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색깔론’ 전쟁, 대선 전초전 가시화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한 여권의 공세가 치열하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야권의 집중 공세로 치닫고 있던 와중에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의 등장으로 여야는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전환됐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일부를 문제 삼으며 문 전 대표에 대한 집중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종북 프레임’으로 여야가 대선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전략적 ‘종북몰이’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끝내 ‘의혹풀이’에 실패한 채 끝나버린 국정감사 이후 종북 프레임으로 맞선 여야의 공방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반등세를 보이면서 새누리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태가 커지면서 문 전 대표의 공식 입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이 정국의 출구전략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관심이 주목된다.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사진=뉴시스)

‘송민순 회고록’ 여야 공방 최대치
대선 앞 ‘색깔론’ 대권정국 예고戰


◆ ‘송민순 회고록’ 국감 막바지 與野 총격전

여소야대 정국 첫 국정감사는 거대 야권이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 등으로 집중 공세를 펼치자 새누리당이 집단 보이콧 시위를 벌이며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일주일 동안 국감에 불참했고 파행국면으로 접어들어 반쪽짜리 국감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새누리당의 복귀로 국감장은 정상 궤도에 올랐으나 여전히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은 야권의 최대 공격 포인트로 작용했다. 몰아치는 야권에 새누리당은 반발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였으나 국감이 끝나갈 무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강대강 대치전으로 진행됐다.

노무현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송 전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는 출간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투표에 앞서 북한에 의사를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내용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시작된 15일 직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종북프레임을 적용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정일의 결재를 받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기막힌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오고간 뒷거래는 무엇이었나”라며 “동맹국인 미국의 눈을 피해 북한과 주고받은 거래는 뭐였나,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는 선물보따리만 주고 온 남북정상회담을 도대체 왜 했냐”라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송민순 회고록이 쟁점이 된 이후 문 전 대표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해주지 않는데 이런 사람이 청와대에서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격한 반응에 종북몰이로 규정하고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 역시 문 전 대표의 입장 발표를 주장하면서 종북몰이로 번지고 있는 사태의 종용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색깔론’ 전쟁에 대해 새누리당의 프레임 전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나는 문 대표의 대통령 후보를 꿈꾸는 사람으로서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며 “매일 말을 바꾸지 말고 명확한 사실을 국민 앞에 밝혀서 이 문제를 종식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지금도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연일 정국을 혼탁스럽게 한다”고 질타했다.


◆ 與 ‘프레임 전쟁’ 文 저격, ‘물타기’ 비판도

‘송민순 회고록’으로 커져버린 ‘색깔론’ 전쟁에 사실상 여야는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색깔론’이 아니라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종북 프레임’은 보수진영의 대표 타격점으로써 ‘프레임 전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문재인에 문제가 생기니 신났다 아주. 아침저녁으로 난리가 났다”고 비꼬았다.

우 원내대표는 “그런 자세로 민생을 좀 챙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국감을 파행과 불참으로 시작한 새누리당이 결국 마지막은 색깔론으로 끝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디까지 가실지 궁금하다”며 “이번 색깔론 공세는 결코 국민들한테 지지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 역시 자신을 추궁하는 새누리당을 향해 “새누리당이 선거만 다가오면 색깔론을 고질병처럼 다시 하고 있는데 이런 아주 못된 버릇을 이번에 꼭 고쳐놓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우리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런 망국적인 종북타령을 이번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색깔론을 통한 분열의 정치, 적대의 정치, 혐오의 정치를 바로잡는 것을 나의 정치목표로 삼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런 남북관계를 정쟁으로 끌어들이는 우리의 수준 낮은 정치”라며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공세를 더 퍼부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국가정체성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것이 색깔론이라고 한다면, 좋다. 그럼 정확한 색깔을 밝히라”며 문 전 대표의 ‘색깔론’ 주장을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강원도 춘천 동면 스카이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에 출석,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인권은 생각이 안 나고 기억이 안 나고 선거 때만 되면 새누리당이 색깔론을 제기한다고 하고 있는 것만 기억이 나는 모양”이라며 이같이 비꼬았다.

그는 “혹시 그것도 기억이 안 나냐”며 “이것은 여야 보수 진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프레임 전쟁은 상대 진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반면, 같은 성향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른 양당의 비방전은 점점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문재인 때리기’ 전략으로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물타기 작전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국감 최대 이슈로 꼽혔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 또는 입증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정부는 최대한 버티기로 끌어오다 전략적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 전 대표는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정말 찌질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국민 분노는 거의 폭발 지경인데 새누리당만 과거 10년 전 일에 매달려서 색깔론·종북놀음에 빠져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이유는 딱 하나 저 문재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그 궁리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새누리당을 질타했다.

▲ (사진=뉴시스)

‘문재인 때리기’로 물타기 작전?
문재인, 지지율 반등 효과 올려


◆ 文 지지율 상승효과, 반등기회 되나?

새누리당이 연일 문 전 대표를 몰아세우고 있는 가운데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분위기로 돌아섰다. 불거지고 있는 ‘색깔론’ 논란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오히려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2016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전국 1,529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3주차 주중집계를 보면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오차범위 내 2위를 기록하며 추격의 폭을 좁혔다.

문 전 대표는 일간으로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파상 공세가 있었던 17일(월)에는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5%p 내린 18.6%를 기록했고, 18일(화)에도 16.6%로 추가 하락했으나, 19일(수)에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국면 전환용 색깔론’으로 강력 비판함에 따라 지지층이 결집, 19.4%로 반등했다.

또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으로 ‘문재인 때리기’에 당력을 집중시켰지만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최순실 씨 관련 의혹들이 불거져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의 ‘북한 내통’ 공세에 ‘색깔론’으로 대응하고 있는 더민주 역시 소폭 하락 모습을 보였지만 20대 총선 이후 세 번째로 새누리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더민주는 29.1%로 새누리당(28.9%)에 소폭 앞선 지지율을 나타냈다.

한편, 리얼미터 월간 정례 차기 대선주자 가상대결 10월 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반 총장과 오차범위 내 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2016년 10월 월간 정례 차기 대선주자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에서, 반총장이 지난달 9월 조사 대비 3.5%p 내린 35.0%, 문 전 대표가 3.0%p 오른 30.6%로, 두 주자가 오차범위 내의 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2.1%p 내린 15.9%로 반 총장에는 19.1%p, 문 전 대표에는 17.7%p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기문·문재인 양자 대결에서는 반 총장이 지난달 9월 조사 대비 3.8%p 내린 42.9%, 문재인 전 대표는 1.4%p 상승한 39.8%로, 반 총장이 문 전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3.1%p 앞섰지만, 두 주자 간 격차는 지난달 8.3%p에서 3.1%p로 크게 좁혀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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