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의원 "공사 직원들을 위한 엘리트 자사고" 비판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공기업이 신의 직장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인천공항공사(사장 정일영) 직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모자라 명문 자사고에 자녀들을 특혜 입학 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사회를 강타한 비선실세 ‘최순실’이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도 거론되는 상황. 평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재계의 수장이나 공기업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혈세 투입해 특혜성 사내복지

인천공항공사가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자사고인 하늘고등학교(이하 하늘고)에 직원 자녀들을 특혜 입학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늘고는 2011년 인천공항공사가 국민 혈세 600억원 가량을 들여 공항 근처 영종도에 세운 자사고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을)에 따르면 하늘고의 최근 3년간 ‘인천공항종사자전형’ 경쟁률은 거의 1대 1 수준이다. 이는 인천공항공사 관련 직원의 자녀들이 무혈입성 하고 있다는 방증.

하늘고는 최근 3년간 총 225명의 정원 중 100명을 ‘인천공항종사자전형’으로 뽑았다. 인천공항종사자전형은 공항 직원의 자녀와 협력사 직원의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채용의 한 방법이다.

인천공항종사자전형은 A전형과 B전형으로 구분된다. A전형은 공항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인천공항 종사자 자녀와 인천공항에 파견 나온 타 부처 공무원들의 자녀를를 대상으로 한다. B전형은 인천공항종사자 자녀 중 한진(대한항공)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아시아나항공), 협력사 직원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다.

하늘고는 매년 A전형으로 80명, B전형으로 20명을 선발하고 있다.

문제는 정원의 45%에 육박하는 비율인 인천공항종사자전형의 경쟁률이 낮아 지원만 하면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

최근 3년간 입학경쟁률을 보면 △2014년 0.60대 1 △2015년 1.05대 1 △2016년 1.04대 1이었다. 2017년 전형에서는 A전형이 10명 축소돼 총 90명(A+B)을 선발할 예정이지만, 이 경우에도 전체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값비깐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하늘고의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 매년 단 20명만을 선발하는 전국 전형은 2014년의 경우 3.55대 1에 그쳤지만 2015년 8.90대 1을 기록했다.

인천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인천지역 전형 역시 20명을 선발하는데 2015년 9.05대 1, 올해 5.52대 1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다. 인천공항종사자전형 경쟁률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이원욱 의원은 “공사가 자사고에 자녀들을 정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무혈 입성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육을 독점하는 것”이라며 “이는 공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대형항공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공사는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287억원에 달하는 사회공헌활동비용 중 약 25%를 하늘고에 투입하며 특혜성 사내복지를 일삼고 있다”며 “직원들을 위한 엘리트 자사고를 설립한 뒤 지원을 하면서 사회공헌이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했다.

인천공항공사가 ‘공공성’을 내세워 뒤로는 자신들의 영리만 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들의 혈세로 공기업 정체성을 상실한 채 사내 복지에 골몰하는 모습은 공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하늘고의 입시 전형에 대해서는 저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 (사진=뉴시스)

‘친박’ 가고 ‘최순실 낙하산’ 왔나?

인천공항공사가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전전긍긍하게 됐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기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3일 <노컷뉴스>는 최순실 씨가 올해 초쯤부터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들을 추천해라고 말하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 사장직은 박완수 전 사장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사퇴하면서 공석이었다.

이 매체는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최 씨가 올해 초쯤부터 인천공항공사 사장, 감사위원, 조달청장 등으로 적합한 인물들을 추천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문제는 최 씨의 발언 직후 이 같은 의혹이 실제 이뤄졌다는데 있다. 임기 만료된 사장의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던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2월 사장 인사를 감행해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사장으로 앉혔다.

이로써 최 씨가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공석인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알고 낙하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그간 인천공항공사의 낙하산 관행은 줄곧 논란이 되는 단골메뉴였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박완수 당시 신임 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공항 건설과 교통,물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박근혜 정부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다.

박 전 사장은 2004~2014년까지 경남 창원에서 역대 최장기간 시장직을 지냈다. 이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친박계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경선에 나갔다가 홍준표 현 지사에 패했다. 이후 2015년 10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임기도 다 채우지 않은 채 또다시 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것.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고질적인 ‘낙하산’ 관행에다가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떠안게 돼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최순실 씨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나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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