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2인자 恨, 반기문 통해 풀까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한국정치사의 거목(巨木)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 표명하면서 ‘충청 대망론’이 한껏 탄력을 받고 있다. 충남 부여 출신인 김 전 총리는 충청권 맹주로서 그의 지지 선언으로 유력 잠룡들의 움직임 또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헌정사상 최고의 2인자 권력을 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전 총리는 마지막까지 이루지 못한 자신의 대망론 꿈을 반 총장을 통해 이루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의 테마주는 급상승하며 대권 행보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반면,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들은 비상등이 켜지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친박계 핵심 라인들이 당권 장악 후 대권판을 키우고 있어 비박계와 제4세력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연합에 성공하면서 연대정치를 시작했다. 이해찬 무소속 의원의 복당에도 속도를 올리며 ‘충청 대망론’ 저지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로서 정치역사를 기록한 김 전 총리가 그의 정치인생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한다. 김 전 총리의 등장은 정치권 전반을 크게 뒤흔들리고 있어 앞으로 대권 레이스에 세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종필, 潘지지 공식화 킹메이커 자처
헌정사 산증인 JP 역대 최고 실권력자
대권 전면 뛰어든 JP에 숨죽인 잠룡들


# 김종필, “마지막 혼신 다해 돕겠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산증인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하면서 대권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17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총리의 메시지는 15일(현지시각) 반 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반 총장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환국하시라”며 “결심한대로 하시라. 결심한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로 하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며 공식적으로 반 총장에 대한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일정 중 김 전 총리의 자택을 찾아 30여분간 단독 면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이른바 ‘충청 대망론’을 암시하는 대화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반 총장이 방한 당시 정치계 원로급 인사들과 회동을 하는 등 대권을 겨냥한 듯한 행보를 보여 김 전 총리 예방 역시 그런 차원이라는 해석은 분분했다.

김 전 총리는 부여 출신 정치인으로 충청권 맹주로 통했다. 그의 반 총장을 향한 지지 메시지가 공개돼 충청권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김 전 총리와 반 총장의 테마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씨씨에스, 태영건설우, 세명전기, 감마누 등의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대부분이 반 총장이나 김 전 총리와 연관이 있는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라는 분석이다.

또 김 전 총리와 인연이 깊은 박지만 회장의 EG 역시 상한가로 치솟았다. 박지만 EG 회장은 김 전 총리 기념사업을 위한 운정재단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총리의 입김이 얼마만큼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 총장은 지난 7월 내년 1월 귀국할 것이라는 서한을 김 전 총리에게 전달해 이들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사전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국가대표 2인자 김종필, 그는 누구?

그렇다면 반 총장의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 전 총리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구순의 고령의 나이로 현실정치 현장으로 나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 대권 판도를 쥐락펴락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총리는 9선의 최다선 국회의원과 제11대, 제31대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과 3김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현 시대에서는 정치권의 대부로 통하고 있다.

여야의 핵심 정치인들이 특별한 현안이 있을 때 김 전 총리를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현 정치인들 대부분 그를 멘토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다. 김 전 총리의 정치력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이제까지 정치권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YS,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가 고유명사로 쓰여 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총리의 JP라는 이니셜도 고유명사로 사용돼 전현직 대통령들과 같은 수준의 정치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8기인 김 전 총리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육군본부에 배정받는 명예를 얻었다. 그 뒤 정보장교로 배정받아 육군본부 정보국 북한반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당시 육군본부 상황실장이 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들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부인인 박용옥 씨는 박 전 대통령의 친조카다.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1년 5·16 군사정변에 예비역 중령으로 참여한 뒤 초대 중앙정보부장에 임명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을 최단 거리에서 보좌했던 그는 박정희 후계자로 불릴 만큼 엄청난 정치력을 쌓아왔다. 1963년 제6대 국회에서 민주공화당 국회의원으로 첫 정계 입성을 알린 1971년 공화당 부총재를 맡고 같은 해 국무총리에 취임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의 유신을 단행했음에도 2인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총리직을 수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총리에게 통일, 외교, 국방, 중화학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전권을 이임 할 정도로 김 전 총리를 신임했다고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최대 권력을 지녔던 국무총리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절대권력 아래 ‘영원한 2인자’로 잦은 갈등을 빚다 1975년 경질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 전 총리 1992년 5월 민주자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포기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보추대위원회 명예위원장직을 수락해 문민정부 수립에 공을 세운다. 이후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한 김 전 총리는 15대 대선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권 후보로 내세우는 DJP 연합을 성사시켜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정부 출범 직후 국무총리로 임명돼 총리직을 2번 역임한 진기록을 남겼다. 그는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으로 헌정사상 최초의 10선 고지를 노렸으나 정당득표율이 2.8%에 그치며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정계를 떠났다.

▲ (사진=뉴시스)

 

비박계 잠룡들 위축? 제3세력 무력화
野 ‘충청 대망론’ 저격작전 속도 올려


# JP, 친반행보 지역주의 조장 우려도

김 전 총리는 3명의 대통령을 만들어 낸 원조 킹메이커다. 게다가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2012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 선언은 없었지만 그의 인생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증명한다.

이에 김 전 총리가 지지하는 진영이 승리한다는 정치적 셈법도 언급되고 있다. 그가 19대 대선에서 반 총장을 돕겠다고 자처한 건 역시나 자신의 킹메이커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의 ‘노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관측이다. 9선의 최다선을 기록한 그가 10선의 고지를 넘지 못한 점, 박정희정권부터 김대중정권까지 최강의 실세 2인자로 정치인생을 걸어왔다.

구순의 원로임에도 후배 정치인들을 향한 끊임없는 멘토링으로 사실상 정치적 활동을 중단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가 반 총장에게 보낸 구두 메시지 일부를 보면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정치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 전 총리의 말 한 마디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을 따져봤을 때 충분히 의도적인 공식 발언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김 전 총리의 친반(親潘)행보가 지역감정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충남 부여 출신의 김 전 총리가 충청권 대표 대권주자인 반 총장의 지지를 드러내면서 ‘충청 대망론’이 급부상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드러내고 ‘충청 대망론’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으로 타지역 출신 대권 후보지지층의 동요도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또 김 전 총리가 인물에 대한 자질론을 펼치기보다 지역정서이 치중하는 이미지로 비춰진다면 오히려 승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사실 반 총장은 현실정치 경험 부족으로 자질론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야권은 반 총장에 대한 혹독한 검증 절차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이 반 총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때는 그에 대한 자질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정치권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진=뉴시스)

# 날벼락 맞은 與 잠룡들, 野도 대비태세

김 전 총리의 등장은 여야 모두를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었다. 여권에서는 김 전 총리의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유력한 대권 후보군들이 자취를 감춘 듯 모습이 띄지 않고 있다. 정치권 거목(巨木)의 움직임은 대권 분위기를 한층 돋우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친박계의 대권 주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나오는 만큼 비박계 대권 주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다. 정치권 대부가 직접 반 총장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의 독자적 대권 행보에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세력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대권판을 키우고 있는 반면 비박계 좌장인 김 전 대표의 행보가 좀처럼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최근 창당을 선언한 친이계 맏형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이 김 전 대표 영입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반 총장을 친박계 핵심 라인으로 분류한다면 나머지 김무성·남경필·원희룡·유승민 등의 잠룡군들의 연대 또는 합류가 최대 관건이다. 우선적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듯 ‘모병제’ 카드를 들고 눈에 띄는 행보를 시작한 상태다. 내년 초에 대권 출마 여부를 공식 발표하기로 밝힌 만큼 그의 최종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권 불출마를 이미 선언했지만 잠재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나 본인의 행보가 대권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 역시 대권 의지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어 친박계로 완벽히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제4세력을 꿈꾸고 있는 이재오-정의화-정운찬 연대의 늘푸른한국당(가칭)의 움직임 역시도 지켜봐야 한다. ‘새 판 짜기’를 언급하며 본격 대권 주자 물색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대표적 킹메이커들의 연합군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야권에서도 ‘충청 대망론’ 저격을 위한 만발의 준비를 시작한 모습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깜짝 연합을 발표하며 야권 정당의 정통성을 내세웠다. 이어 이해찬 무소속 의원의 복당 절차에 속도를 올리며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7선의 원로급 정치인으로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맡았던 야권 내 핵심 인물이다.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 돼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된 이 의원은 충청권에서 야권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대권 출마를 선언하며 ‘충청 대망론’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