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우리가 공무원사회를 관료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격식화되어 있고 규격화 되어 있어서이다. 모든 것이 서류가 있어야 하고, 증거가 있어야 하고, 규정이나 조례에 맞추어져야 한다.

일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말로 하면 이것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관료적인 조직은 현대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창의지수(CI : Creative Intelligence)가 낮다.

그럼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창의적인가, 아니면 관료적인가에 대한 대답은 명확해진다. 오죽 했으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생명이 되는 기업체계에서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 “대기업이지만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라”고 다그쳤을까?

그가 주문했던 것은 바로 경계의 벽을 없애라는 것이었다. 곧 창의성 넘치는 오케스트라 같은 조직으로 말이다.

그래서 성과를 내는 조직은 최고경영자의 ‘지휘봉’으로 운영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휘봉 하나로 정서를 교감하고 의사를 소통시킨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할 때 지휘자는 말하지 않는다.

하모니가 가장 중요한 요소

오로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휘봉만 휘두를 뿐이다. 지휘자의 한 동작 한 눈빛으로 음악가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악기를 다루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선율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조직이 오케스트라처럼 운영되려면 하모니가 가장 필요하다. 그것을 창의적인 경영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모니는 조직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나 조화를 말한다. 구성원들에게 있어 자발적인 동기부여나 의욕이 일어날 때 하모니가 있다.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로 결집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눈빛으로 말하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한마음으로 통할 때 조직에는 활력이 넘치며 생기가 꿈틀된다. 흔히 조직은 위계와 질서와 강제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 통합’이 가능하다.

조직에서 시키는데 이를 거부하지는 못한다. 만약 어느 구성원이 이를 거부하게 되면 그는 그 조직에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경쟁력을 높이는 ‘케미 경영’

조직에서의 하모니란 다름 아닌 ‘화학적 결속’(chemistry)을 의미한다. 구성원 자신이 그 조직에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갖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생겨난다. 충성과 맹종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충성을 맹종으로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초 세계적인 기업 필립스가 적자 누적에 허덕이고 있을 때다. 조직 경영의 구원투수로 잔 티머가 최고경영자로 투입되었다. 그가 구조조정의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었다.

그는 회사의 직원들 자체보다도 직원들 간의 ‘관계’를 중시하였다. 그는 세계 각지의 공장을 둘러보게 되면 보고하는 수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구성원들과 대화 몇 마디와 그들의 표정을 통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계 각지 어느 사업장을 가더라도 공장장과 30분 정도만 돌아다녀 보면 분위기를 느낀다. 공장의 직원들이 몸짓이나 상사를 대하고 답변하는 자세를 보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러면 숫자를 일일이 보지 않고도 이 공장이 돈을 버는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

그는 경영의 기조를 말하자면 화학적인 결속에 두었다.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앙상블처럼 기업 조직의 멋진 화음을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의 화합 중심의 펀(fun)경영, 그것이 필립스의 재도약을 이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군림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이인권 긍정가치연구소 대표 · 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강연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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