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비에서는 오는 25일까지 민연식의 “결의 고움으로 Bonniness of decisive moment”란 흑백사진전을 열고 있다. 상반되는 흑백의 조화로 담백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순수한 정념의 바탕이다. 순수한 서정을 담아내는 색채. 때로는 대숲의 서걱대는 바람 소리였다가 때로는 산사(山寺)의 청아한 풍경 소리인 듯, 맑고 고요한 기품의 색상.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 가을이 소리 없이 저물고 있다. <편집자 주>

순수사진 작가 민연식.(사진=민연식 제공)

민연식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내 작품세계는 한 편의 시의 세계라고 말하고 싶다. 함축적이고 은유적이고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필요 없는, 간결하고 담담하고 그러면서도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색채를 가진 시의 세계. 나 역시 대상을 꾸며주고 치장하는 중간계조 없이 블랙과 화이트만으로 지극히 투명하게 대상을 표현하고 있으니 압축적이고 간결한 시 창작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하게 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인가

사진은 아주 오래전이다. 그때는 상업적인 사진을 찍었다. 물론 상업적인 사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상을 앵글에 담아내는 일이었다. 재미없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순수사진을 하고 싶었다. 나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많이 갈등했다. 결국,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공부했다. 그리고 순수사진 5년째인 현재 그룹전과 초대전 등으로 내 존재성을 확인하고 있다.

블랙과 화이트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이 가진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대상이 가진 고유한 선, 바람결에 날리는 연한 풀잎의 부드러움을, 여름의 무성한 잎을 다 떨구어버린 채 본연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의 헛헛함을, 천 년의 전설을 묵묵히 견디어 낸 고목의 고독함을. 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중간계조를 없앤 블랙과 화이트만이 필요했다. 물론 작업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바람과 햇빛, 기온 등. 그것들이 나를 도와야만 내 작업은 완성되기 때문이다.

작품 전시회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가

특별히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없다. 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고 관람객들은 그것을 자기만의 색으로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작품에도 그 어떤 타이틀도 달지 않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이름을 달면 그것의 틀에 갇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난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싫다. 많은 관람객이 내 작품을 통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그것에 이름을 달아주고, 그리고 그것에서 위로를 찾고. 난 그런 관람객들의 몫을 지켜주고 싶다.

민연식 사진 작품(사진=민연식 제공)

작가가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많은 작가가 그러하듯 나 역시 내 작품에 특별한 애착을 갖는다. 앵글에 담아내는 과정에 힘겨움과 감동이 남달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온 산을 휘젓고, 나아가서는 네팔의 산을 넘고. 그래도 굳이 하나를 뽑는다면 산을 찍은 작품이다. 특히 저물녘의 산의 모습은 블랙과 화이트로 묘한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이다. 화이트의 차가운 공간과 블랙의 깊은 진지함. 그리고 그 경계 너머의 모호함. 난 그런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있는 산의 모습이 좋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겠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날 이해해주고 또 내 작품을 인정해주는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또 실질적으로 아내의 후원을 받고 있으니 난 복이 많은 남자다. 아마도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선뜻 순수사진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과 겨루어 보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물론 현재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여러 번의 전시회를 열기는 했다. 그리고 좋은 반응도 얻었다. 특히 중국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들은 내 사진에서 동양의 그 어떤 이미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오는 12월에는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타이틀로 그룹전도 있다. 그 전시회는 기존의 틀을 깨보자는 취지다. 어쨌거나 난 앞으로도 계속 블랙과 화이트로 나만의 독창성을 고집할 것이고 세계로 나가 나의 존재성을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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