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한국 사격 간판 진종오 선수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첫 날 10m 권총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도의 김잔디 선수도 시합에서 진 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대기실로 들어갔다고 현지의 기자들은 전했다. 수영 박태환 선수도 결승 진출에 연속 탈락한 뒤 "내가 여기 와서 많이 한 말들이 '아쉽다', '죄송합니다' 등“이라며 "이제는 이런 단어들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선 한마디 하자면 그들은 죄송해야 할 일이 하나도 없다. 물론 메달을 획득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면 본인도 좋고 가족, 친지, 국민들 모두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죄송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도 나름대로 피와 땀을 흘려가며 최선을 다해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고 또 시합에서도 모든 것을 다 바쳐 정정당당하게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하늘만이 아는 것이다. 상대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모든 것을 바쳐 정정당당하게 싸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누가 돌팔매를 던질 것인가. 이긴 사람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진 사람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의 정신이다. 선수들도 이긴 사람은 겸손해 하고, 진 사람은 상대를 축하해 주는 것이 올바른 스포츠맨십일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정말로 죄송해야 할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정정당당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행운에 맡기는 것도 크게 나무랄 것은 아니다. 오로지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행운은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에게 다가온다’고 한 것은 파스퇴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옛날 동양 현인들의 마음 자세다. 그러나 이런 행운마저도 못 믿겠다는 듯 연줄이나 뒷배경 또는 아첨이나 뇌물로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대방을 헐뜯고 못살게 굴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정한 부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최선이라는 단어는 그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정당당이란 모르는 단어다. 이런 사람들도 ‘죄송하다’는 말을 쓰기는 쓴다.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이면 한마디 한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이들이 죄송한 것은 자기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니 듣기가 거북하다. 올림픽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시합에서 진 선수를 보면 안타깝다. 저들도 얼마나 고생을 하며 이날을 기다렸겠는가. 결정적인 순간, 아차하는 순간에 그만 상대방에게 어이없이 패해 버린다. 그런가 하면 처음부터 우승은 기대하지도 못하면서 빰을 뻘뻘 흘리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를 보면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시합에 진 선수들이 무슨 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때 오히려 그 말을 듣는 나 자신이 죄송스러워 진다. 우리는 정말로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가? 이동주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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