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조치했지만 전기 펑펑 쓰지 않았다... 서민들 혜택은 쥐꼬리

▲ 전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찬 외벽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정부가 들끊는 여론에 한시적으로 누진제 완화 조치를 내렸지만 정부가 핑계로 내세운 전력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에 허술한 저소득 지원책 등 제도 미비점만 드러내면서 정부 여당 내에서도 누진제 폐지 여론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누진제 완화, 우려했던 전력난 없었다

지난 11일 정부는 올 여름 한시적으로 누진제 경감방안을 시행한 첫 연휴 기간 적국적인 폭염에도 전력수급은 안정적이었다.

16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연휴 마지막날인 15일 오후 3시 기준 전력수요는 7194.7만kW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4% 감소한 수준으로 전력 예비율은 16.3%(예비전력 1174.8만kW)나 됐다.

주택용 전력 수요가 가장 몰리는 일요일인 전날 14일의 경우 오후 9시 기준, 전력수요는 6799만kW였다. 최대전력은 전주보다는 50만kW 증가한 수준이지만 전력 예비율은 13.8%보다 높은 18.5%(예비전력 1255만kW)를 기록했다.

완화대책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이었던 12일 최고 전력수요가 8518만 kW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전주와 동일한 수준으로 돌아선 셈이다.

마지막 날인 광복절을 제외하면 전년대비 증가율은 높았지만 예비율은 11~16% 수준으로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없었다.

예비력이 500만㎾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11일에는 예비력이 671만kWh(예비율 7.9%), 12일에는 712만kW(8.5%)로 떨어져 비상경보 직전까지 갔지만, 연휴 기간에 들어서면서 예비력이 1천kWh 안팎의 안정적인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 대책에도 전력 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 완화할 경우, 각 가정에서 전기를 펑펑 써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 진 것이다.

정부는 들끓는 여론에 누진제 한시 완화로 한발 물러선 뒤에도 전력 수급 상황을 우려해 누진제 완화를 구간별로 50kWh만 조정했다. 만약 50㎾h 이상 확대하면 현재의 전력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반대 명분 무색, 개편 카드 꺼내나

이와 함께 이번에 실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조치의 체감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11일 7~9월 각 누진구간의 상한선을 50kwh씩 늘려 적용키로 했다. 예를 들면 한달 420kWh를 이용하는 가구의 경우 기존 누진 5단계(401~500kWh, 417.7원/kwh)이 적용됐지만 경감혜택을 받으면 4단계(351~450kWh.280.6원/kwh)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국 2200만가구에 여름철 평균 19.4%의 요금할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으로는 주택용 전기요금 부담액의 5.2% 경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여름 실시한 가정용 전기요금 할인(703만 가구, 1300억원)과 비교해 수혜가구(2200만 가구)와 지원금액(4200억원) 모두 3배 이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방안이 ‘요금 폭탄’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도 나왔다.

예컨대 월 500㎾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기존 11만4580원에서 9만6730원으로 1만7850원 아끼게 된다.

최고 누진구간인 6단계를 제외하고 보통 300~500kWh를 정도를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7~9월 석 달 동안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가까이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누진 단계의 조정이 있을 뿐 폭염에 따라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평소 5~6배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내야하는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4인 도시가구 평균 사용수준인 월평균 342kwh를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이 현재 5만3000원가량 나오지만, 완화 방안이 적용되면 한 달에 1만원 정도 낮은 4만3000원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소비전력 1.84㎾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한 달 동안 하루 8시간 사용했을 경우를 적용하면 누진제 완화 적용 전 예상요금은 32만1000원으로 평상시 전기요금 5만3000원의 6배가 청구된다. 누진제 완화 방안이 적용되도 전기요금은 27만3000원 정도로 5만원가량 떨어지지만 여전히 평상시의 다섯 배가 넘는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누진제 완화 방안에서 그동안 지적됐던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배려 방안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기초수급자, 장애인, 홀몸 노인 등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시적으로 조정된 누진구간 기준으로, 저소득층이 한달 간 200~300㎾h의 전기를 사용한다면 1만6310원~3만905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현행 누진구간를 적용한 요금보다 최소 3260원에서 최대 6360원의 절감 혜택을 보게된다.

여름철 월 400㎾h 가까이 전기를 쓰는 평균적인 4인 도시 가구와 600㎾h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가 각각 1만원과 3만2000원 정도 혜택을 본다.

즉 누진제 체재를 유지하다보니 절감 혜택 또한 저구간일수록 상대적으로 덜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야권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누진제 개편 요구가 거세지면서 정부도 누진제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전력수급과 국민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전기요금 누진제’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황 총리는 “정부와 여당은 보다 근본적인 전기요금 제도 개편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함께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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