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에 수염은 기본 앞다퉈 서민친화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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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이완재 기자] 여의도 정치권이 여야 모두 새 당대표 진용 갖추기에 분주하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의 3선 이정현 의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정치의 한 축인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새 대표가 누가 될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현실정치가 매일 부산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유력 잠룡들의 대권행보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민심행보를 갖고 같은 듯 다른 각자의 개성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언뜻 보면 동네아저씨같은 푸근함을 주는 덥수룩한 수염에 밀짚모자 차림은 기본이다. 지역 전통시장이나 허름한 동네 목욕탕도 거침없이 드나들며 먹방에 파안대소로 서민친화형 코스프레(cospre,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여 즐기는 일)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자신이 가장 대중친화적이고 서민적인 사람임을 강조하는 일종의 정치쇼지만, 이같은 쇼가 표심을 꽤 깊이 공략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판의 오랜 정설이다. 결국 이들 모두 하나같이 지향하는 목적은 하나 내년 대선을 위한 대권행보이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 복더위도 마다않고 민심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여야 유력 잠룡들을 뒤쫓아가 본다.


여의도와 거리 두고 외곽에서 ‘정중동’ 정치
김무성.문재인 네팔과 전라도 돌며 민심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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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친박에 당권 내주고 입지 흔들 본격 제 목소리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7박8일간의 민생투어 일정을 마치고 귀가했다. 김 전 대표의 이번 민생투어는 본격적인 대권도전 스타트에 앞서 민심의 향배를 읽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사정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새 당대표를 뽑은 지난 전대에서 비박계 주호영 후보를 '대놓고' 지원한 김무성 전 대표는 이정현 의원의 당선으로 상대적으로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일 "비주류 단일 후보인 주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비박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직전 당 대표가 특정 전대 주자를 공개리에 지지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친박계에서는 반발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며 개의치 않았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민심 청취를 명분으로 대구, 경북 초선 의원들을 청와대에서 만난 것을 두고, 김 전 대표는 "전대를 앞두고 잘못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 전대 결과로 김 전 대표의 전대 베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고, 도리어 김 전 대표가 앞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대 막판 주호영 공개 지지에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궁지에 몰리게 됐다.

한편 김 전 대표는 민심투어간 작심발언으로 현 정권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대권행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위기국면을 벗기 위한 전략적 강수로 풀이돼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1일 민심투어의 일환으로 전남북의 고창과 영광을 방문중 우리나라 대통령제에 대해 ‘제왕적’이라고 비판하며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한다. 대통령 권력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새누리당의 새 대표가 된 이정현 대표를 향해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드는 캠프에서 내가 총책임자였는데, 친박에서는 나더러 비박이라고 한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 성래원에서 원불교 관계자들과 만나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이기는 정당은 ‘우린 세상 다 얻었다’ 기고만장하고, 진 정당은 ‘망했다’고 대성통곡한다”며 “막상 결과는 90대 10이 아니라 51대 49로 나오는데 승자 독식으로 싹 먹어버리니 승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대선에서 진 정당은) 5년간 절치부심하고 와신상담해서 정권을 다시 뺏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이 정권이 망해야 기회가 온다’는 식으로 잘못돼 있다”며 “그 정권이 망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위해 관심 두는 사업마다 반대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나눠야죠”라며 “51대 49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49를 나눠주는 건 아니고 70대 30 정도, 대통령 권력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 문 앞에 가면 넥타이 고쳐 매고 거울보고 문을 연다”며 “들어가면 대통령 앉은 데까지 걸어가 한 번 절하고 그 앞에 가 또 절하고, 대통령 반대하는 말을 못한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또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정현 대표와 오랜 기간 교류하고 대화한 가까운 사이”라며 “친박에선 나를 비박쪽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권력을 나눠주기 싫다는 거다. 나쁘다”라고 꼬집고 “대통령 만드는데 나만큼 총대 많이 멘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강조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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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부산 전대서 '문재인' 연호 존재감 재확인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구성이 완료됨에 따라 야권의 지도부 개편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호남 출신의 이정현 신임 대표가 호남 저격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드러내고 있어 야권의 차기 지도부 구성과 잠룡들의 행보가 집중되고 있다.

이번 4·13 총선에 불출마하고 본격 대권 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팔에서 귀국 후 지난 24일 독도를 방문하며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후보들은 친문의 표심잡기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심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 전 대표는 11일 오후 5시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시당 정기대의원 대회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상곤·이종걸·추미애 등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경선 레이스에 문 전 대표의 막후정치가 실현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지금 우리당은 변화도 필요하고 단합도 필요하고 확장도 필요하다. 그 힘들을 모아서 정권교체를 해내야 한다"며 "어떤 지도부가 바람직한지 아마 우리 당원들이 현명하게 선택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지지발언은 없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깜짝 방문'으로 그의 당 내 입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상곤 후보는 "솔직히 이야기하겠다. 저는 광주에서 '친문(親文)이 아니면 찍어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자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강력한 대선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며 "힘을 하나로 모아 통합의 힘으로 3기 민주주의 정부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이 그 분은 우리 곁을 떠났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비주류 대표 격인 이종걸 후보마저 이 자리에선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승리의 드라마를 함께 겪은 역사적 주체"라며 "당시 수행실장이 돼 이곳의 선대위원장을 한 문 전 대표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줄곧 친문을 외쳤던 추미애 의원, 무계파 성향으로 등장한 김상곤 후보, 비주류 이종걸 의원 모두 '문재인 잡기'에 열을 올리며 친문세력의 당내 영향력이 실제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한 문 전 대표는 12일 백령도 해병대 부대를 방문하며 안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드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백령도 방문은 지난 독도 방문에 이은 국가 안보에 대한 진보지지층의 결집을 기대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호남이 여야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향후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게 호남석패를 당한 이력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문 전 대표 대권행에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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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오랜 강진 칩거정치 벗고 곧 현실복귀
안철수 지지율 하락속 대학캠퍼스.지방 찾아


안철수, 대선 지지율 폭락 최대 위기 봉착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져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조사(집전화 RDD보완)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안 전 대표는 8%를 기록, 3위에 머물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8%의 지지율로 3주 연속 1위를 달렸고, 문 전 대표는 16%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4위·6%)·오세훈 전 서울시장(5위·5%)·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6위·4%) 순으로 집계됐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텃밭인 호남(광주·전남)에서도 지지율 19%를 기록, 2주 연속 문 전 대표(22%)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달 대비 3%p 올랐지만 문 전 대표가 5%p 상승해 뒤집기에 실패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응답률21%)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제3정당의 유력 대선 주자 중 안 전 대표는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국민의당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으로 한 차례 후폭풍을 맞은 데다가 반 총장의 등장, 새누리당 이정현호 출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 역시 대선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는 호남 전쟁에 대한 대비태세를 일찌감치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이 호남정당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호남은 국민의당의 텃밭이 됐다. 그런 만큼 안 전 대표의 호남 수성 역시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여름이 지나면서 안 전 대표, 천정배 전 대표 모두 우리 당에 나름대로 다양한 활동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국민들과 더불어 소통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이후 공개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자숙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는 일각의 관측과 함께 그가 가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모두 끝나고 이들의 지도부 개편이 자리를 잡을 때 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이 이들의 경선 레이스에 주목하고 있는 시기라 자신의 복귀 행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할 거란 해석에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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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강진 칩거정치 벗고 제3세력 결성

정계 복귀를 사실상 선언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손 전 고문은 7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진행된 '김대중 평화캠프' 참가자 등과 함께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손 전 고문의 하의도 방문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만이다. 손 전 고문은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렵고 남북관계는 절벽에 처해 있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사회의 모든 면을 아우르는 미래를 보는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6일 오후 목포 삼학도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모 평화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5월 "정치의 새판을 짜겠다"며 정치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정치행사는 물론 지지자들의 모임에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진에 거주하면서 인근 전남지역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이 잦다. "이웃거리인데 참석하지 못할 것 없다"지만 정치재개 이후 호남 지지기반 확보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의 지역행사 참석은 지난 6월 목포에서 열린 '이난영 가요제'에 이어 7월 해남 지지자 모임, 8월 강진청자축제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해남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문화한마당' 행사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사실상 정치재개를 선언했다.

절제된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9월설 등 정치재개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7·30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의 흙집에서 지낸 지 2년 만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정치에 대한 공식적인 발언은 삼가하고 있지만 정치재개는 시기와 형식의 문제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8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계복귀와 관련, "만약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아주 달라지는 신호라고 보고 (손 전 고문이) 좀 더 당에 합류하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인터뷰에서 "(손 전 고문은) 하여튼 공정한 경선 보장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계신 것은 틀림없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손 전 고문이)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좀 더 구체적인 결단을 하시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계파라는 것이 대통령 후보에게까지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패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며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리 가능성, 신뢰 가능성 있는 후보는 어떻게 보더라도 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파 패권이 지난번 (대선후보경선) 선거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이번에도 후보를 선출하는 것에 너무 작동이 되면 정말 무난히 본선에서 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며 "공정한 대선 후보를 관리하는 아주 조심스러운 행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일반 당원이나 대의원으로 가게 되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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