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클렌징폼 등 성분 미세 플라스틱 위험성 대두

플라스틱 재앙...바다 생태계 교란.인류 건강까지 위협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국제적 관심 커져
환경단체, 기업 사용 중단 및 관리규제법안 마련 촉구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치약, 클렌징폼, 스크럽제(각질제거제), 바디 워시 등에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바다 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일 뿐 아니라 체내 축적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다양한 학술 논문을 검토한 결과 홍합·굴·게·숭어·대서양 참다랑어·날개다랑어·바닷가재 등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이 검출·전이된 사실이 밝혀졌다.

미세 플라스틱이 생활용품 전반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가운데 생태계 위협, 체내 유입과 인체 유해 가능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최근 몇년사이 국제적 환경이슈로 대두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상황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과정 거쳐 식탁까지

▲ 국내 시판 중인 한 바디 워시 제품에 들어있는 미세 플라스틱의 모습.(사진=뉴스포스트 안옥희 기자)

양치할 때 치석 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치약, 세안할 때 쓰는 폼 클렌징·스크럽제, 화장할 때 사용하는 아이섀도와 매니큐어 등 일상생활을 통해 배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하수 정화장치에서 걸러지지 않을 만큼 크기가 작아 욕실 세면대에서부터 강, 하천, 바다로 그대로 흘러들어 간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미세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지 않고 바닷 속 유해 화학물질들을 흡착해 해양 동물의 성장과 번식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각종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미세 플라스틱이 다양한 해산물을 통해 체내 유입될 가능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점은 인체 유해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고 불리는 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은 주로 세정 기능을 높이기 위해 제품에 포함되지만, 단순히 미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세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도 아니고 이를 대체할 천연 물질도 얼마든지 있지만, 화장품, 세정제 등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환경단체들은 제품 한 개에 많게는 36만여 개에 이르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으며, 이 제품을 한 개를사용하는 것은 1리터짜리 페트병 28개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지름 5mm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의 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성분의 입자가 가진 영향력은 가공할만하다.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위치한 동물 플랑크톤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게 되고 이 플랑크톤을 섭취한 작은 물고기는 다시 큰 물고기에게 먹히는 등 먹이사슬 과정을 거치며 미세 플라스틱은 다양한 개체로 전이·축적된다.

국제적 환경이슈 부상...환경단체, 사용금지법안 촉구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남단 인근 한강에서 치약, 세안제 등 생활용품에 든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유럽연합 환경집행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에 사용된 미세 플라스틱이 매년 최대 8627톤씩 유럽의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의 환경 유해성 인식이 확산하며, 뜨거운 환경 이슈로 대두해 규제 법안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미세 플라스틱 규제법안을 통과시켜 생산을 금지했고 캐나다는 '독성물질'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밖에 대만, 영국, 호주, 유럽 5개국 등에서도 최근 비슷한 법제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정부 차원의 규제 논의조차 없어 환경단체들이 미세 플라스틱 관리 및 규제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기업에는 철저한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정부에게는 규제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친환경 순위’를 조사 발표하며, ‘마이 리틀 플라스틱’(My Little Plastic)이라는 해양 보호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미세 플라스틱 규제 서명에는 20일 현재 시민 2만3000여 명이 서명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알리는 보고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을 발간하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015년부터 플라스틱수프재단과 함께하는 ‘FACE to FISH’ 캠페인을 벌이며 국내에서의 미세 플라스틱 문제 공론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들은 클렌징폼, 스크럽제, 바디 워시 등 화장품 9000여개 성분을 조사해 미세 플라스틱 함유가 의심되는 446개의 제품을 선별한 뒤 화장품 업체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 중지와 대체성분 사용 계획을 묻는 공문을 보내는 활동을 펼쳤다.

이후 대한화장품협회와의 간담회를 거쳐 총 55개 업체로부터 미세 플라스틱 사용 중지와 대체 성분을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받아내는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일상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장품 및 생활 제품 구입 시 라벨의 전 성분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성분표기 중 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폴리에칠렌테레프탈레이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폴리에스터-1, 폴리에스터-11, 나일론-12, 나일론-6,폴리우레탄-2, 폴리우레탄-14, 폴리우레탄-35, 에칠렌/브이에이코폴리머, 폴리스타이렌, 폴리아크릴레이트 등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있는 제품을 피하고 만약 사용 중인 제품에 위 성분들이 들어있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용기째 버려야 바다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제품의 성분 일부만 표기돼 전 성분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스마트폰 어플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를 이용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대체성분 역할을 하는 코코넛껍질, 호두껍데기, 살구씨 등 천연 유기물질이 함유된 제품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