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진술 속 이 화백은 진품 증명할 도록 찾으러 도일

▲ 지난 6월 30일 오후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한국미술계를 뒤흔든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0)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가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는 9일 위작 총책으로 지목된 화랑운영자 현 모(66) 씨와 이번 사건에서 유통책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골동품 판매상 이 모(67) 씨, 현 씨 등과 공모해 이 화백의 그림을 베껴 그린 서양화가 이 모(39) 씨의 사서명 위조 등의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은 서로 어긋나 사건의 진상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화랑운영자 현 씨는 위작을 만드는 등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나, 유통책으로 지목된 골동품 판매상 이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월 골동품상 이 씨가 화랑운영자 현 씨에게 이 화백의 작품을 모사해 위작을 만들어주면 위작을 유통해 수익금의 50%를 주겠다고 범행을 제안했다.

이에 현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서양화가 이 씨에게 위작을 의뢰했고 이들은 2012년 2월~5월 경기 고양시 한 오피스텔에서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 네 점의 작품을 모사하고 캔버스 뒷면에 이 화백의 서명을 넣어 위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작은 2012년 6월 낙원동의 한 갤러리 운영자를 통해 2억 1750만원에 판매됐다.

현재까지 이들이 위조해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된 작품은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 총 4점이며, 이들 일당은 15억 4250만원의 부당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같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현 씨는 변호인을 통해 작품 위조에 관여했음을 시인하고 공모자 등을 통해 위작이 유통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다만 실제 판매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현 씨에게 위작을 제안해 범행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씨는 변호인을 통해 그림 위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위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고 그림을 베껴 그리는 등 현 씨 등과 함께 위작을 만든 혐의로 기소된 서양화가 이 모(39) 씨는 증거목록 등 기록 검토를 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다음 재판으로 연기했다.

결국 다수결로도 진실이 가려질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앞서 이우환 화백은 지난 6월 자신의 작품 13점에 대한 위작 의혹이 제기되자 4시간 넘게 직접 감정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 진품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과학감정을 통해 13점이 모두 위작이라고 판정했다.

이 화백은 13점의 작품이 모두 위작이라고 판정한 검찰의 과학감정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일본으로 건너가 해당 작품들이 진품임을 증명할 도록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술계 희대의 미스터리가 된 이번 위작 스캔들의 진실이 1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서는 가려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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