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코드 전성시대...시대 풍미하며 관통중

▲ 안옥희 기자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설운도가 옷 벗을 때 부르는 노래는? 상하이 상하이 상하의”,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딸기시럽” 등 개그계의 암모나이트 같던 아재개그가 근래 다시 유행하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 ‘아재씨’ 코너는 이런 아재 개그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코너에서 개그맨 박영진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이 잔뜩 늘어난 흰색 메리야스에 체크무늬 파자마, 정장구두에 회색 양말을 발목 위로 한껏 올려신은 전형적인 아저씨의 모습으로 등장해 “지금은 안 웃기지? 나중에 집에 갈 때 생각나서 빵 터지게 될 거다”라고 호언장담하며, 아재개그를 펼친다.

‘아재’란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로 불과 얼마전만해도 젊은 세대와 소통할 줄 모르고 나이를 앞세워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개저씨, 꼰대와 음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은 이음동의어에 다름없었다.

그런 아재가 최근에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남성’을 뜻하는 ‘옴므파탈’이 결합된 ‘아재파탈’이라는 파생어가 생겨날 정도로 그 위상이 달라졌다.

‘아재파탈’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모관리 등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중후한 매력의 40~50대 중년남성을 상찬하는 말이다.

아재의 달라진 위상에 한몫 한 배우는 조진웅이다. 그는 올초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여순경(배우 김혜수)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유일한 남자 형사이자, 정의로운 면모를 가진 인간적인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았다. 배우 조진웅과 그가 연기한 이재한 형사 캐릭터의 매력이 합쳐져 조진웅은 ‘아재파탈’ 수식어의 원조가 됐다.

드라마 등을 통해 중후한 매력의 남성 연예인들을 위시한 아재파탈 등 아재코드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20~30대에 뒤지지 않는 자기관리로 젊은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중년 남성들도 늘어났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40~50대의 피부미용관련 카드 사용액은 각각 35.3%, 4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30대의 피부미용 관련 카드 사용액이 24.5%가량 증가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4050 중년남성들의 구매력이 재조명되며, 아재가 패션뷰티산업의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자 유통가는 ‘아재’들을 겨냥한 상품과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 한 온라인쇼핑몰의 통계에 따르면 빈티지 청바지, 스키니진, 스니커즈 등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패션상품의 4050 중년남성들의 구매량이 전년보다 최대 6배 증가했다.

아재코드의 인기는 아재들의 교복이었던 아웃도어룩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 화려한 색감과 큼직한 로고로 브랜드를 강조하던 등산복 디자인은 이제 젊은층과 함께 입어도 무방한 도시적인 느낌의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대체됐다.

과거에는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아재개그는 이제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광고계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잘생긴 중년의 배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차를 세우는 내용의 새우햄버거 광고에 젊은 세대들은 친근하다며 호응하고 있다. 아재개그 열풍에 힘입어 해당 햄버거는 출시 한달만에 백만 개가 팔렸다.

4050 중년남성들의 무뎌진 유머감각을 대표하던 아재개그가 이제 세대를 초월한 소통의 도구가 되고 있지만, 아재코드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재코드가 인기라고해서 젊은 세대에게 무턱대고 강요하면 안 되는 이유다.

아재가 여기저기서 남발되고 있어 이를 잘못 이해해 나이 어린 사람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고 무례한 언행을 농으로 던진다면 일순 개저씨, 꼰대로 전락하게 된다.

젊은 세대가 아재코드에 대해 무조건적인 호응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부족할지라도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유머를 고민하고 자신의 편협한 사고방식, 외모와 스타일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4050층의 숨은 노력에 대한 긍정의 시선임을 잊어서는 안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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