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 티파니 SNS 올린 가방 욱일기 이미지 시끌

연예인 일본 제국주의 상징 욱일기 디자인 사용 논란중
주요 국가 맥락 모른 채 사용…세계 곳곳 퍼져 있어
서경덕 교수팀, ‘일본 전범기 전 세계 퇴치 캠페인’ 전개

▲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올려서 물의를 일으킨 SNS 게시물.(사진=티파니 스냅챗 캡처)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올린 한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티파니가 올린 가방 사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도쿄 재팬(TOKYO JAPAN)’ 문구에 욱일기(전범기) 이미지가 새겨진 필터를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광복절을 앞두고 올린 게시물에 욱일기 이미지 필터를 사용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티파니는 결국 자필 사과 편지까지 써야 했다.

사실 연예계 욱일기 디자인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빅뱅의 멤버 탑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욱일기 디자인의 마크가 붙은 의상으로 비난을 받았고 가수 현아와 장현승 역시 트러블메이커 활동 당시 입은 커플 티셔츠에 욱일기 디자인이 있어 논란이 됐다.

이번 티파니의 욱일기 논란으로 욱일기 사용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지적과 각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이 티파니가 사용한 스냅챗 필터의 문제점을 알리는 내용을 직접 회사 운영진에 전달한 결과 사안의 심각을 인지한 운영진에 의해 해당 필터는 즉각 삭제 조치됐다.

연예인들에게서 유난히 욱일기 디자인 논란이 잦은 것은 그만큼 욱일기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아무런 규제 없이 다양한 브랜드의 의상, 패션 소품, 상품의 로고나 스포츠 경기 응원 깃발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림픽, 한일전 등 많은 국제대회에서 아직도 욱일기와 욱일기 디자인을 적용한 유니폼, 욱일기 디자인의 응원 용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범 국가인 독일은 나치 깃발 문양을 일컫는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갈고리 십자가 문양)를 전범기로 인식하고 법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한다.

독일과는 대조적으로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에서는 아직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지 않고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대 국회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9월 손인춘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욱일기)을 사용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 왼쪽부터 1.미국 뉴욕의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 내에 비치된 '자유의 여신상'관련 팸플릿에 표기된 일본 전범기 2.이탈리아 대표 커피메이커 브랜드 비알레티(Bialetti) 상품에 사용된 일본 전범기 3.국내의 거리에서 발견된 일본 전범기 디자인을 사용한 오토바이 모습.(사진=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연구팀 제공)

이에 일본과 일부 다국적 기업 등에서 욱일기 디자인을 공공연히 사용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민간에서 먼저 시작됐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전범기(욱일기) 전 세계 퇴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 교수팀은 지난 3월 1일부터 5월 초까지 두 달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일본 전범기 디자인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미국·호주·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주요 도시에서 욱일기 디자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서 교수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뉴욕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 내 비치된 관광 팸플릿, 시드니 내 일부 다이소(Daiso) 매장 등 세계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영국 내 수제버거로 유명한 바이론(Byron)의 신제품 햄버거, 이탈리아 대표 커피 메이커 브랜드 비알레띠(Bialetti) 등 그 나라 대표 먹거리 상품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욱일기 모양을 두고 단순 디자인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한 그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대로 알려주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팀은 전 세계 한인들로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과 이메일로 제보를 받는 방식으로 이번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총 40건의 제보 중 3건은 국내 사례로 밝혀져 우리 스스로가 역사 인식을 더 가지고 욱일기 퇴치에 먼저 앞장서야 한다고 서 교수는 말했다.

앞서 서 교수팀은 지난 몇 년간 일본 전범기 퇴출을 위해 일본 축구대표팀 유니폼 및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 등에 사용된 전범기 디자인에 대해 FIFA 회장과 나이키 사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서 교수팀은 메일(bychoi@ygeneration.co.kr)을 통한 제보와 함께 현지 유학생들과 힘을 모아 더 활발한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욱일기란?
욱일기(전범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로 현재 자위대의 군기이기도 하다.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에 16줄기의 햇살이 도안된 모양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햇살 줄기 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떠오르는 태양에서 햇살이 퍼져나가는 디자인 때문에 ‘욱일승천기’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욱일승천기’라는 말이 금기시되고 있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전 아시아를 지배하고자 했던 침략적인 야욕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와 같은 전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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