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포함 최대 1만명 대량실직 예고…금융당국 “법정관리 최순실과 무관” 불구 의혹 여전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려했던 대량 실직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며 관련업계까지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 한진해운 직원들은 물론이고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이용했던 부산신항 터미널의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일터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연말까지 2000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진해운이 정부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법정관리로 넘어간 것도 최순실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재조명 되고 있다.

 

업계 합쳐 1만명 실직 예고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의 길로 접어들면서 대량 실직 사태에 직면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10일 공문을 통해 직접 관리하는 선박 42척에 승선 중이거나 배에서 내려 휴가 또는 대기 상태인 해상직원(선원)들 560여명에게 일괄 해고를 통보했다.

승선 중인 직원들은 선장을 통해 예고문을 전달 받았고, 휴가나 대기 상태에 있는 직원들에게는 등기우편으로 발송됐다. 이날 예고문을 받은 직원들은 한달 후인 12월 10일에 일괄 해고된다.

가압류된 선박에 탄 선원들은 배에서 내리면 즉시 해고된다. 매각대상 선박의 선원들은 인수한 회사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면 해고된다.

업계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해 1천200명을 넘는 선원이 결국에는 모두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매각하는 미주노선 자산에 포함된 6천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5척과 국내외에서 압류된 6척에 승선한 75명은 제외했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던 부산신항의 한진터미널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이 터미널의 하역물량은 법정관리 후에 이전의 40% 수준으로 줄으며 직격탄을 맞았다.

부두 내 트랙터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한진해운의 하역업체 A사는 10월 말에 계약을 해지 당해 직원 110명이 해고했다.

한진해운과 계약해 컨테이너를 수리하던 업체들도 터미널에서 철수해 직원들 모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터미널 운영사의 사정도 암울했다. 주 고객인 한진해운 배들이 끊기면서 물류양이 감소해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의 ‘물류망 자료’에 따르면 9월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피트짜리 기준 157만 9000여 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감소했다. 이 중 환적화물은 79만 2000여 개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4만 개) 줄었다.

부산지역에서는 실직자 규모가 최소 2천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고,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종사자와 관련 업종까지 합치면 1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법정관리도 최순실 작품?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몰락을 두고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르재단에 적은 돈을 냈기 때문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미운털이 박혀 한진해운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다른 기업들보다 적은 10억원을 미르재단에 냈는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됐다”며 “이는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재계의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 노조도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현대상선은 살리고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직원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동반 회생을 위한 정책제안 대토론회'에서 “올해 초만 해도 정부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다”며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한진해운을 죽이고 현대상선을 살리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가 나왔고,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회생 가능성이 컸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다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미르재단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관련 의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된 사건과 겹치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

최순실 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에 3천억대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주라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관계자의 압박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조직위원장직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얘기가 조직위 안팎에 나왔다.

또한 지난 3일 조양호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조직위원장직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언론보도가 90% 이상 맞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 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금융당국은 이런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지난4일 임준규 금융위원회 대변인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말 경제장관회의 때부터 '소유주가 있는 회사의 유동성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자체 대응을 못 하면 원칙에 맞게 처리한다'고 일관되게 밝혔고 한진해운도 이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종철 산업은행 구조조정실장도 “한진해운 사안은 산은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채권단 모두의 의견을 모아 투명하게 처리했다”며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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