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맘대로 교배시키고, 때리고, 죽이고

동물보호법 개정 목소리 갈수록 힘 얻어
길고양이 학대, 강아지 공장등 학대 백태
반려동물 생산업 허가제 전환…경매업 별도 기준 마련
동물보호단체 중심으로 동물보호법 개정 위한 움직임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지난 5월 켜켜이 쌓인 배설물로 악취가 진동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비위생적인 환경의 사육장에 평생 갇혀 사는 개들의 비극을 그대로 비춘 SBS ‘TV 동물농장-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편이 방송되자 많은 이들이 분노에 휩싸였다. 동물학대에 대한 관심도 재차 뜨거워졌다.

동물을 때리고 죽이는 것이 학대라고 생각해온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어 출산이 어려운 개에게 무면허 제왕절개 수술까지 일삼아 온 번식업자의 야만적인 모습에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실정에 맞지 않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다뤄도 되는 동물들?

▲ (사진=SBS ‘TV 동물농장-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캡쳐)

발정유도제를 투여 받고 강제 교배·인공수정을 당하며 1년 내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일년 가운데 최대 세 번이나 새끼를 낳는다는 강아지 공장의 어미 개들. 난산을 겪으면 수의학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제왕절개’라는 명목으로 마취도 없이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낸다고 한다. 이런 고통을 평생 반복하다가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되면 고깃덩어리로 팔려나간다.

이는 펫숍에서 판매되는 어린 강아지들의 고향인 ‘강아지 공장’에서 착취당하는 어미 개들의 실제 삶이며 비참한 현실이다. 불법업소에서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법 신고업소 내에서도 동물학대 등이 발생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방송을 통해 이러한 끔찍한 강아지 공장의 진실이 밝혀지자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공장 철폐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배우 윤계상, 윤승아, 윤균상, 가수 현아, 보아, 블락비 태일, 다나 등도 서명 운동을 당부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말 못하고 저항 못하는 동물들을 학대하는 것은 강아지 공장 뿐 아니다. 최근 길고양이의 사체가 주택가 등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등 끔찍한 학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 곳곳에서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단서가 없어 몇 달째 구체적인 경위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연제구의 한 주택가에서는 지난 5월27일에 주차된 트럭 아래에서 길고양이 사체 1구가 추가로 발견돼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신고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없는 상태다. 지난 5월13일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내 길바닥에서 새끼 길고양이 3마리가 입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있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기도 안양시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길고양이 사체가 심하게 훼손돼 버려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길고양이 혐오성 학대, 한쪽 다리가 잘리거나 큰 부상을 입고 내버려지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비 오는 날 길거리에 버려지고, 재미있는 이유로 마구 때리고 괴롭히는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는 동물 등 수 없이 많은 방법들로 학대 받는 동물들은 너무나도 많다.

한편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행위에 벌금 등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동시에, ▲동물유기 ▲동물운송과정 부상 야기 ▲동물배송방법 위반 ▲영업 양수도 미신고 등에 과태료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아지 공장의 경우 2012년 이후 정부가 동물생산업체의 법 위반 행위에 내린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강아지 공장’ 없앤다…반려동물 산업 양성화

▲ (사진=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2010년 17.4%에서 지난해 21.8%로 증가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작년 1조 8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5조 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규가 미흡한 상태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강아지 공장과 같은 반려동물 생산업이 해당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7일 서울청사에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생산→유통→반려→사후관리)별 제도를 정비하고 산업발전 인프라를 구축해 건강한 반려동물 생태계를 조성하는 취지를 담은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대책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의 동물보호법으로는 반려동물 관련 보호와 육성이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에 따른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생산업장이 미신고 상태에서 비위생적으로 운영돼 동물의 폐사·질병 등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동물들은 비위생적이고 좁은 환경에서 많게는 1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으며 혹사당하는가하면 번식을 위해 발정유도제, 인공수정기구, 불법 마약류 등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보도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반려동물 생산업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해 생산업 양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업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고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거쳐 미신고 업소를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반려동물의 범위도 개, 고양이, 토끼 등에서 조류, 파충류, 어류 등까지 포함해 개념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유통구조도 개선한다. 현재는 판매자와 구매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질병이 있는 동물에 대한 보상을 거절하는 등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거래시 판매자의 정보 제공 의무 및 사후책임을 강화하고 반려동물 경매업을 신설해 유통산업을 체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가받은 생산업자와 등록된 판매업자에 한해 경매 참여를 허용하고 경매 대상 반려동물의 수의사 건강검진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동물을 사고 파는 거래 방식이 존재한다면 이를 법의 테두리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동물 복지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일부 단체는 동물을 사고 파는 거래 자체를 반대하기도 하지만 경매업 신설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단체끼리도 서로 의견이 나뉜다"며 "현실적으로 반려동물도매업이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면 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판매업 등록을 한 업체에 한해서는 온라인 판매도 허용하고 반려동물 운송에 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한다. 현재는 산업가축 중심의 운송기준만 있는 상태다. 온라인 거래시 동물판매업자가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표준계약서 서식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온라인 판매의 경우에도 현재 별도의 기준이 없어 아무나 참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판매업 등록을 한 사람에 한해 구매자에게 표준계약서 서식을 제공하도록 해 폐사나 질병에 대한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동물간호사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동물치료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올 4분기에 수의사법을 개정해 동물간호사를 국가자격화하고 간단한 의료조치를 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설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의료기기 세척 및 청소, 진료시 동물을 잡고 있는 행위 등만 가능했다면 체온 및 심박수 측정·입원관리·투약 등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미국은 약 8만명, 일본에서는 2만5000여명이 동물간호사를 전문직으로 인정해 혈압 측정·체혈 등 진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자격제도 도입이 새로운 진입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기존 현장 보조인력에 대해서는 동물병원 근무 경력을 인정할 방침이다.

동물보호단체들,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거리로 나서

동물유관단체대표자 협의회(이하 동단협)는 동물보호법 개정 촉구를 목 놓아 크게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지난 4일 동단협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소망하는 작은 촛물 문화제’를 6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국민은행 건물 앞에서 연다”고 밝혔다.

동단협은 강아지 공장 보도 이후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만들어졌다.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대표 황동열)와 서울시수의사회(회장 손은필) 등 26개 단체들은 지난 5월2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동단협을 출범시키고 협의를 이어갔다. 이후 이달 24일 반려동물 생산유통 과정의 동물학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 건의안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 건의안에는 동물생산업 등 동물관련 영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번식장에서 태어난 반려동물을 동물생사업 단계에서부터 이력으로 관라는 등 9개의 내용이 담겼다.

동단협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소망하는 작은 촛불 문화제’를 동물보호법이 개정될 때까지 지속한다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동단협 촛불문화제 홍보를 위한 릴레이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인터뷰 주자로 나선 배우 이용녀는 “‘인간이 최소한 동물들에게 그러면 안 돼’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는 상식적인 동물보호법이 되길 바라며 촛불집회에 동참하게 됐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마음을 모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나중에는 광화문광장이 꽉 찰 정도로 모이게 되고 부산, 대구 등 많은 도시에서 같은 시간에 촛불을 함께 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촛불문화제는 경기도수의사회, 고유거, 광주광역시유기동물보호소, 나비야사랑해, 나주천사의집(동물사랑네트워크), 다솜, 다음강사모, 대한동물사랑협회,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서울시수의사회. 시흥엔젤홈, 애니멀아리랑, 어덥트코리안독스, 용인시유기동물사랑방,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위드올애니멀스, 유기동물보호단체이웃들, 유기동물사랑나누기, 팅커벨프로젝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한국동물병원협회, 한국동물보호교육재단, 한국동물보호연합, 해피엔딩레스큐, 행강 등 총 29개 단체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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