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행태가 드러난 지 한 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였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중진 김용태 의원이 탈당한데 이어 박근혜 정권 탄생의 주역이며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과 함께 박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면서 박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당은 여전히 친박과 비박간의 진흙탕 싸움 속에 분당위기에 직면했다.

내각의 핵심인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 사표가 반려된다 해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수석비서관 중 서열 1위인 정책조정수석 자리와 대통령 측근 3인방 중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이 맡았던 부속비서관·국정홍보비서관 자리도 비어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야권과 비박계는 탄핵으로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다. 박 대통령의 12월은 정치생명 최대 위기이며 잔인한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새누리 내홍격화…분당 위기 치달아

새누리당내 유력 대권 주자였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중진 김용태 의원이 지난 22일 전격 탈당을 선언한데 이어 23일에는 정두헌 · 정태근 · 김정권 · 정문헌 · 박준선 · 김동성 · 이성권 · 김상민 등 당협위원장 8인이 탈당하며 남지사 김의원과 합세했다.

또 다른 당내 유력 대권 주자이자 박근혜 정권 탄생의 주역이며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과 함께 박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면서 박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으며 친박 비박간 주도권 다툼이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남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역사 앞에서 엄중한 선언을 하고자 한다"며 "국가는 국가다워야 한다. 집권세력과 특정 지배층의 사익을 채우는 도구가 돼선 안 된다. 그런데 지금의 국가는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며 "그 자리에 정당다운 정당,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갈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고 국가다운 국가를 만들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하겠다"고 탈당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 역시 "국민이 헌법을 통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은 최순실과 그 패거리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였다"며 "피땀으로 노력해도 대학가고 취직하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대통령과 최순실 일파는 큰 대못을 박았다"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는커녕 국민 앞에 거짓말을 늘어놓고 계속 권력을 잡겠다고 한다"며 "새누리당은 헌법가치와 법치를 수호하기를 포기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는 데도 아무 관심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 무성전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었던 대선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며 "정식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권고했고, 저 역시 그간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왔다. 이제 이것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 "앞으로 국가적 위기수습을 위해 무너져 내린 헌정질서를 복원시켜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비록 박근혜 대통령은 실패했지만, 이것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ㆍ최재경 민정 사의…내각 붕괴위기

내각도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일 박 대통령은 정국 수습을 위해 김병준 총리 후보자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인사청문회 진행이 안 되면서 두 사람은 22일째 공중에 떠 있다. 김 후보자와는 달리 임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당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는 지금 탄핵안 발의가 최우선 과제여서 인사청문회 일정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내각의 핵심인 총리와 부총리가 어정쩡하게 두 명씩 존재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다음달 중순께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가는 ‘최순실 특검’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민정수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 역시 새로 임명하려 해도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복잡하다. 때문에 사표가 반려된다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 비서실도 곳곳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수석비서관 중 서열 1위인 정책조정수석 자리가 안종범 전 수석의 퇴임 이후 충원을 엄두도 못 내고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시 대행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 3인방 중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이 맡았던 부속비서관·국정홍보비서관 자리도 비어 있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의 동요도 극심해졌고 내각 총사퇴 압박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내각과 청와대가 붕괴 직전인 것이다.

촛불시위 여전히 계속…박대통령 퇴진요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26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 헌정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첫 번째 촛불집회 이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져왔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면서 민심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타오른 촛불이 이번 집회로 정점에 오를 전망이다. 경찰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주최하는 26일 5차 촛불집회엔 150만 명,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주요 도시를 합치면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최대 인파로 기록된 1987년 6월 항쟁 당시 100만 명,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주최측은 전망하고 있다.
촛불시위가 지난 19일 전국 100만명이 모인 4차 촛불집회에서 단 한명의 연행자도 없을 만큼 평화시위가 정착되고, 집회 현장은 각종 퍼포먼스와 풍자·해학이 넘치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보니 시위를 제어할 명분도 없다.

시위 초기부터 각계 단체 등이 동원한 '조직 대오'보다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나온 가족단위, 학생, 연인 등 시민들이 계속 거리로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5차 집회는 지난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어진 대학별 수시 면접·논술고사 등이 끝나 '정유라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중·고등학생 참여자가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서울대 교수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이라는 깃발을 들고 집단으로 참여하는 등 전국 대학교수 300여명도 처음 공동행동에 나선다. 또 쌀값폭락에 분노한 농민들도 트랙터 상경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야권 탄핵압박…김무성 등 비박도 가세
박 대통령은 25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 추천의뢰서를 재가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로 의뢰서를 보내 야당에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해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대통령의 추천의뢰서가 국회에 접수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5일 이내에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박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추천받은 2명 가운데 1명을 임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야 3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늦어도 12월 9일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야권 성향 의원 171명에 여당 내 탄핵 찬성 의원이 40명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탄핵 가결 정족수인 200명은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지금까지 탄핵안에 동참하겠다고 한 의원이 40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무성 · 유승민 의원 등 중량급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을 밝히고 이런 움직임이 여당 내 '소극적 탄핵파'를 자극하며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법의 기본원칙을 파괴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탄핵소추안 마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지목했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상 비밀누설 등의 법률 위반 혐의가 소추안에 적시된다. 최대 쟁점이 되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형법상 죄명 적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업에 대가성 모금을 강요한 혐의가 분명한 만큼, 부정부패 행위와 기본권 침해 등으로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과 국민의당 탄핵추진단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초안이 마무리 단계에 왔고, 각 당 지도부 승인을 거쳐 오는 28일 확정될 예정이다. 탄핵안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행위가 자유민주 기본질서와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등 헌법의 기본원칙, 헌법 질서 파괴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며 “따라서 탄핵 사유에 해당하고, 이러한 상태에 있는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이미 신임을 철회한 것으로 보이므로 더 이상 국정운영 능력이나 자격이 없다”는 내용이 마련됐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박계가 곧바로 반발하는 등 탄핵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충돌에 돌입했다.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은 "12월 2일이나 9일, 탄핵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취지를 전제로 해서 모든 탄핵에 대한 협상권한을 원내대표에 위임하는 거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다"면서 "의총에서 충분히 탄핵에 대한 논의를 하고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내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만 탄핵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검이나 국정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 또는 주범이라는 결정적 추가 증거가 나온다면, 박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시한부 판정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일부 친박을 제외한 주변의 칼날은 나날이 옥죄어 오고 박대통령은 고립무원에 접어든 분위기다. 박대통령이 12월의 한파를 무난히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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