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고기 식문화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이슈화

배우 최여진 母, 양궁 국가대표 선수 개고기 식용 비난 논란 촉발
“개는 안 되고 소고기는 되나?”…누리꾼 갑론을박
영국 ‘한국 개고기 거래 금지 촉구’ 10만명 서명. 국제이슈 부상

▲ 지난 2013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지하철역에 설치했던 개 식용 반대 광고.(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국내 개고기 식용 논란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16일 말복을 계기로 그동안 수면에 가라앉아 있던 개고기 식용 논란이 재점화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고기 식용 논란은 지난 7일 모델 겸 배우 최여진 씨의 모친이 자신의 SNS에 한국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강도 높게 비난하며 다시금 불거진 후 한동안 잠잠했던 개고기 식문화 논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누리꾼들은 최 씨의 모친이 개고기 식용 반대를 고수하면서 자신의 반려동물에게는 소고기를 구워 먹이는 SNS 사진을 문제 삼고 “개는 안 되고 소고기는 괜찮나?”라며 응수했다.

소·돼지·닭 등은 죄책감 없이 먹으면서 개만은 안 된다는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개 식용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과거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개를 먹던 풍습이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오늘날까지도 존속할 가치가 있는지 반문한다.

온라인상에서는 현재 개고기 식용 논란이라는 해묵은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식용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문화상대주의, 문화보편주의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의견이 충돌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비윤리적인 개 사육과정과 잔혹한 도살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며 관련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개 식용이 엄연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카라가 발표한 ‘개 식용종식을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식용 개농장과 도살, 유통과 판매 등은 현행 동물보호법, 축산물위생관리법, 식품위생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가축분뇨법, 사료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 최소 5개 법을 위반한다.

먼저 사육 단계에서 허가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수집 운반해 개에게 급여하는 것은 사료관리법 위반, 불법으로 난립된 개농장의 분뇨로 인한 환경 위해 문제는 가축분뇨법에 위배된다.

도살 단계에서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불법이고 도살은 수의학적 처치가 필요하므로 식용을 위한 개 도살은 동물보호법에 저촉된다.

또한, 잔혹한 도살방법도 여러가지 법규를 위반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물보호법 등에 의하면 감전·도구·약물·열 또는 물을 이용한 상해 행위마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며, 특히 전기 도살은 국제적으로 잔인한 도살로 규정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개는 이미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규정한 ‘도살, 식육으로의 유통이 불가능한’ 동물이므로 허가받은 도살장도 존재할 수 없다.

재래시장에서 개의 지육을 전시해 판매하는 것은 불결한 불법도축과 지육 전시 과정에서의 오염으로 위해식품 등의 판매금지 조항에 위배돼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카라는 오랫동안 지속 돼 온 개식용 문제를 비단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동물 학대 이슈로 바라보고 개 식용 국가인 중국, 대만 등의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지난 5일 국내외 현장 활동가, 국회의원, 생태학자, 법률전문가, 수의학자 등을 초청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식용 개 사육업자들의 단체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은 이날 행사장에 찾아와 콘퍼런스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내 보신탕 산업 종사자 100만 명이 개 식용 반대 움직임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개고기 식문화는 국제사회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난 7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영국인 여성 두 명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메시지(‘개고기 먹는 나라’)를 담은 피켓 시위를 해 화제가 된 가운데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청원 사이트에 최근 한국 정부에 개고기 거래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온 것이 알려져 이목이 쏠렸다.

청원에 10만 명 이상이 서명했을 경우 영국 청원 제도 관련 규정에 따라 반드시 영국 의회가 해당 문제를 논의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마감된 이 서명은 현재 10만2130명이 참여해 이제 영국 정부는 한국에 개고기 거래에 관련해 공식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의 우파 정치인 미켈레 비토리아 브람빌라는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이유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공론화되며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 개고기 식용 논란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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