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올해 하반기 예정됐던 두산밥캣의 상장이 연기됐다. 상장전 수요예측 결과 공모 가격이 기대 수준에 못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물량을 줄이는 등 공모구조를 조정한 뒤 다음달이나 내년 1월께 코스피 입성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두산밥캣이 기존의 증권신고서를 철회하고, 수정된 새로운 증권신고서를 통해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두산밥캣의 공모 일정 등 공모조건이 변경됨에 따라 당사의 두산밥캣 주식 매각 계획도 변경될 예정”이라고 10일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상장이 연기된 이유는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두산밥캣은 총 4898만1125주를 공모할 예정이었다. 희망공모가밴드는 4만1000~5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모 물량이 2조원에 육박할만큼 규모가 크고 상장 주식수도 많아 상장 일정 및 공모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내부 의사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 물량이 많았던 점 등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감안해 공모 물량 등을 시장 친화적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물량 이상의 투자의사는 확인했으나,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며 “이해관계자들과 상장을 재추진한다는데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 만큼, 상장 시기와 공모 구조가 조정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공모물량 조정 등으로 확보하는 자금 규모에 차이는 있겠으나, 재무구조 개선에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산밥캣 상장 연기로 두산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정상화도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인프로코어가 두산그룹의 채무 44%를 가지고 있는 만큼 두산밥캣의 상장 성패는 그룹 재무개선의 핵심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성차입금은 현재 약 9426억원, 내년 10월 상환기일이 다가오는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까지 합칠 경우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두산밥캣 상장이 연기되면서 두산그룹의 자회사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꺽이며 주식시장에서 두산그룹주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두산밥캣의 구주매출로 두산인프라코어 및 두산엔진의 주가는 연초대비 각각 65%, 27% 올랐고 두 회사의 대주주인 두산중공업 주가 역시 연초 대비 27% 상승했다”며 “두산밥캣 상장에 따른 재무개선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으로 공모가 흥행 실패로 두산그룹의 주가 역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 7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7.22% 하락한 7200원, 두산중공업은 3.81%하락한 2만5250원, 두산엔진 8.87%하락한 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주사 두산도 3.98% 하락 9만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4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가 물적분할을 통해 세운 두산밥캣은 서울에 글로벌 본사를 두고 전세계 20개국에 31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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