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 교수의 발표문을 LG유플러스 직원이 대리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발표문에는 SK텔레콤 등 경쟁사를 폄훼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학자로서 소신을 담아야 할 발표문까지 사업자가 개입했다는 비난과 함께 결국 학술단체를 동원한 통신업계의 대리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리작성 의혹에 휩싸인 발표문은 지난 29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정책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박추환 영남대 교수가 발표한 ‘방송통신시장의 동태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결합규제 개선방안’이다.

의혹은 해당 발표문(pptx) 파일의 문서정보에서 시작됐다. 파일의 문서 정보를 보면 해당 파일을 만든이로 ‘조OO’씨 이름이 나와 있다. 조씨는 LG유플러스 CR전략실 정책개발팀 직원으로 밝혀졌다.

이 발표문 파일의 문서정보에 따르면 이 발표문 지난 16일부터 작성되기 시작해 총 121번의 수정을 거쳐 지난 28일 오전 9시 55분에 마지막으로 저장됐다. 29일 세미나는 오후 2시 30분에 열렸다. 이 때문에 조씨가 박 교수 발표문을 마지막까지 수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박추환 교수는 LG유플러스 측으로부터 기본적인 시장 데이터만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서의 ‘만든이’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교수는 당사에 시장 현황 데이터를 문의해 왔으며, 이에 당사는 정부가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의 데이터를 PPT 파일에 붙여보냈다”며 “해당 교수는 이 PPT파일 탬플릿에 자신이 정리한 발제내용을 붙여서 저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자 개입 정황 등을 볼 때 통신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과 관련해 그동안 통신업체들이 학술단체 등을 동원해 ‘대리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교수의 발표문에는 “이동통신의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는 자회사 초고속인터넷을 결합 재판매해 이동시장의 지배력을 유선시장으로 전이시키고 있다”고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상품을 위탁·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닮아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