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거래 실종, 전년대비 37% 급감, 하반기 큰 가격차 거래성사 난망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인수합병(M&A)시장은 냉각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으로 M&A의 필요성은 커지는데다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들의 투자금 회수용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착화 된 장기 불황과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불안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사드배치 등 대외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전반기에 이어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어느 때보다 국내 기업에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M&A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M&A 시장은 작년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위축됐다. 지난해 삼성-한화, MBK-홈플러스 등 빅딜이 많았던 것에 비해 대어라 할 만한 거래도 없었고 사모펀드(PE)의 활동도 조심스러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상장기업 가운데 M&A를 완료하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41개사로 지난해 상반기(65개사)보다 3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35개서 2015년 65개로 크게 늘어났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별로 유가증권 상장법인이 22개사로 53.7%를 차지했다. 코스닥 상장법인은 19개사로 46.3%였다. 유가증권 상장법인은 전년대비 29%, 코스닥 상장법인도 44.1%씩 감소했다.

사유별로는 합병이 40개사로 가장 많았고, 1개사는 영업양수·양도에 해당했다. M&A에서 영업양수도나 주식교환보다 합병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산했던, 상반기 M&A

M&A가 위축되면서 돈의 이동도 급격히 줄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예탁원을 통해 회사가 실질주주에게 지급한 주식매수청구대금은 4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710억원과 비교할 때 82.8% 감소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의안이 이사회에서 결의됐을 때, 결의에 반대했던 주주에게 자신의 소유주식을 회사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탁원은 지난해 상반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포괄적 주식 교환처럼 큰 이벤트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두 회사의 주식매수청구대금은 196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710억원)의 72%를 차지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로 주식매수청구금이 줄었다기보다는 M&A가 활발했던 지난해 상반기 대비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가증권 상장사의 경우 경남에너지가 영업양수대금으로 278억원, 한화화인케미칼이 합병으로 78억원의 주식매수청구대금을 지급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합병으로 썸에이지가 94억원, 닉스테크가 16억원의 주식매수청구대금을 지급했다.

▲ 자료=한국예탁결제원

M&A전문 분석 업체의 시선에도 올 상반기 국내 M&A 시장은 한산했다.

이달 초 블룸버그가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M&A 거래건수는 7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지만 거래규모는 332억달러(약 38조1102억원)에 그쳐 51% 급감했다.

올 2분기만 놓고 보면 거래건수는 398건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1% 늘었으나, 거래규모는 168억달러(19조2847억원)로 무려 70% 감소했다. 이는 거래총액 기준으로 지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자금흐름은 대체로 유입은 줄고 유출은 많았다.

자본유출 거래규모는 총 94건, 49억달러(5조6247억원)로 지난해보다 66% 증가했다. CJ그룹이 터키 대형 시네마그룹인 마즈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약 6억8940달러(6888억원)에 인수한 거래는 상반기 자본유출 거래 중 규모가 가장 컸다.

반면 자본유입 거래는 총 92억, 42억달러(4조821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8% 감소했다. 대표적인 거래로는 이랜드가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킴스클럽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거래 등이 있었다.

그나마 금융에서 M&A가 활발했다. 올 상반기 M&A 거래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면서 금융서비스 분야에 몰린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M&A전문 분석 업체 머져마켓이 분석한 2016년 한국시장 M&A 트렌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M&A가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금융서비스산업으로 총 7건(68억 달러)을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상반기 국내 M&A의 30.7%를 차지했다.

상반기 가장 큰 빅딜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지분 43%를 23억달러(약 2조6400억원)에 매입한 후 새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미래에셋의 지분 100%를 사들이며 흡수합병한 거래였다. 뒤를 이어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거래가 3위를 차지했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거래가 4위에 올라 상반기 최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거래이자 최대 국가간 거래로 기록됐다.

올 상반기 M&A 시장의 위축은 대내외적 악재가 맞물리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다. 장기화 고착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금융시장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국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서 금융업계가 리스크 관리에 돌입, 자금흐름은 더욱 위축됐다.

특히 상반기 막바지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 변수까지 촉발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M&A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악재낀 매물 흥행 기대↓

이 같은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15조원 이상의 매물들이 새 주인을 찾아 나서는 등 상반기에 비해 매물은 많은 편이지만 흥행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상반기부터 이어져온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형 매물별 개별 악재까지 더해지며 거래 환경은 어려워져가는 형국이다.

정부 주도의 조선·해운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M&A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잇다.

하반기 예상되는 매물 중 대어급으로 국내 토종 PEF인 MBK파트너스가 팔려는 코웨이와 ING생명을 꼽을 수 있다.

코웨이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작년 말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유력 인수 후보인 CJ그룹이 불참하면서 현재 매각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코웨이 올해 3월 10일 코웨이는 최대주주 지분매각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지분매각 추진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매각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코웨이의 기대 매각가격은 3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3조원대의 가격을 쉽게 제시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천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코웨이를 환경 가전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왔지만 최근 중금속 파문으로 기업 이미지와 실적에 타격을 입어 M&A 성사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마찬가지로 3조원대 매물인 국내 생명보험업계 5위인 ING생명은 중국계 보험사와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매각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에 넘어간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또 다시 중국계 자본이 나설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ING생명 매각 협상에 나서거나 실사에 착수한 곳은 홍콩계 사모펀드 JD캐피탈과 핑안보험 등 두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생명보험업계의 자본금 확충 이슈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3조원의 기대 매각가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2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천억원에 인수했다.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도 4조원대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프리미엄을 더한 경영권 매각방식을 추진했지만 3조5천억원대의 높은 기대 매각가에 국내 원매자가 없어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30∼40%를 4∼10%씩 쪼개 파는 방식의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병행 추진하기로 하고 최근 매각대금의 분할 납입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매각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오는 9월 매각 공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하반기 M&A 시장 최고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을 위해 매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시장의 기대도 크다.

미쉐린, 브리지스톤, 중국화공 등 글로벌 기업들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 실패 악순환, M&A 재수생 속출하나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현재 채권단이 42.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은 시가로 약 6천500억원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가가 시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각자 측은 금호타이어 매각가로 1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 자구계획안으로 매물로 내놓은 뒤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꼽히는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내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적정 매각가는 5천억∼6천억원 선이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1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8년 CJ투자증권을 인수해 하이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세 차례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쏟아부은 돈만 1조1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에 매각하면 결국 투자손실을 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 현대시멘트(산업은행 채권단), KDB생명(산업은행 채권단), 한국맥도날드(맥도날드), 동양매직(글랜우드-NH PE 컨소시엄), 동부익스프레스(KTB PE-큐캐피탈), 할리스F&B(IMM PE)가 올 하반기 M&A 시장에서 조명받을 주요 매물로 거론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현대시멘트, 동양매직, 할리스F&B 등을 제외하고는 연내 거래성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매도자와 매수사간 좁혀지지 않는 가격차이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시장가의차이가 커서 실제 성사되는 거래는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 하반기에도 M&A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해 수익을 얻어야하는 사모펀드(PE)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 거래성사를 어렵게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보유하던 딜 들의 거품이 과도하다는 인식 자체가 업계에 뿌리 박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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