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이슈검색어에 점령당한 우리 삶 이대로 안녕한가?

▲ 이완재 편집국장

[뉴스포스트=이완재 편집국장]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세상. 현대인은 광속의 급변 시대에 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 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중심에 포털 사이트(portal site) 실시간 검색어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사는 우리 삶에 인터넷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그 상상을 초월한다.

이른바 2대 포털이라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24시간 우리의 눈과 귀를 그들의 왕국에 붙들어놓고 있다. 우리는 이 괴물 포털이 쉴새없이 쏟아내는 각종 이슈와 사건들에 속절없이 조종당한다. 그것들이 노출하는 사건과 이슈라는 세상사에 놀라고, 흥분하며 분노한다.

왜 아니겠는가. 포털은 놀라운 속도와 광폭의 정보력을 자랑한다. 그 힘을 무기로 화려한 웹콘텐츠로 세상과의 창구 역할을 독점하며 우리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어느새 우리 삶의 주파수는 포털에 고정된 지 오래다.

9월 8일자 포털 실시간 상위 검색어를 살펴보자. 이날의 상위 이슈 키워드는 하일성과 홍준표다. 강정호가 그 아래서 상위권 진입을 넘보며 기염을 토한다.

출근하자마자 기자들이 웅성대며 하일성 얘기를 꺼낸다. 허구연과 더불어 우리 야구사에 명 해설자로 유명한 그의 갑작스런 자살 비보가 실검에 오른 것이다. 최근 부쩍 사기혐의와 음주운전 등 어두운 얘기로 세간에 오르내리던 그가 끝내 극단의 결정을 선택한 것이다. 순간 전율에 가까운 소름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생명이 그렇게 하잘 것 없는 것이 아닌데 죽음이라니 안타까웠다. 유명인의 자살 뒤에 따라붙는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됐다.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 홍준표의 실형선고 소식은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킹캉 강정호의 홈런 소식은 그나마 우울한 소식 가운데 들려온 낭보다.

포털 검색어는 연예인이나 유명 셀럽들의 신변잡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병우 수석 논란,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의혹, 사드배치 논란 등 국정 현안이나 쟁점까지 공론화하며 여론과 국론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상황전개에 따라 사실상 얼마든지 세상을 쥐락펴락한다.

혹자는 권력이 어두운 흑역사나 구린 국면을 덮는데도 포털의 검색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토로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 사실 확인이 문제지 지금껏 이 땅의 여러 정황들이 충분히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가히 포털의 권력화가 이쯤되면 전방위 무소불위다. 이미 언론의 기능과 만능창구로써 기능하고 있는 포털이 보다 더 책임 있는 공익적 창구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다수 국민의 열렬한 방문으로 먹고사는 포털은 그 덕택으로 각종 부대수입에 배를 불린다. 그러나 정작 권력으로부터의 공정한 거리두기나 올바른 여론수렴, 대중을 위한 공익사업에는 눈을 감고 있다.

기자처럼 부지불식간 포털에 감염 돼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의 삶이 어느 순간 불쌍해지고, 불편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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