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사제 총기 제작 등 관리 허술 여전

인터넷 검색만 하면 ‘총기 제작법’ 쉽게 접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만드는 사제총기, 그 위력도 무시못해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폭행범 검거 현장에서 현직 경찰관이 사제총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허술한 사제총기 관리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확한 현황 파악과 그에 따른 단속·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 사제총을 만드는 방법이 비교적 쉬운 데다 이미 제조방법이 SNS 등을 통해 넓게 확산되어 있어 마땅한 규제 방법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더 이상 총기 관련 사건·사고에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패산 터널 인근서 발생한 사제 총기 총격전

▲ 지난 19일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입구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고 현장 (사진=독자제공)

지난 19일 서울 강북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성병대(46)가 자신이 총으로 김모(54)경위를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 씨는 특수강간 등으로 전자발찌 착용대상자였으며, 범행 장소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당일 오후 강북경찰서 인근 부동산 중개소 밖에서 부동산업자 이모(67)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성 씨와 이 씨는 이웃 사이로 평소에도 말다툼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부동산 중개소를 나와 걷기 시작하자, 성 씨는 이 씨를 뒤쫓아 미리 준비한 사제 총기를 이 씨에게 발사했다. 그러나 성 씨가 발사한 총알은 이 씨를 빗나갔고, 인근을 지나던 또 다른 행인 이모(71)씨가 복부에 상처를 입혔다.

성 씨는 강북서 수십여미터가량 이 씨 뒤를 쫓으며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이 씨를 쓰러뜨린 후 총기와 함께 가져온 망치로 이 씨 머리를 때렸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오후 6시 20분께 경찰에 신고를 여러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5분 뒤에는 성 씨의 전자발찌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보호관찰소 시스템을 통해 들어왔다.

오패산 터널 쪽으로 달아난 성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위 등 경찰을 상대로 총기를 다시 발포했다.

경찰은 추격 과정에서 성 씨에게 실탄 3발과 공포탄 1발을 발포했다. 성 씨는 복부에 실탄 1발을 맞았으나 정작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어 다치지 않았다.

경찰은 인근 순찰차의 지원을 받아 성 씨를 추격해 오패산 터널 입구에서 대치하다 김모(50)씨 등 시민 3명과 함께 오후 6시45분께 붙잡았다.

그러나 김 경위는 총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약 1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40분 숨졌다. 김 경위는 등 쪽 날갯죽지 어깨 부분에 총상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 피의자 성병대 씨가 21일 오전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 씨가 당시 소지한 총은 직접 제조한 ‘사제총’이었다. 그는 나무토막과 쇠파이프를 테이프로 감아 총 형태를 만들었다. 탄알로는 쇠구슬을 사용했다. 화약에 불을 붙이면 총이 발사돼 쇠구슬이 날아가는 형태다.

경찰은 현장에서 성 씨가 소지하고 있던 폭발물 1개와 총기 16정, 흉기 7개, 망치 등을 확보했다. 이후 그의 자택에선 이 같은 사제총이 17정이나 발견됐다.

특히 성 씨는 범행 전 SNS를 통해 미리 범행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간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목적”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는 또 “경찰은 내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있다...(중략) 강북경찰서 형사는 내가 내 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내 방에 시신을 넣어 살인 누명을 씌우려는 음모를 갖고 있다. 이는 확실한 것”이라는 글을 남기며 약간의 과대망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성 씨는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 살인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 위반 등 혐의로 성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강북경찰서를 떠나던 성 씨는 이날 자신이 암살될 것을 우려해 경찰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성 씨는 “생활고에 연루돼 이사를 하게 돼 부동산 사장이 누나에게 집을 소개해줬는데 그 집으로 가면 가스폭발사고로 내가 암살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계획적인 범행이었냐는 물음에 “예”라고 답한 성 씨는 숨진 경찰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묻자 “사인에 의문이 있어요”라며 횡설수설했다.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총’

▲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경찰이 '오패산 터널 총기사건' 피의자 성병대로부터 압수한 사제 총기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오전 기준 유튜브에 ‘making gun’ ‘made gun’ ‘homemade gun’ 등의 단어로 검색되는 동영상은 3700여만개에 달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들로 장난감 총 만드는 방법부터, 3D 프린트기를 이용한 총 만드는 방법, 이미 만들어진 장난감 총을 개조해 화력을 키우는 방법, 실제 총과 유사한 화력을 내는 사제총을 만드는 방법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그러한 총을 실험해보다 본인들이 부상당하는 모습까지 담긴 영상들도 개제돼있었다. 한 영상에서는 총구를 떠난 총탄이 수십m 떨어져 있는 사람 모양의 두꺼운 나무판자를 손쉽게 관통하기도 하는 등 사제총의 위력은 실제 총 못지않았다.

사제총기 등을 사용한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지난 1월부터 사제 총기나 폭탄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리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하는 강화된 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 유튜브 등에서는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여전히 수천만 개의 ‘총기제조법’ 동영상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는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어 실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렇듯 한국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관세청에 적발되는 밀반입 총기도 크게 늘었다.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남·울릉·독도)이 관세청에서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모의총기 등 불법 총기류는 791정에 달하고 권총 등의 실제총기도 69정이 적발 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1년 160정, 2012년 141정, 2013년 140정, 2014년 170정, 2015년 180정으로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실제총기도 2011년 12정, 2012년 28정, 2013년 18정, 2014년 4정, 2015년 7정으로 지속적인 밀반입 시도가 있었다.

이처럼 총기 및 마약의 밀반입 시도가 근절되지 않다보니 실제 총기사고와 마약투약으로 인한 사고도 잇따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성탄절 날 대전에서 총기로 차량운전자를 공격한 신모씨가 자살할 때 사용한 총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스페인제 권총이었으며, 2013년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 남성이 미국 제닝스사 J-22 모델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총포로 인한 사고는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10월 현재까지 총 31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해마다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망은 14명이며 부상은 27명으로 조사됐다. 한국 내 총기 사건사고가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번 오패산 터널 총기 사고 등과 관련, 전문가들은 총기를 비롯해 우범자에 대한 총체적 관리 부실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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