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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법원이 한진해운의 기업회생(법정관리)개시를 결정하면서 청산이라는 최악의 고비는 일단 넘겼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외 곳곳에서 선박압류, 입항 거부, 해운동맹 퇴출 등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데다가 유동성이 극도록 악화돼 정부 등 외부의 지원 없이 자생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구조조정 부담을 안고 있는 정부로서도 해운업 지원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빠른 회생결정, 파급 효과 최소화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판사 김정만)는 지난 1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한진해운은 2일 이 내용을 공시했다.

이번 법정관리 개시 결정 자체보다 예상외로 빠르게 이뤄졌다.

법원의 결정은 한진해운이 전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해 빠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국에서 한진해운 소유 선박이 압류되는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 법원의 강제집행 금지 명령(Stay Order)을 얻는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관리인으로는 석태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지난 2014년 취임한 석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서 계속 회사 경영을 맡도록 해 회사 영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회생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로인해 당분간 운임 상승 등 산업 전반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청산을 걱정했던 한진해운으로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생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이다. 회생을 위해서는 벌거나 팔아서 빚을 갚아야하는데 무엇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생을 위해서는 위해서는 사업 운영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확보 방안은 물론 당장 정상적인 영업활동 조차 난관에 봉착했다.

정상적 영업활동 불가능, 회생 난관

한진해운이 용선을 통해 운영하고 있던 한진멕시코호도 선주 측에서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을 거부한 상태다.

입항 거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6곳의 항구가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중국 상하이 항과 일본 요코하마 항, 미국 롱비치 항, 호주 시드니 항, 독일 함부르크 항 등 7곳이 추가로 입항을 거부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서 해운동맹인 CKYHE 측으로부터 퇴출통보를 받았다. 또 내년 4월 출범을 앞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의 퇴출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선복을 공유하지 못하면서 북미·유럽 등 주력 항로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일단 국내외에서 장업이 중단된 항만서비스 업체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당장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서 현재 보유 중인 11개의 터미널 지분과 120만개의 컨테이너, 컨터이너 및 벌크 등 선박 150척 등 마지막 남은 자산은 채권·채무 관계에 의해 대부분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달 30일 독일 선사 리크머스는 용선료 체납에 따른 한진해운 선박 가압류 신청이 싱가포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며 53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가 가압류 된 상태다.

한진해운의 가장큰 자산인 선박은 총 98척이다. 이 중 빌린 선박(용선)이 61척, 소유 선박(사선)이 37척이다. 시장에서는 사선 매각 가치를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사선 대부분 선박금융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과 엮여 있는 선박금융은 3조2000억원이다.

청산-회생 기로, 재판부. 정부와 엇박자

결국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회생보다 청산에 무개를 두며 법원과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 또한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한진해운의 청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법원의 결정에 앞서 이미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형태의 대책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부채부담은 줄이고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실상 합병과 같은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금융위가 발표한 한진해운 처리 방안은 법원과 전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회생절차 내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적정 가격에 자산을 양도하는 등의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확실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한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우려했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법정관리가 조기에 결정된 만큼, 향후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하 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무역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현실화 할 경우 해운 운임 상승으로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섬유 등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한진해운 선박에 선적한 화주들이 불필요한 하역, 선적작업 추가와 대체 선박 수배 등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선복량이 감소해 해상운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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