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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고산자 김정호 外
  • 이완재 기자
  • 승인 2016.09.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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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이완재 기자]

   
 

고산자 김정호
여기, 한 장의 지도로 남은 남자가 있다. 김정호. 우리는 조선 후기인 1861년에 그가 만들었다는 조선 팔도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알지 못한다. 그가 만든 뚜렷한 지도는 전하되, 지도를 만든 그의 모습은 희미하다.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고산자(古山子)라는 호가 전할 뿐, ‘조선이 낳은 위대한 지리학자’ 김정호의 자취는 야속할 정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백성들의 고달픈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용후생의 학문으로서 ‘여지학(지리학)을 택하고 필생의 역작인 ’대동여지도‘를 만듦으로써 조선 팔도의 정확한 생김새를 목판에 뚜렷이 새긴 김정호. 그는 어떻게 이런 걸작 지도를 남겼을까? 어떤 생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평생 동안 묵묵히 했을까?

『고산자 김정호』는 한 권의 책과 한 가지 의문에서 시작된 역사소설이다. 지은이는 어느 날 일제 강점기 국어 교과서격인 『조선어독본』을 본다. 거기에는 ‘대동여지도’가 적국에 누설될 것을 우려한 대원군이 ‘대동여지도’를 압수하고 김정호와 그의 딸을 옥에 가두어 두 사람이 옥사했고, ‘대동여지도’는 1904년(메이지 38년)에 일어난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총독부의 토지조사사업에도 상세하고 정확한 지도로서 역할을 다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헌이나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김정호는 정말 옥사했을까?’ 지은이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조선어독본』 내용에 깊은 의문을 품었고, 이렇게 해서 김정호를 주인공으로 세운 장편역사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고산자 김정호』는 역사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한 남자의 삶과 그의 업적을 소설적으로 복원하며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조선 후기의 가감 없는 사회상을 굵고 담백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작가가 묘사한 김정호는 굳은 뜻을 세우고 오로지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우직한 남자다. 여지학에 뜻을 둔 소년 시절부터, 머리와 수염이 허옇게 센 장년이 되어 마침내 필생의 역작 ‘대동여지도’를 판각하게 되기까지 집요하게 한 우물을 파는 남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고산자 김정호』는 김정호라는 주인공에만 시선을 집중하지 않는다. 무심한 듯 담담하게, 부유하는 카메라처럼 주변 인물들에게도 골고루 시선을 돌린다. “김정호가 속한 1800년대는 근대화의 전 시대로 매우 혼란했다. 서학(천주교)의 박해가 어느 때보다 심했으며 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큰 줄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런 어지러운 사회상을 담아보려 애썼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동문수학한 벗이자 평생지기인 실학자 최한기, 이웃집 소금장수 배소금과 그의 딸 이화, 정호의 서울살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모 영감네, 바람처럼 나타나 벗이 되어버린 ‘이야기보따리 장수’ 오랑이 등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우리네 이웃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결을 한껏 풍성하게 만든다.

‘바람구두’가 아니라 ‘바람짚신’을 신은 남자라고 부를 만한 조선의 지리학자 김정호. 불과 150여 년 전을 살아갔던 그 남자의 흔적을 따라간 『고산자 김정호』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오롯이 허구”다. 그러나 작가가 따뜻하고 해학적인 시선으로 직조해낸, 평생을 바쳐 위대한 한 가지를 이룩한 대가의 우직한 삶과 조선 후기 민초들의 정겹고 살가운 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 가슴에도 잔잔한 울림을 줄 것이다.
우일문 지음, 인문서원, 412쪽, 1만3000원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

역사는 모던해야 한다. 후세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역사는 죽고 만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소멸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절대로 모던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고조선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명저 『고조선 연구』로 우리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윤내현 교수가 청년들에게 바치는 고대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인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는 노교수가 젊은 세대와 ‘역사 공감대’를 형성하려 한 노력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는 역사학계에서 대단히 의미가 깊은, ‘아주 특별한 하루’에 대한 보고로 시작된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던 2002년 10월 3일 개천절,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는 월드컵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그날 그곳에서 분단 이래 최초로 한반도 내에서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공동학술토론회를 열었던 것이다. 이 토론회의 주제는 ‘단군과 고조선’이었다. ‘민족사는 남북이 공유해야 한다’는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 1부 제목처럼, 남과 북이 민족사의 시원을 공유하기 위해 만난 귀한 시간, 귀한 장소였다.

‘청년을 위한 고대사’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에서 14개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신화’가 아닌 ‘역사’로서 고조선을 받아들이기 위해 가질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하고도 당연한 의문들, 즉 단군은 누구인가, 단군사화는 무엇을 말해주나, 고조선이라는 명칭은 무슨 뜻인가, 고조선은 언제 건국되었나, 고조선은 얼마나 넓은 나라였나 등의 의문을 찬찬히 풀어주었던 지은이는 두 번째 권인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에서는 고조선뿐만 아니라 고대사로 영역을 확장하여 단군신화의 의의에서 임나일본부의 위치까지를 훑어준다.

지은이는 단군신화를 “아주 먼 옛날 우리 겨레가 출현하기까지 성장 과정을 수호신들의 이름을 빌어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단군신화의 역사성을 말살할 것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에 흥분하기보다는 “단군신화는 고려시대에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 수천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민족신화라는 점을 학술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역사학자다운 주문을 한다. 단군신화는 우리 상고사이고, 단군신화는 종합 문화의 원형이며, ‘셋’은 우리 의식 구조의 기본이다 등 ‘단군신화에서 역사 찾기’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 민족의 중심 종족은 누구였을까, 『사기』에서 기자는 왜 독립하지 못했을까, 노자와 공자는 어떤 개혁을 꿈꿨을까, 『사기』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나 등의 꼭지는 역사와 역사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가 말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역사를 연구하는 틀 자체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다. 지은이는 서양의 역사학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 있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동양의 역사 발전에 걸맞은 틀과 도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단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사는 아무래도 현대와 가까운 근현대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가듯이, 우리 민족의 뿌리, 우리 역사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사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왜곡되고 축소된 역사만이라도 제대로 다시 아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는 교양으로서의 고대사 공부에 도움을 주는, 청년을 위한 알기 쉬운 역사서로 부족함이 없다.
윤내현 지금, 만권당, 252쪽, 1만6000원

 

  • 이완재 기자  pur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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