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3세 경영 체제 갖춰

전문경영인보다 책임감․업무추진력 높다는 평가 이어져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김진성 기자] 120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업계에 오너 3세의 경영체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은 젊은 감각을 앞세우는 한편 가업(家業)이라는 책임감까지 갖고 있어 전문 경영인에 못지 않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창업주의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제약사는 일동제약, 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JW중외제약 등이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3일 기업분할을 통해 윤웅섭(49) 사장이 핵심 계열사의 단독대표로 나서면서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 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일동제약은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현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 사장이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윤 대표는 연세대학교와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글로벌 회계법인 KPMG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지난 2005년 일동제약에 입사했다. PI(업무프로세스혁신)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윤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이정치 회장, 정연진 부회장 등과 공동으로 대표를 맡아왔다. 윤 대표가 단독대표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만큼 윤 대표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음을 방증한다.

일동제약은 기업분할이 사업부문 전문화와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녹십자도 지난 3월 조순태 대표이사의 임기로 인한 사임에 따라 허은철(44) 사장 1인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허 사장은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자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녹십자그룹에서 3세 경영인이 홀로 경영을 총괄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사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후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 등을 거쳐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부터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지난해 1월 사장으로 승진한 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강정석(52)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은 창업주 고 강중희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현 회장의 4남이다.

강 부회장은 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해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등 영업 현장에서부터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07년 동아제약 부사장,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을 거쳐 지난해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강 부회장은 그러나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배력이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율이 13.61%(65만9237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지분을 확대해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강 부회장의 지분율은 11.6%(56만1561주)에 불과해 2대주주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에따라 계열사인 에스티팜과 주식 스와프를 통해 강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주사 요건(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 보유) 충족을 위해 계열사인 에스티팜 주식 330만주(주당 5만3690원)를 공개매수했다. 공개매수에 청약한 에스티팜 주주들로부터 에스티팜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동아쏘시오홀딩스 신주를 발행해 지급할 예정이다.

강 부회장이 에스티팜 보통주 330만주를 전량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되면 국민연금 65만여주를 넘어서게 된다.

‘세습’부정적 시각 있지만 업계에서는 장점 더 높이 사

3세 경영인의 전면적인 활동은 일부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한 제약 관계자는 “2~3세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기 회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책임감과 함께 사업에 대한 추진력이 있는 편”이라며 “제약산업은 신약개발처럼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특성상 최고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경영인의 강점이 보이고 전문경영인은 임기가 정해져 있어 장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반면 오너경영인은 그보다 사업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오너리스크는 적다고 판단되는데 이는 2세 또는 3세 경영자들이 일찍부터 영업과 같은 일반부서에서 일을 시작해 현장을 잘 알고 있는 편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약사에 따라 오너 경영보다 전문 경영인을 선호하는 곳도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등은 전문경영인으로 그 전문성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책임감과 사업 추진력을 갖고 충분한 기간동안 경영 수업을 받은 2ㆍ3세 경영인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기대되고 있다”면서 “부의 세습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자본주의로 갈 수 있도록 독려한다면 제약산업의 발전에 2ㆍ3세 경영자들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오너 2세가 1세 창업 후 사업적 어려움을 함께 겪었다면, 3세는 해외 시장 진출 흐름 속에서 선진경영에 대한 학습을 많이 한 것 같다"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고 부족한 경험은 인재를 영입해 보완해가며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