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혹은 기회’ 갈림길…대한민국은 어디로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반도 정세 흐름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폭락했던 증시는 안정권을 되찾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갑론을박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란' 사태에 따른 비상시국의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태 무마를 우려하는 야권의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를 강력히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면전환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FTA를 미국 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등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차기 대권 주자들은 이를 의식해 박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다. 게다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주자들이 다시 한 번 긴장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캡처)

변화 선택한 미국, 동북亞 정세 흐름 주목

한미 동맹 관계 이상설? 외교·안보 우려 고조

 

제45대 美 대통령 트럼프, 한반도 바싹 긴장

정치계의 '아웃사이더'였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많은 이들은 그의 당선에 대해 대이변이라고 해석하면서 당선 직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증시가 대폭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8일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우세할 것으로 기대됐던 네브라스카,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중대형 경합주들을 싹쓸이하며 선거인단 270명을 훌쩍 넘겨 대권을 거머쥐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 또는 범죄자로 묘사하거나 무슬림의 미군 전사자를 거침없이 비하하는 등 기존 정치인들에게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때문에 '이단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그의 다소 폭력적 사고에 대핸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한반도의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는 기존 동맹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며 한국,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바이 등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동북아시아 정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미국의 일자리 감소 현상의 원인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꼽아 향후 한미 경제 동향에도 역풍이 불어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대부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10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내우외환이 한꺼번에 겹쳐 정말 큰 일"이라고 해석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 전 총리를 예방한 것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미국에 기대왔는데 이제 기댈 곳도 없는 것 아니냐"며 "대한민국 큰 일이다. 위기관리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지금 상황에서는 위기관리가 가장 중요한 데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사람들이 잘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美 대통령 트럼프 '국면전환' 카드 野 반발

트럼프 당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면전환' 카드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어 향후 정계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담' 사태로 박근혜정부는 사실상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어버린 '식물정부'가 된 상태다. 이에 따라 차기 국무총리 내정을 놓고 야권과 정부의 끝없는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 당선이 '대이변'이라는 시각과 함께 이슈전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성향은 한국 정서가 가장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한국 정부의 입장과 미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한반도 전체 정서가 좌지우지된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한국에게 위기 또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내부 갈등이 최고점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극보수 성향의 트럼프의 당선은 안보·외교 분야에서 더 큰 위기국면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관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후자 입장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려와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첫 전화통화를 갖고 "가까운 장래에 뵙고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만나 뵙기를 고대한다"면서 "대통령님과 함께 할 것이며(I am with you), 한·미 양국은 함께 함으로써 안전할 것(We will all be safe together)"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55분부터 10여분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공백을 문제 삼아 2선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면전환 의혹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트럼프가 대한민국의 박 대통령을 구할 수는 없다"며 "박 대통령을 믿지 못해서 이제 군 통수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며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강력 촉구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를 열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대통령, 헌법과 법률을 다 어긴 대통령, 외교안보의 중요 기밀을 무자격자에게 넘긴 대통령, 최순실 씨가 전쟁하라고 하면 전쟁도 할 수 있겠다는 위험스런 대통령, 그런 대통령이 최순실의 말을 듣고 개성공단을 폐쇄했다고 하니 국민의 걱정이 무리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마지막 남은 도리는 국정에서 손을 떼고 수사를 제대로 받으면서 국민을 더 이상 지치게 하지 말고 평화롭고 순조롭게 국정 정상화에 협조하는 길 뿐"이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위원장도 11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사건'을 묻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발휘하려고 기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는 트럼프고,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박 대통령의 책임은 책임이 남아있는 것이다"라면서 "어떻게 트럼프의 당선을 기회로 해서 최순실을 묻고 박 대통령이 다시 국정을 장악하려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사진=뉴시스)

‘트럼프쇼크’ 국면전환론 부상, 여론전 본격화

트럼프 시대 직면, 차기 대권구도 향배 주목

 

차기 대권 주자들 朴통 겨눈 셈법 '제각각'

한국과 미국이 특수한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차기 대권 주자들의 시각 역시 제각각이다. 현 정부의 반대편에 서 있는 비박계와 야권은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먼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10일 '미 트럼프 당선이 한국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긴급세미나를 개최해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풀려면 대통령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이 빠른 시일 내 구성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 주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미국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걱정이 되는 주장을 많이 했기 때문에 향후 급변하게 될 정세에 대해 매우 걱정이 큰 마음"이라며 "대내외에 닥친 엄중한 위기 속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는 등 국가 리더십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루 속히 국가 리더십을 보존하고 국정공백과 국정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재차 강조했다.

또 야권 대표 주자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주장하는 '대통령 하야' 입장과 '하야'보다는 2선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으로 목소리가 나뉘고 있다.

안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조찬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 시장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지금 야당도 2선 후퇴를 주장하는데 2선 후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구태여 왜 대통령이 존재해야 되냐. 여기에 거국중립내각이니 이런 말들이 오히려 임시적 봉합책"이라고 박 대통령 하야 촉구를 재차 강조했다.

쌈닭으로 불리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박탈하고 형사처벌해야 한다. 금품갈취 집단범죄의 왕초는 그냥 두고 졸개들만 처벌하고 끝낼 수는 없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날선 비판을 퍼붓고 있다.

반면에,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대통령 하야에는 다소 부적정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에 힘을 싣고 있고, 손 전 고문도 하야 요구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먼저 문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 하야 요구와 같은 강경대응에 대한 역풍을 우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고문은 대통령이 하야 또는 탄핵이 현실화됐을 때 자신에게 오히려 승산이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대통령 궐위가 발생한 시점에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 후 아직까지 야권 내 대권 주자 중 상위권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게 평가된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박 대통령에게 2선 후퇴와 국회와의 협의를 요구하고 있을 뿐 하야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진 않고 있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최대 피해자였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반등기회라는 분석이 등장하면서 대권 주자들의 경합 구도에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몸 담고 있는 유엔 본부가 트럼프 당선인의 고향인 뉴욕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으로 정서적 가교역할을 기대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따라 한반도 외교·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반 총장의 역할론이 부상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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