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이제 금년도 중반을 넘어섰다.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에 후텁지근한 날씨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게 되어 있다.

이 더운 여름을 청량한 가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혜롭게 보내야 할 것이다. 하기사 간절히 원하지 않아도 가을이 온다는 것은 정한 이치다.

그러나 인간의 세상사는 정한 이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좋은 일이 있을 것을 바라는 정신자세는 매우 유익하다. 그런 간절한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생성케 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있지 않는가.

그리스 신화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 예술가가 있었다. 평소 세상의 여자들에게 별 매력을 주지 못하는, 요즘말로 하면 전형적인 비호감이었다. 그는 자기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이상형을 조각하여 ‘저 여자가 내 사랑하는 여자’였으면 하는 간절한 꿈을 갖게 되었다.

그의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에 감동한 여신은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자신이 그리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생명을 얻은 조각상 갈라테아와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여기에서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면 그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불확실성 시대의 참된 가치 필요

피그말리온 효과의 핵심 속에는 문화가 있고 예술이 있다. 신화라는 스토리텔링 자체가 문화이며,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예술가였기에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지만 창의적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이 기초가 되었다. 감성이 넉넉하여 긍정의 힘과 진정의 믿음이 생겨나게 되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의 지나친 생각은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염려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결실이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결실의 결과를 낳는 피그말리온적 생각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창의성이란 말의 전제조건은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긍정적인 일을 상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미국 UC 샌터 바러라 대학의 캐서린 앨리버즈 역사학 교수가 말한 ‘사람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말로도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바른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미래 예측이 가능했던 과거 시대와 달리 첨단 현대사회에서 기회와 도전이 혼재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불안해하는 것은 아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곧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그렇다. 선진사회라는 것은 적어도 개인이나 사회나 미래에 대한 흐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안정성이 기초를 이루는 구조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높아졌기에 웰빙을 자랑하는 단계인데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폐해가 됐었던 부동산문제나 전반적인 노사관계나 사교육은 결국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 앞서 앨리버즈 교수가 말한 불확실성 속의 의미를 거기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적 문화정신의 정립 중요

우리가 경제적 수준을 떠나 미래에 대한 물질적외관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요소는 상존하게 될 것이다. 설사 경제적 위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 하더라도 또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충족을 위해 갈등하게 될 것이다.

이런 행태라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단지 그때만의 처방일 뿐 해결될 수 없다. 어떤 정책이든 그 정책에 의해 한편에서는 혜택이 되고 당연히 또 한편에서는 불이익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적 이해 상충과 그에 따른 사회적 감정 표출과 양극 대립의 팽배라는 공식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미래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물질의 향유보다도 옛 선비들처럼 정신의 넉넉함이 있었던 그 시대정신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때는 물질은 적어도 품격이 있었고 격조가 있었다.

그것이 시인 타고르도 격찬한 우리민족의 단아한 한국의 상징적 모습이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다시 한 번 현대적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문화가 생성되어야 한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처럼 평범한 한 조각가가 소박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쳤더니 그게 현실이 되는 아름다운 일이 생겨나는 풍토의 문화처럼 말이다.

아마 피그말리온은 설사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저 예술가로 자기의 주어진 환경을 감사하며 살았을 것이다.

한국사회가 현대화  첨예화되면서 개인의 삶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물질 중심 가치관으로 본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맞고 있는 불확실성시대에서의 참된 의미와 가치는 정신문화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인권 긍정가치연구소 대표 · 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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