장

호수를 배경으로 자리한 T1경기장과 맞은편 체험관 얍(Yap!)에서는 태권도를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한다. 먼저 T1공연장에서는 태권도 시범단의 절도 있는 품새와 격파 시범 등을 감상하고, 태권도의 기본동작과 발차기 등을 활용한 태권 체조, 호신술, 격파 등을 배워본다.

체험관 얍(Yap!)은 태권도 가상 체험 공간이다. 태권도에 필요한 민첩성, 순발력, 근지구력, 균형 감각 등을 단련하고,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해 실전 겨루기를 가상으로 체험한다.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 쉽고 재미있게 태권도를 접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 태권도에 필요한 감각을 단련해보는 체험관 얍(Yap!)

체험관 얍(Yap!) 앞에서는 전망대 입구까지 오르는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태권도 수련공간인 도약센터와 전통정원 호연정, 태권도의 여섯 가지 띠 색깔을 입혀 만든 다리 등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전망대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모노레일을 운행한다. 레일 옆으로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걸어도 15분이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 옥상에 서면 백운산, 민주지산을 병풍처럼 두른 태권도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3층 백운카페에서는 전통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부리기 좋다.

▲ 생태체험공원 반디랜드

아이들과 함께 무주여행에 나섰다면 태권도원에서 2km 떨어진 반디랜드에 들러볼 만하다. 반디랜드는 곤충박물관, 반디별천문과학관, 환경테마공원, 통나무집, 청소년 야영장 등이 모여 있는 생태체험공원이다.

본격적인 탐험은 곤충박물관에서 시작된다. 이곳에는 반딧불이를 비롯해 2000여 종의 전 세계 희귀곤충 표본과 화석이 전시돼 있다. 특히 자웅동체인 데모레우스호랑나비, 세리세우스사슴벌레, 다리가 4개뿐인 워커리하늘소 등이 오래도록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생태 온실도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200여 종에 달하는 이국적인 열대식물과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3D 입체영상실에서는 반딧불이 등을 스토리텔링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 반디랜드 곤충박물관 전시물

곤충박물관과 함께 인기를 끄는 시설은 반디별천문과학관이다.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천체관측실은 4층에 자리한다. 밤에는 성운과 성단 등을 관측하고, 낮에는 태양의 흑점, 홍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실에는 우주의 탄생, 별의 일생 등이 담긴 전시물과 달 탐사 포토존 등의 체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시간별로 짜인 체험에 참여하느라 분주해진 마음은 지전마을에서 다스리면 된다. 반디랜드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지전마을은 옛 돌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 강돌과 흙을 섞어 쌓은 지전마을 돌담

지전마을은 예전에 지초(芝草)가 많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데 지금은 지초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집집마다 감나무가 만들어내는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을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돌담이 이어져 미로를 만들어낸다. 둥글둥글한 강돌과 흙을 섞어 담을 쌓았는데, 담에 지붕을 만들어 비에 덜 젖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담에 박힌 돌 하나 흙 한 줌이 달려온 시간을 토닥여준다.

붉은 치마폭에 안겨 흠뻑 취할 수 밖에 없어

무주 적상산(1034m)은 붉은(赤) 치마(裳)를 두른 산이다. 흔히 이 산의 빼어난 가을 단풍을 붉은 치마에 비유하곤 하지만, 본디 붉은빛을 띤 절벽으로 둘러싸인 모습에서 산 이름이 나왔다.

그만큼 적상산은 가을철 장관을 이루는 단풍 명소로 알려져 있으나 굳이 가을이 아니어도 찾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사계절 내내 와인 시음, 와인 족욕을 즐길 수 있는 머루와인동굴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조선 후기 5대 사고지 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또 차로 팔부 능선까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 쉽게 빼어난 전망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머루와인동굴

적상산 여행의 시작은 산 중턱에 위치한 머루와인동굴이다.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작업 터널로 사용하던 곳을 무주군에서 2007년부터 임대해 와인동굴로 개조했다. 무주는 기온이 서늘하고 일교차가 커서 국내 최대의 머루 산지로 알려져 있다.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해 주로 와인으로 만드는데, 와인동굴은 이렇게 생산한 머루와인을 숙성 저장하고 시음·판매하는 체험 공간이다.

입장료 2000원을 내고 '머루와인 비밀의 문'으로 들어서면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든다. 동굴 양쪽으로는 나무 창고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안을 슬쩍 들여다보면 머루와인이 일렬로 눕혀진 채로 칸칸이 보관돼 있다. 무주의 사계 등이 담긴 전시물을 감상하며 안으로 쭉 들어가면 와인 카페다.

▲ 머루와인동굴 와인 시음 코너, 동굴 입구에서 판매하는 머루초코파이

이곳에선 무주에서 생산되는 세 가지 와인을 시음하고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머루와인은 포도와인에 비해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해 와인 초보자나 주량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아이들은 동굴 입구 시음장에서 입장권을 보여주고 머루 주스나 슬러시 중 하나를 선택해 맛보면 된다.

터널 끝부분에는 와인 족욕 체험장이 들어섰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머루와인을 넣은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며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와인동굴에서 나와 꾸불꾸불한 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정상 부근에서 잔잔한 호수를 만난다. 해발 800m에 위치한 적상호다. 호수는 둘레가 기껏 2km 정도로 소박하다. 상수원이거나 농업용이 아니라 양수발전을 위해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 조선 후기 5대 사고지 중 하나인 적상산사고

호수를 끼고 도로 끝에 닿으면 전망대다. 발전소의 수압을 줄여주는 조압수조에 계단을 두르고 옥상을 전망대로 개조했다. 얼핏 보면 대형물탱크처럼 생겼는데 외벽을 뒤덮은 알록달록한 그림이 눈길을 끈다. 전망대에 오르면 향적봉에서 남덕유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풀숲에 몸을 숨긴 채 호수를 내려다보는 적상산사고가 아련하게 시야에 잡힌다.

적상산사고는 본디 묘향산사고에 있던 실록을 조선 인조 때 옮겨와 보관하던 곳이다. 사고는 원래 지금의 적상호 중앙에 있었는데 1992년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남아 있던 주춧돌만 옮겨 현재의 위치에 복원했다. 보관하던 실록은 1910년 일제에 의해 서울로 옮겨졌다가 6·25전쟁을 겪으면서 북한으로 반출됐다.

▲ 안국사 경내

지금은 실록 복제품 일부와 실록 작성 과정, 실록의 보관 행렬을 재현한 디오라마 등이 전시돼 있다. 적상산사고에서 1.2km가량 도로를 따라 오르면 안국사다.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이름에서 보듯 호국사찰이다. 사고와 마찬가지로 적상호에 자리 잡고 있다가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경내에는 적상산사고 건물 중 유일하게 남은 선원각(조선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던 곳)이 자리를 옮겨 불상을 모시고 있다. 극락전 왼편으로 보이는 천불전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 및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정보

-무주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돌라(왕복)
탑승요금 :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1000원
문의 : 063-320-7187

-태권도원
입장료 : 어른 4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3000원
전망대 모노레일(왕복) : 어른·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체험관 얍(Yap!) 통합권 : 6000원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무설로 1482 (설천면)
문의 : 063-320-0114

-반디랜드
곤충박물관 입장료 :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천문과학관 입장료 :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 주망원경 관측 2000원 별도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무설로 1324 (설천면)
문의 : 063-324-1155

-머루와인동굴
입장료 : 2000원 ※ 입장권으로 와인 시음 및 음료 제공
와인 족욕 체험 : 어른 3000원, 만 7세 미만 2500원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 산성로 359 (적상면)
문의 : 063-322-4720

-무주반딧불축제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된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환경축제. 매년 6월 반딧불이가 내뿜는 아름다운 빛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올해 반딧불축제는 '자연의 빛, 생명의 빛, 미래의 빛'을 주제로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간 열린다.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한풍루로 326-17 (설천면)
문의 : 063-324-2440

*2016 올해의 관광도시

여행하기 좋은 계절,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올해의 관광도시'를 주목하자. '올해의 관광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관광 잠재력이 큰 중소도시 3곳을 선정해 3년간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하는 사업이다. 통영·제천·무주는 지난 2014년 지자체 공모를 통해 2016년 처음 시행되는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됐다. '2016 올해의 관광도시'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통합 홍보 웹사이트(tourcity.or.kr)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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