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 도심 한복판 마비사태로 시민들 불만 잇따라

▲ (사진=뉴스포스트 최유희 기자)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중증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이 광화문 농성 1500일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투쟁캠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수백명의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퇴근시간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과 2017년중증장애인생존권예산 쟁취 공동행동은 2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참가자 300여명이 앞으로 2박3일간 도심 투쟁 캠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녀 등이 장애인 부모를 부양하도록 한 부양의무제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빈곤의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가족관계를 파괴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17년 중증장애인생존권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활동지원서비스 비용에 최저임금 인상률도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삭감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예산도 5% 삭감해 중증장애인의 삶과 밀접한 예산을 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후 이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마포 국민의당사로 이동해 6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여의도 새누리당사로 이동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마포역 앞 횡단보도에서 수백명의 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신호마비가 되는 등 퇴근길 버스,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20여분 이상 정차된 도로에 갇힌 버스 안 시민들 뿐 아니라 지하철 입구까지 막고 있는 경찰들로 인해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려고 한 시민들까지 불편이 상당해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도 했다.

30대 회사원 강모씨는 “퇴근 시간에 이게 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버스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내렸는데 지하철도 쉽게 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집회를 하시는 분들의 뜻이 중요한 것도 알겠고, 경찰들이 투입되는 것도 다 알겠지만 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까지 주면서 이래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관계자는 <뉴스포스트>를 통해 “합법적인 행진인데 여기가 횡단보도잖아요. 횡단보도를 건너야하는데 인도로 올라오기 까지 한 번의 턱이 있어요. 한명 한명씩 올라오다보니 천천히 올라올 수 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경찰들이 느리게 가니까 이건 불법행진이라면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거죠. 빠르게 이동하기를 원하니 더 정체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휠체어는 장애인들의 몸이에요. 근데 본인들 마음대로 손을 대고 조작하고 하니 갈등이 깊어지고 있죠”라고 말했다.

실제 마포역 앞 횡단보도에서는 경찰들이 휠체어를 만지려고 하자 단체 회원들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은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농성을 벌인 지 1500일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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