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재난불평등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은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끔찍하고 참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수는 30만 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연간 GDP의 100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보다도 훨씬 컸다. 5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는 여전히 재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폐허가 된 땅을 떠나 난민이 된 이들 가운데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많다. 한편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대지진이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아이티 지진보다 더 큰 규모로 도시를 덮쳤지만, 사망자수는 아이티 지진의 1할에도 못 미쳤고 복구에는 고작 몇 달 정도가 소요됐다.

사람들은 흔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강진은 사회를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무너뜨리지만 약진은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며, 대홍수는 국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지만 미미한 홍수가 남기는 피해는 며칠이면 금방 복구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재난 피해의 크기는 재난의 크기와 무관하다.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그 크기를 결정한다.

이 책은 재난을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보고 연구해 오던 지진학자가 재난과 전후 상황을 사회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며, 왜 자연과학적으로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어디에서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지를 비교관찰해 쓴 책이다. 잘 알려진 아이티 지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미얀마 사이클론 등을 1차적으로 자연과학의 관점, 2차적으로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비교분석하여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 문제가 되는지를 밝혀냈다.

자연재해와 재난 피해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홍수에는 수해가 따르며 가뭄 이후에는 기근이 발생하고 대지진과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도시는 붕괴한다. 사람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홍수, 가뭄, 지진, 태풍을 단순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문제로까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재해의 예방과 대책은 응당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해당 분야 연구자들은 좀처럼 섞이지 않았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지점만을 바라봐 왔다. 자연재해 연구는 자연과학자, 재난 피해 연구는 사회과학자의 몫이었다. 때문에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을 다룬 책도 있고, 붕괴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빈곤, 불평등, 개발 등의 사회현상을 다룬 책도 있지만 둘을 함께 다룬 책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를 깨고 두 학문의 경계점에서 현상을 직시했다는 데서 독보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과학자 같은 시선으로 재난을 ‘평가’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재난 피해의 소식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금을 일으키는 지점은, 대개 자연과학자가 측정해 ‘수치’로 표현한 재난의 규모 혹은 자연의 위력에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다. 대규모 지진에는 늘 많은 돈이 모금된다. 끔찍한 모습들이 많이 보도될수록 구호단체들이 많이 파견된다. 하지만 그 사회에 내재해 있던 기존의 불평등, 보이지 않는 부조리를 전하는 소식에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이다. 그러니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연대해야만 비로소 재난 이후의 상황은 예측 가능한 것이 되고 재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학문간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책의 결론을 맺는다. 매년 거세지는 자연의 위력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의 불평등 가운데 이런 저자의 메시지가 예언 혹은 경고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존 C. 머터 지음, 동녘, 330쪽, 1만6800원

재난에서 살아남기2

이 세상에 완벽한 재난안전 매뉴얼이 존재할까? 우리는 예기치 못한 위험상황에 완벽히 대비할 수 없다. 다만 평소에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위기상황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냄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가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과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통해 얻어낸 지식과 경험들을 만화로 풀어냈다. 이 책은 2014년 세월호 사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해와 안전사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우리들에게 경종 울리면서 동시에 생존법을 알려준다.

아이를 지키기 위한 어머니는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하고, 때로는 상식을 버리고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상시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많은 지식을 몸에 익히고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사소한 지식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자신과 아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나라면 어떡할까?’라는 ‘생각 연습’을 해보자.

비상시에는 매뉴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쇼핑 중에 지진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데 자연재해가 닥치면?’ ‘폭설로 차량이 고립되면?’ ‘정전된 상태로 일주일간 집에 갇혀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이런 순간에 아이와 함께 있다면 고난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1995년 1.17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겪은 이 책의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기존의 안전 수칙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물건과 아이디어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연구한 결과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대비할 수 있는 위험은 진짜 위험이 아니다. 진짜 위험은 대비하지 않는 상태에서 찾아온다. 따라서 비상 상황에서는 순간의 판단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오줌을 캔에 받아 체온을 유지하거나 냉장고가 멈춘 상태에서 어떤 음식을 조리해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물을 아끼면서 사용할 수 있는지 세세하게 만화로 풀어내고 있다. 구사노 가오루 지음, 이상, 17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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