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팬덤, 성금·쌀화환·숲 조성 응원…기부계 ‘큰 손’ 자리매김

고가 선물 조공 논란 불식시킨 착한 팬덤문화 ‘新한류’ 첨병
서태지·비스트·빅뱅·이민호 팬클럽, 성숙한 팬 문화 조성 앞장

▲ 가수의 콘서트 현장에 팬들이 보내온 쌀화환의 모습.(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특정 스타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명 ‘빠순이·빠돌이’로 대표되던 팬클럽 문화가 달라졌다. 과거 스타의 기념일에 고가의 명품·한정판·최신 전자기기 등을 선물하는 ‘조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팬질’은 스타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까지 챙기는 현장 밥차 지원 등 서포트로 바뀌었다.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기 학생들이 스타에게 줄 고가의 선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공알바’를 하거나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한때 사회문제가 되면서 팬클럽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팬클럽은 좋아하는 스타와 함께 기부에 동참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기부계의 ‘큰 손’으로 대두하고 있다. 단순히 음반을 많이 사거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각종 투표 횟수 올리기 등에 중점을 두고 스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따라다녔던 팬들은 몰라보게 줄었다. 이제 팬덤은 스타의 이름으로 어려운 이웃에 기부·봉사를 펼치며, 스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는 조력자로 변모했다.

국내 팬덤은 그동안 폐해로 지적됐던 조공문화에서 스타의 이름으로 쌀·라면·연탄화환을 보내고 스타 이름을 본뜬 숲을 조성하며 응원문화에 공익적인 의미를 더하는 착한 팬덤문화로 진화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다국적 팬덤에도 이러한 선행이 번지고 있다. 큰 규모와 조직적인 활동체계를 갖춘 팬덤이 공익적인 가치와 만나면서 팬들은 ‘성숙한 팬문화’라는 새로운 한류를 만드는 문화생산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타 이름으로 성금·쌀화환·라면화환·헌혈증까지 기부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독보적인 아티스트 서태지를 응원하는 팬클럽 '서태지 마니아'는 현재 활동하는 팬클럽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이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팬심’으로 여느 팬클럽과 구별되는 건강한 팬덤 문화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서태지의 45번째 생일을 기념해 서태지 굿즈(상품)전을 열어 모은 1300여만 원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단체 ‘희망나비’에 기부했다.

지난 2007년부터 서태지 생일과 쇼케이스, 각종 기념일에 모금을 진행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성금을 기탁해왔으며, 국내뿐 아니라 2010년 발생한 아이티 지진 참사에 구호금을 전달하는 등 해외까지 따뜻한 손길을 뻗쳐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성금 기부뿐 아니라 헌혈증 기부, 직접 봉사활동도 마다치 않아 2007년 발생한 태안반도 기름 유출 피해 당시 직접 기름 방제작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헌혈증을 모아 한국혈액암협회에 지속해서 기부해온 선행도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룹 비스트의 팬들도 지속적인 선행으로 성숙한 팬덤 문화 만들기에 일조하고 있다.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로 활동 보폭을 넓힌 멤버 윤두준의 팬 커뮤니티 ‘러비보이’는 지난 7월 윤두준의 생일을 맞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200만 원을 기부했다. 평소 윤두준이 반려견을 키우는 것을 보고 동물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돼 유기견을 돕는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생일마다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하는 등의 선행을 펼쳐왔다.

또 다른 멤버 양요섭의 팬클럽 '양요섭 서포터즈'도 2013년부터 매해 청각 장애인을 위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1월 양요섭의 생일을 맞아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 수익금 200만 원을 청각장애 아동의 언어 재활 치료를 위해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에 전달했다. 이에 질세라 이기광의 팬클럽 ‘울기광’도 지난 3월 생일을 기념해 한빛맹학교에 악기를 기부했다. 이기광이 MBC드라마 ‘몬스터’에서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비스트의 팬들은 쌀·연탄화환을 비롯해 다양한 복지단체에 지속해서 기부와 후원을 하고 있어 착한 팬덤의 좋은 예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스타의 솔선수범, 착한 팬덤문화 확산으로 이어져

팬클럽들의 선행 릴레이는 대부분 스타의 솔선수범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지난 8월 18일 생일을 맞아 8180만 원을 유엔난민기구(UNHCR)에 전달했다. 이외에도 지드래곤은 2013년부터 생일마다 장애 아동과 환아 등을 돕는 기관에 8180만 원을 꾸준히 기부해왔다. 이에 질세라 빅뱅의 팬들이 지난 8월 열린 10주년 기념 콘서트 ‘BIGBANG10 THE CONCERT : 0.TO.10’에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쌀 화환을 보내 화제가 됐다. 국내팬뿐 아니라 중국·일본·대만·말레이시아·홍콩·멕시코·프랑스 등 수십 개국 팬들이 참여해 총 20여 톤에 달하는 쌀화환과 함께 엄청난 양의 연탄·라면·알부자드리미 화환도 보내와 역대 최고급 응원을 보여줬다. 빅뱅의 다국적 팬들은 지난 2011년 2월 열린 빅뱅 콘서트 때부터 쌀화환을 보내기 시작해 연탄·라면·알부자·분유·기저귀·사료드리미 화환을 보내며, 독거노인·결식아동·에너지 빈곤층 등에 도움을 주는 단체와 기관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류스타 이민호도 다양한 선행으로 나눔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평소 기부를 생활화하고 팬들의 큰 사랑에 대한 보답을 글로벌한 나눔 활동으로 펼쳤던 이민호는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스클럽의 회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눔 활동을 위해 2014년에는 직접 사회공헌 기부플랫폼 ‘프로미즈’를 만들어 홀트아동복지회·유니세프 등과 사회공헌협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며, 긴급구호에도 힘쓰고 있다. 국내외 팬들 역시 이민호의 선행에 동참해 한국유니세프에 기부하거나 일본·중국·태국·멕시코·베트남의 환아와 장애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현금 지원과 봉사, 헌혈증 기부 등 선행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민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6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행복나눔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스타이름 본뜬 숲 조성 응원 붐…환경적 가치까지 전달

▲ 평소 성금 기부 등 선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진 빅뱅의 지드래곤, 한류스타 이민호.(사진=트리플래닛/뉴시스)

이와 같은 팬덤 문화의 진화는 스타의 이미지 관리, 개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생일 등 기념일, 영화·드라마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등 현장에 스타의 이름으로 배달되는 쌀화환 등과 함께 최근에는 스타 홍보 효과와 함께 사회적·환경적·공익적 가치까지 전달할 수 있는 ‘숲 조성’도 인기다.

지드래곤 숲·소녀시대 숲·엑소 숲·신화 숲 등 스타의 이름을 본뜬 숲 조성 열풍은 스타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동시에 나무 심기로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며, 스타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 환경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한 최근 더욱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 팬들과 함께 ‘스타숲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은 “세계적인 한류스타들의 팬들이 숲을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총 80여 개의 스타숲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스타 숲 조성을 통해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 12개국 116개 숲에 55만 그루의 나무가 심겼다. 트리플래닛은 “스타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숲 조성으로 이어져 매해 약 1만6000톤의 이산화탄소 상쇄 및 45억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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